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년 전만 해도 회원수가 적고 주말예약이 원활한 골프장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었다. 희소성의 가치가 인정되면서 자연스레 골프회원권 가격은 초고가대를 형성했다. 다시 말해 주말예약 보장 횟수가 회원권 가격의 척도이자 명문 골프장의 기준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던 시기였다.

물론 지금도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층에 의해 주말예약이 원활한 골프장은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회원권 선택의 트렌드는 분명 변하고 있다.
 
◆주말 예약보다 저렴한 이용료가 우선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골프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주말만 되면 ‘부킹전쟁’을 치르다시피 했다. 골드타임의 예약권은 암묵적으로 거래가 되기도 했으며, 비즈니스상 접대가 반드시 필요한 법인은 웃돈을 얹어서라도 예약이 수월한 초고가대 골프장을 서슴없이 구입하던 시기였다. 심지어 회원권을 갖고 있더라도 회원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신설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골프장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뛰어난 골프코스, 원활한 예약 등은 기본적인 기능이 됐고 차별화된 무언가가 가미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골프장이 많아짐에 따라 주말예약도 한층 수월해진 것이 사실이다. 물론 아직까지 수도권에 위치한 인기 골프장은 시즌에 예약이 몰리는 현상이 있으나, 예전보다 원활해진 것은 분명하다. 특히 춘천·홍천지역의 골프장 개장은 포화상태였던 수도권 골프장의 수요를 분산시켜준다는 점에서 근교 골프장을 찾던 골퍼에게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처럼 골프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가격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명의 골퍼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골프장이 손님 모시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골퍼의 회원권 선택 기준이 변하고 있다. 골퍼의 주요 관심사는 주말 예약보다는 골프장 이용에 따른 실비용(그린피, 카트비, 식음료 등)으로 자연스레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분양하고 있는 서울 근교권 골프장들이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
 
◆상품 경쟁력 강화에 나선 골프장

강남에서 50분 거리에 위치한 클럽모우는 정회원 또는 가족회원 내장 시 비회원인 동반자 전원에게 30%의 그린피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인근 타 골프장 대비 3분의 2 수준의 라운드 비용이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골프장 치고는 가히 파격적인 회원 혜택이라 할 수 있다.

클럽모우, 젠스필드, 산요수, 아일랜드 등의 신규 골프장 뿐만 아니라 기존 골프장에서도 이런 동반자 할인 혜택을 전면에 내세운 분양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제는 회원 뿐만 아니라 동반인에게도 이용 혜택이 주어지는 분양 상품이 또 다른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는 분위기다.

시설물 이용에 대한 비용 또한 저렴하게 변하는 추세다. 클럽모우는 국내 최초로 카트비용을 면제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골퍼들이 가장 아까워하는 금액이 카트비용이라는 통계에 따라 일종의 서비스를 부여한 것이다. 보증금 2000만원만 내면 라운드 횟수 제한 없이 항상 카트비용이 면제된다. 보증금은 탈회 시 100% 반환이 가능하다.

이 같은 상품들의 등장은 최근 경기 상황 악화에 따른 분양시장의 침체가 불러온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 향후 골프장 운영에 있어 사전 마케팅이라 풀이된다. 달리 말해 골프장 증가에 따른 상품 경쟁력 강화와 내장객 확보 차원에서 미리 이뤄지는 사전 포석의 개념이다.
 
◆골프장이 아닌 골프코스를 선택

골퍼들이 골프장을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 과거의 행태를 보면 지리적 위치, 회원수에 따른 주말예약, 투자가치, 주변 지인의 권유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하는 경우가 보편적이었다. 물론 현재도 이런 요소들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최근 두드러진 변화는 골프코스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골퍼들이 계약 전 골프장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단순한 정보와 이용 조건, 투자성 등에 만족하면 손쉽게 계약으로 이어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의 대다수 고객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코스를 둘러보고 꼼꼼히 체크한다. 더 나아가 코스를 보면서 본인 스스로 가상의 스코어까지 산출해 내는 기술을 발휘하기도 한다. 골프장을 바라보는 골퍼들의 수준이 한단계 발전했다는 의미다.

골프장의 입장에서는 설계, 시공, 조경, 인테리어 등에 있어 작은 요소 하나하나까지 더욱 신경 써야만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하지만 골퍼 입장에서는 최상의 컨디션을 이끌어내는 긍정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

골프에 있어 클럽은 어른들의 장남감이고 골프장은 놀이터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던가. 최근 분양 시장의 침체가 오히려 나에게 최상의 조건을 갖춘 놀이터를 찾아 나서기에 적기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