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기업은 ‘사물적 발상’, 즉 상품의 표면적 기능에만 집중하여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하지만 지식경영 시대는 사물적 발상이 아닌 관계적 발상이 요구된다. ‘관계적 발상’이란 상품의 이면을 깊이 들여다보았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상품의 본질에서부터 얻은 아이디어를 말한다.
지식창조이론의 대가인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의 <생각을 뛰게 하라>는 관계적 발상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노베이터들의 사례를 제시하며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보여준다. 그들이 일상의 사소한 발견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어내고 생각한대로 목표를 이루어 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일본 도쿠시마 현의 산골 마을 가미카쓰는 총 면적의 85%가 산림지대이며, 인구의 반이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고령화율이 높았다. ㈜이로도리 대표 요코이시 도모지는 이곳의 노인들에게 나뭇잎 재배방법을 가르치고 생산하여 ‘장식잎’사업을 시작했다. 이로도리의 2008년 한해 매출은 약 2억6500만엔. 연간 1000만엔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농가가 있을 정도로 지역 활성화에도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이 마을의 고령화율은 도쿠시마현에서 1위이지만 1인당 의료비는 24개 지역 중 최저이며 노인요양원은 이미 폐쇄된 상태다.
요코이시 도모지는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요코이시는 오사카의 식당에서 음식에 딸려 나온 붉은 단풍잎을 보고 ‘귀엽다’며 손수건으로 싸서 가방에 넣는 여대생의 모습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당시 이러한 나뭇잎은 도시에서 쉽게 손에 넣을 수 없었으나 가미카쓰의 산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즉 우연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발상은 빌딩으로 둘러싸인 오사카와 산으로 둘러싸인 가미카쓰 마을과의 환경의 차이를 깨닫게 했고, 이를 통해 결국 장식용 나뭇잎 비즈니스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적시에 적량 준비하는 편의점의 상품진열대에서 장식용 나뭇잎 비즈니스모델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이는 곧 이로도리와 나뭇잎 생산자들을 이어주는 유통 시스템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일본 요리와 나뭇잎을 결합시켜 새로운 장식잎사업을 시작하고 편의점의 상품진열 프로세스와의 공통점을 발견하여 접목시킨 것은 모두 보이지 않는 관계성을 간파하는 능력에서 나왔으며, 그 능력은 강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요코이시 도모지는 사업을 발전시키며 지혜의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지혜의 생태계’란 환경으로부터 지혜를 흡수하고 방출하는 가운데 전혀 연관 없는 것들이 직소퍼즐처럼 연결되어 새로운 지혜가 생겨나는 순환을 말한다.
그가 만들어낸 지혜의 생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형식지(형식을 갖추어 표현되고 전파와 공유가 가능한 지식)와 암묵지(형식을 갖추지 못한 지식)를 연결시켰다. 장식잎사업을 시작하기 전 오사카의 식당을 오가며 장식잎의 쓰임새를 기록하여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시켰다. 또한 나뭇잎 생산자를 식당에 견학시키며 장식잎의 쓰임새를 보여줌으로써 형식지를 암묵지로 전환시켰다. 둘째, 장식잎은 필요할 때 필요한 양만큼 준비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품 수요를 예상하는 정보시스템 즉, 지식창조 시스템을 개발한다. 셋째, 매출 결과를 경제적인 수익뿐만 아니라 순위로 평가하여 생산자들의 의욕을 자극함으로써 생산자를 ‘스스로 생각하는 사업가’로 바꾸어 놓았다. 즉 나뭇잎을 단순히 물질로만 보지 않고 그 이면의 본질을 다양한 지혜와 연결하여 현상을 발생시키는 순환 과정에서 이로도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를 들어 환경의 위기 속에서 성공한 이노베이션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진정한 ‘기적’이라고 말한다. 과학적으로 사물과 현상을 평가하고, 모든 것을 정량화, 대상화하고 분석해서 논리적으로 옳은 답을 이끌어내는 방법으로는 나뭇잎이 돈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혁신을 추구하는 인간은 다양한 관계성에서 그때마다 최선의 판단을 하여 행동에 옮기고 새로운 지혜를 만들어 낸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과 실행의 기술을 조직에 도입하여 신체화된 이노베이션을 이끌어야 한다. 물론 과학적인 논리 분석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지금까지 과학에 치우쳐있던 만큼 예술로서의 혁신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