투자를 잘 하기 위해 흔히 취하는 태도는 좋은 정보와 믿을 만한 정보를 취득하는데 신경쓰고, 국내·외 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며 투자 종목을 분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TV, 신문, 잡지 등에 나오는 각종 투자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종목에 대한 내재가치 분석, 기술적 분석 방법 등을 공부한다. 심지어 경제학을 학문으로 전공할 생각도 아니면서 경제에 대한 원론적인 해설까지 열심히 읽어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좋은 정보와 믿을 만한 정보의 취득이 투자수익을 올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면 정보 취득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그와 가까운 사람들이 항상 큰 수익을 올리고 투자로 부자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증권사, 경제연구소, 언론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한다리 걸칠 필요도 없이 아예 기업 정보의 근원지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다. 가장 먼저 가장 확실한 정보를 아는 사람은 내부자이지만 진실에 입각한 정보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느냐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열심히 공부하면 투자에 성공할까
예전에 필자의 가까운 지인이 다니는 모기업에서 신규 제품의 개발에 성공했고 그로 인해 그 기업의 주가가 5년 만에 20배가량 오른 적이 있다. 같은 기간에 기업의 순이익도 10~20배 늘어났으므로 작전성 상승이거나 거품이 아니었고 정당한 상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그 주식을 사서 떼돈 벌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종목에 대한 내재가치 분석과 기술적 분석 방법에 통달해 쉽게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고시공부나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보다 용이해 누구라도 매진하려 들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투자로 갑부가 된 사람들이 매우 많을 것이다. 실제로 분석에 정통하고 노련한 사람들이 많음에도 여전히 투자는 어렵고 힘든 영역으로 인식되는 것은 그러한 분석이 투자에서 성공하는데 필수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세력의 동향 파악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유료 정보 서비스에서 세력을 거론하는 해설이 때로는 인기를 끌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보조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투자에 절대적인 성공 요인은 되지 못한다. 세력 동향을 잘 파악해 한두번 크게 수익을 올리더라도 오히려 그러한 성공이 독이 돼 세력의 속임수에 넘어가 크게 낭패 겪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심지어 세력조차도 자기가 성공적으로 수익을 거둘지 미리 장담 못할 것이다. 장담한다면 전 재산을 다 집어넣고 빚도 최대한 끌어와 투자해 빠른 시일 내 거부가 될 것이다. 물론 거부가 된 세력도 있지만 훗날 다른 투자에서는 상당한 손실이 나기도 한다.
경제학을 학문적으로 전공할 생각도 아니면서 경제에 대한 원론적인 해설에 심취하는 사람들의 경우 종종 투자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왜 그럴까. 경제 논리로는 어떻게 시장이 움직여야 하고 경기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그들은 시장이 잘못됐다고 여기게 된다. 시장의 현재 움직임은 세력들 농간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 결국은 (그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믿음을 지속한다. 시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의 믿음에서 어디가 잘못됐는지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경제의 논리든지 많은 가설을 바탕으로 성립하는 것이며, 그 가설은 자연의 법칙처럼 불변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인지하지 못한 탓이다.
투자에 필요한 공부를 많이 해 실력을 쌓고 투자 경험이 많더라도 성공적인 투자를 하는 데 충분치 않은 이유는 ▲누가 더 심리적인 편견을 극복하느냐 ▲누가 더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우냐 ▲누가 더 종합적으로 사고하느냐, 이 세가지에 따라 투자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세가지는 투자의 경력이 오래됐거나 실력이 뛰어난 것과는 독립적인 문제다. 어떻게 보면 인성(人性)의 문제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심리적인 편견 극복해야
심리적인 편견을 극복하는 것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지 심리적인 편견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다. 편견이 작용하는지 여부를 스스로 인식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거나 심리에 얽매일수록 시장의 변화와 흐름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한다. 정치적인 성향을 투자에 투영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비록 정치적인 성향과 색깔이 강한 사람이라도 정치가 아닌 투자에서만큼은 자신의 성향과는 무관하게 시장 상황과 기업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개인 사업이 적자나거나 취업이 힘들어 경제 형편이 어려운 사람 중엔 세상이 다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주식시장이 오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일반 서민의 경제 상황을 직접 반영하지는 않으며 상장기업의 상황을 반영하는 곳이다. 세계무대를 상대로 잘 나가는 상장기업들도 많음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의 체험도 심리적인 편견을 만들어내는 데 한몫 한다. 거의 전재산을 부동산에 넣어둔 어떤 사람이 "그래도 믿을 것은 부동산이야. 주식은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알고 보니 과거에 보유했던 주식에서 크게 손실을 본 뒤 부동산투자로 성공한 후 그런 믿음을 갖게 된 것이었다.
부실하던 주식이 턴어라운드 돼 좋아지고 있는 데도 과거에 기반을 둔 편견에 의해 "그 주식은 안 돼, 위험해, 우량주를 사야 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처음부터 우량기업은 없는 법이다. 기업 내용이 점차 좋아지고 실적이 꾸준히 늘어나다 보면 우량주가 되는 것이다.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우량주가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은 기업이 되면서 우량주를 향해 가는 기업의 주식이 수익률은 더 높다.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라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집단의 이해와 개인적인 이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부동산업계 종사자는 만날 지금이 부동산시장의 바닥이라 말하고, 증권업계 종사자는 만날 지금이 증권시장의 바닥이라고 말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집단이 잘 나가려면 그에 관련된 시장이 호황을 나타내야 하는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아파트 단지 소유자들은 재개발이나 재건축에 유리한 정보에 더 귀기울이며, 불리한 제도가 나올 땐 집단적으로 분노를 나타내기도 한다.
특정 종목에 많은 돈이 들어가 있을 때는 그 종목이 오른다는 분석과 내린다는 분석을 동시에 봐야 하는데, 내린다는 분석은 두뇌에서 걸러내고 오른다는 분석만을 받아들이곤 한다. 올라야만 돈을 벌게 되는 이해관계가 무의식 중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이 계속 더 오르면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시장이 잘못된 것이며 앞으로 바로 잡혀질 것이다"라는 생각 아래 시장의 하락을 정당화하는 보도에만 귀 기울이게 된다.
아파트를 구입할 능력이 안돼 아파트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객관적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올라갈 만한 시기인데도 하락한다는 전망에 귀기울이는 경향이 강하고, 아파트를 여러채 보유한 사람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다는 전망이 실린 보도를 찾아내고 싶어 한다.
외국의 유명한 투자자가 자신의 아이가 암에 걸린 뒤론 주식에 투자할 때 암치료제 개발의 재료를 지닌 회사의 주식을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암치료제 개발을 재료로 그 회사 주가가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그 치료제가 궁극적으로 성공하면 자신의 아이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바라본 것이다. 거품이 심할 정도까지 올라갔을 때도 마음속으로 "Go, Go"를 외치며 주식을 팔지 않았다. 암치료제가 성공해야만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실제로도 성공한다는 확신과 믿음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주가가 폭락해 수익은커녕 큰 손실을 입었다.
◆종합적으로 사고하라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후에야 가능한데, 그런 것을 갖췄다 하더라도 종합적인 사고로 흐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종합적인 사고는 장기적인 투자성과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단편적인 사고가 단기 투자에서 일시적으로 성과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 지속되기 힘들고 나중에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 예전에 벌었던 돈까지 잃는 경우도 흔하다.
종합적인 사고의 능력은 인식과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에 걸쳐 학습해가는 부단한 노력과 실패를 통해 깨닫게 된 시행착오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쌓여진다.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단편적인 판단에 의존해 큰돈을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많다. 오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종목이라서 '몰빵'했다가 다른 요인에 의해 주가가 하락할 때 당황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특정 부동산 분양광고에 큰돈 을 투자한 뒤 분양 당시의 전망과 달라지자 고통스러워 하거나, 아예 애초에 사기 분양임이 드러나 물의를 빚는 경우들도 비일비재하다.
사기 분양 측이 당연히 나쁜 짓을 한 것이지만 한쪽의 단편적인 얘기에만 솔깃해 큰돈을 투자한 점은 분양 받은 사람으로서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그렇다고 분양하는 측의 말을 무조건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그러면 분양 받아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분양하는 측의 말도 하나의 정보로 받아들이고 다른 여러 정보를 종합해본 후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보화시대가 된 이후로는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쌓고 실천하기가 과거보다 유리해졌다. 특정 주제와 관련해 여러 보도와 자료들을 동시에 찾아보는 것이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보도와 자료에 의존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귀찮고 앞서 언급한 심리적인 편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투자하기 위해 종합적으로 사고하기 귀찮은 경우에는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종합적으로 사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겠다면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람을 비웃을 필요도 없다.
투자 포트폴리오상 각 투자분야, 각 투자대상의 비중은 얼마나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가에 따라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투자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하고 종합적으로 사고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투자 비중을 상대적으로 낮게 하는 것이다. 투자 비중을 충분히 낮게 하는 것은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손실 확률이 높다 하더라도 실전투자를 통해 쌓아가는 경험론적 지식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된 수익은 투자비중이 높은 것에서 얻고, 투자비중이 낮은 것은 미래를 위한 시드 머니(seed money)로 생각해도 된다. 총 투자금액 중 1%를 투자한다면 전액 다 날려도 총 투자금액의 1% 손실에 불과하다. 투자에 들어가는 모든 돈을 수익나게 하려는 것도 욕심이다. 이를 테면 학교에 다닐 때 필요한 교육비도 그 자체가 직접 수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돈을 잘 벌기 위해 현재 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같다. 완벽한 투자의 경지에 올라섰다고 자신하지 않는다면 실전 투자에서도 부분적으로는 그러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투자를 오래 했지만 과거에 단편적인 생각 아래 범했던 오류를 반복하면서도 종합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투자자들도 많다. 이는 시간만 많이 흐른다고 되는 것은 아니며 자세의 문제도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매사에 조급증이 심해지다 보니 투자에서도 시간과 돈을 들이면서 실력을 쌓고 안목을 키워가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곧바로 수익부터 내려는 경향이 강하다. 단기 수익도 많지만 장기적으로 투자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편견 없이 종합적인 사고를 해야만 하며, 그것은 로마처럼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고 오랫동안 그런 방향으로 노력한 뒤에 형성되는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