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75) 한국타이어 회장의 경영승계 작업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두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것이라는 해석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4월25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분할 재상장을 위한 주권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이에 따라 한국타어어는 존속회사 한국타이어홀딩스(가칭)와 사업부문 일체를 맡는 신설 자회사 한국타이어로 인적 분할될 예정이다.
예정 분할기일은 9월1일로, 최대주주인 조양래 회장(15.99%) 외 특수관계인이 지분 40.83%를 소유하게 된다. 분할 이후 지주회사가 되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자회사 관리와 투자사업 등을 맡고 한국타이어는 기존 타이어 관련 사업을 전담한다는 게 한국타이어측이 그리는 향후 기업운영도다.
◆지주사 전환은 경영권 승계작업?
한국타이어의 이 같은 지주사 전환 행보에 대해 재계는 조 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조 회장과 장남 조현식(42) 사장,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사위인 차남 조현범(40) 사장 등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타이어 주식을 지주회사에 넘기고, 이후 지주회사 주식을 그대로 받게 되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지주사가 아닐 경우 오너는 자녀에게 개별 계열사 지분을 각각 넘겨줘야 하지만 지주사는 지주사 지분만 넘겨줘도 지주사와 함께 계열사의 최대주주가 된다"며 "올해 76세로 고령인 조 회장으로선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타이어의 사업군은 타이어사업과 비타이어사업군으로 나뉘지만 매출의 97.8%는 타이어사업 부문에서 나온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6조4889억원 중 타이어부문에서만 6조3470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다. 따라서 타이어 사업이 한국타이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지주사 전환에 따른 큰 혜택이 없더라도 경영권 승계작업의 절차가 간단해질 수 있다.
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승계작업이 진행되면서 '포스트 조양래'가 누가 될 것인지에도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선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이 한국타이어 지분을 각각 5.8%, 7.1% 보유중인 만큼 '대통령 사위' 조현범 사장 쪽으로 무게가 기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12월 초 정기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 글로벌 사업을 진뒤휘하는 위치에 올랐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지지하는 근거 중 하나다.
그러나 '한국타이어의 자금줄'이라는 평가를 받는 신양관광개발의 지분은 조현식 사장이 조현범 사장보다 11.47%포인트 더 많이 보유하고 있고, 신양관광개발이 매출규모는 작지만 한국타이어의 지분 0.95%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오너지분을 높이는데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조현식 사장의 우위를 점치는 의견도 있다.
한편 지주회사 전환에 가속도를 내야 하는 조 회장이지만 최근 불거진 오너 일가의 해외부동산 불법취득에 대한 의혹을 씻어내는 일도 현재로선 시급해졌다.
지난 3월 팔 슈미트(왼쪽) 헝가리 대총령으로부터 십자공로훈장을 받고있는 조양래 회장(오른쪽)
◆美 별장 불법 매입 의혹 풀어야
최근 재미언론인 안치용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 '시크릿오브코리아'를 통해 조 회장 일가가 미국 하와이에 있는 고급 별장을 불법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현범 사장 등이 해외부동산 취득 금지 규정을 어기고 미국 하와이에 고급 별장을 사들였다며 매매계약 서류 등을 공개한 것.
안씨에 따르면 조현범 사장은 18세 때인 1980년 8월말 미국 하와이에 있는 고급 콘도를 36만5000달러에 사들였다. 또 이듬해 1월 어머니 홍문자 씨가 80만달러에 매입한 콘도의 명의를 공동으로 등기했고, 이후 2004년 5월에도 홍씨와 공동으로 216만5000달러에 또 다른 별장을 사들이는 등 계속된 별장 매입행보를 보였다. 조현식 사장 역시 1990년 9월 하와이의 한 주택을 121만달러에 매입했는데, 이들은 매입한 총 3채의 주택을 지난 2000년과 2002년, 2005년에 각각 팔았다.
안씨는 "1990년은 물론 2004년에도 투자용 해외부동산 취득이 금지된 시기이므로 조 회장 일가의 부동산 매입은 모두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측은 "오너 일가의 사적인 일"이라며 이에 맞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며, 본지의 입장표명 요청에도 묵묵부답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무혐의 처리되기는 했으나 조현범 사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은 저력이 있고 이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 씨가 한국타이어에 취업한 것을 두고도 특혜시비가 일었던 만큼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부정·부패'의 고리와 연관되는 것 자체를 끊어야 할 처지에 놓여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박스> 타이어업계는 지금 경영권 승계중?
공교롭게도 한국타이어와 함께 넥센타이어도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꾀하며 제2의 기업도약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넥센 역시 강병준 넥센그룹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주사 전환을 시작했다는 재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넥센그룹은 자회사인 넥센타이어의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요건을 충족시키며 지주사체제 전환에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런데 강 회장의 아들인 강호찬(41) 사장이 공개매수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넥센타이어 지분을 ㈜넥센의 주식과 맞바꿔 단숨에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넥센은 계열사인 넥센타이어의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기존 8.87%에서 40.48%로 5배 가까이 지분을 늘렸고, 넥센그룹의 2세인 강 사장도 공개매수를 통해 보유 중인 넥센타이어 지분 780만주를 현물출자방식으로 넥센에 넘겼다. 따라서 강 사장의 넥센타이어 지분은 10.78%에서 2.56%로 낮아졌지만 넥센에 넥센타이어 주식을 넘겨 현금 대신 넥센 신주 223만주를 취득, 자신이 보유한 넥센 지분을 기존 12.62%에서 무려 50.51%로 높였다.
양사의 지주사 전환 이후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넥센타이어의 강호찬 사장과 한국타이어의 조현식·조현범 사장의 '후계자 경쟁시대'가 수면 위로 서서히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