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독특한 요리책이 출간됐다. 제목은 <한국 가정 요리>. 쉽게 접하지 못하는 요리를 소개한 것이 아니라 집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반찬을 만드는 법을 엮은 책이다. 그리고 동일한 제목의 책이 무려 10종류로 나왔다. 시리즈가 아니라 동일한 내용이다.

각각의 책이 한글과 함께 10개국의 언어로 음식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책이 독특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대우증권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특히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기획해 만든 책이다.
 
대우증권은 지난 2009년 7월 사회공헌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사회공헌 핵심테마로 다문화가정과 저소득청소년 지원을 결정했다.
 
김성철 대우증권 사회공헌단 사무국장은 “증권·금융과 연관해서 할 수 있는 사회공헌은 어린이 경제교육 정도밖에 없는데 이미 여러 금융회사에서 이를 하고 있었고, 사회공헌 성격보다 마케팅 성격이 강한 면이 있다”며 “홍보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제대로 된 사회공헌활동을 하자고 내부 방침을 정하고 다문화가정을 위한 활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자국 말로 배우는 한국 음식문화
 
대우증권이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한국 음식이다.
 
김 사무국장은 “결혼 이주여성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물론 언어 문제”라며 “하지만 자국과 다른 음식과 음식문화 또한 그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이들 이주여성이 쉽게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해 먹을 수 있는 반찬을 소개한 달력(2010년) 2만2500부를 제작해 배포했다. 흔히 달력에 있는 유명 작가의 그림이나 사진 대신 음식 사진과 만드는 법을 한글과 이주여성이 많은 해당 국가 언어(중국어, 영어, 베트남어, 태국어, 몽골어, 필리핀어, 인도네시아어)로 소개했다.
 
이 달력이 큰 인기를 모으자 대우증권은 아예 요리책을 내보자는 결심을 하고 중국어, 영어, 베트남어, 태국어, 몽골어, 필리핀어, 인도네시아어로 설명하는 한국 요리 책자를 제작했다. 이 책과 달력을 통해 소개되는 음식은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해 먹는 반찬이다. 한국에 처음 들어온 이주여성들이 어려움을 겪는 음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된 만큼 해먹기 힘든 요리를 소개할 필요도, 또 이들이 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이 요리책을 지난 2010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출입국관리소에 등록하는 이주여성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 새로 시집오는 이주여성들이 가장 먼저 들러야 하는 곳이 출입국관리소이기 때문에 이곳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이미 한국에 들어온 이주여성을 위해 상업출판을 결정했다. 기존 7개 국어와 함께 독어, 프랑스어, 일본어를 추가해 이번에 <한국 가정 요리>라는 책이 나오게 됐다.
 
이 책과 달력을 만드는 데는 여러 곳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김 국장의 설명이다. 우선 음식과 레시피는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음식연구원에서 도움을 줬다. 한국 음식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맛깔스러운 음식 사진은 사진작가 여상현 씨가 재능기부를 해줬다. 그리고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의 도움으로 해당 국가 이주여성들이 직접 번역에 참여했다.
 
김 국장은 “여러 곳에 도움을 청했는데, 모두들 흔쾌히 수락해줘서 이 책이 나올 수 있게 됐다”며 “대우증권은 코디를 하고 자금 지원 역할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또 단순히 반찬 만드는 법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식사예절, 명절음식, 지역음식, 계절음식, 한국의 장 문화, 시장보는 법, 우리만의 독특한 계량법, 조리도구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출생한 나라의 말로 한국 요리를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한국어와 한국의 음식문화까지 익힐 수 있는 것이다.
 
 
◆다문화 2세는 미래의 중요 인재
 
대우증권 사회공헌단은 다문화가정을 위한 두 번째 사업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교육인증을 받은 국제다문화학교를 후원하는 등 2세를 위한 사업이다.
 
김 국장은 “현재 다문화가정 자녀의 초·중·고 진학률이 일반 가정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등 방치된 아이들이 많다”며 “하지만 2세들은 엄마 나라의 말을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의 중요인재가 될 수 있어 이들을 잘 성장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여성이 많은 몽골, 베트남 등은 자원부국이다. 현재는 후진국일지 몰라도 향후 성장가능성이 큰 국가이기 때문에 이들의 언어로 접근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국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에서는 이들 국가가 후진국이라는 이유로 ‘엄마 나라 말’을 못하게 하는 가정이 많다는 것.
 
이에 대우증권 사회공헌단은 지난해 한국외국어대학교와 함께 ‘엄마, 아빠 나라 말 경연대회’를 주최했다. 엄마 나라 말을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장학금이라는 ‘당근’을 내밀었다.
 
김 국장은 “장학금을 주고, 향후 좋은 일자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꼭 이 대회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요즘은 엄마 나라 말을 못 배우게 했던 가정도 배우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올 11월에 2차 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대우증권은 여성가족부의 요청으로 엄마 나라 말을 배울 수 있는 교재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이주여성인 엄마들이 직접 가르칠 수 있도록 초급용 교재를 제작해 나눠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중국어와 베트남어 교재를 만든데 이어 올해는 러시아어, 일본어, 몽골어 교재를 추가로 만들 예정이다. 또한 중급 교재도 외대와 함께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