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철 파리바게트 중국현지법인 대표는 ‘파리바게트가 중국에서 잘 나가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중국인들도 모르고 있던 중고급 빵 시장을 파리바게트가 개척함으로써 ‘빵 먹거리 수준’을 높여 중국인들도 만족하고 파리바게트도 비즈니스에 순풍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 대표는 “중국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와 파리바게트에서 ‘마늘 바겟’을 사 먹는다. 파리바게트의 ‘객단가(일인당 매출액)’가 30~40위안(5400~7200원)이다. 하루에 식비로 쓸 수 있는 돈이 20위안(3600원)인 사람도 돈을 모아 먹고 싶은 빵을 사 먹을 정도”라고 밝혔다.
파리바게뜨 베이징 왕징점
하지만 파리바게트의 중국 진출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파리바게트가 중국 진출을 준비한 것은 1997년. 중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을 감안해 상하이를 중심으로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해 겨울에 몰아닥친 통화위기의 한파로 중국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외환위기가 극복된 뒤에 2003년부터 다시 중국진출의 의지를 불태웠다. 상하이에 주재원을 파견해 중국의 베이커리(빵) 시장을 조사하면서 현지법인 설립을 준비했다. 공장을 지어 직접 생산할 준비 등을 마친 뒤 2004년 9월, 상하이(上海) 구베이(古北)에 ‘파리바게트 1호점’의 문을 열었다. 이듬해인 2005년부터 베이징(北京)에도 개점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해 1년 뒤인 2006년 1월, 베이징 1호점을 오픈했다. 그해 12월에 베이징에서 150km 정도 떨어진 톈진(天津)에도 직영점을 열어 3대 거점을 마련했다.
베이커리 사업은 단순히 공장에서 생산된 빵을 그대로 점포로 옮겨 파는 다른 공산품과 많이 다르다. 점포에서 멀리 떨어진 공장에서 빵의 원료와 빵이 만들어지지만 점포에서도 직접 빵을 굽기도 한다. 따라서 공장의 생산설비를 갖추고, 공장에서 점포로 원료와 제품을 실어 나르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며, 고객들이 편안하게 즐겨 찾을 수 있는 장소에 점포를 오픈 하는 등의 복잡하고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지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숙련도 향상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과제다.
특히 빵은 신선도를 유지하고 위생과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통 기간이 하루이기 때문에 생산과 물류 및 판매가 유기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게 관건이다. 중국처럼 광대한 나라에서 베이커리 사업을 하려면 한국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파리바게뜨 상하이 홍취안루점
파리바게트가 중국에 진출하면서 택한 전략이 바로 ‘점(点)-선(線)-면(面) 접근’이다. 상하이와 베이징 톈진 등 중심이 되는 도시를 거점으로 먼저 진출하는 것이다. 2010년 7월에 저장(浙江)성의 항저우(杭州), 지난해 8월과 11월에 장쑤(江蘇)성의 쑤저우(蘇州)와 난징(南京), 지난 3월에 랴오닝(遼寧)성의 따롄(大連)에 점포를 낸 것도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거점이 확보되면 이런 점들을 연결해 선으로 만든다. 선이 확보되면 선과 선을 연결해 면을 만든다. 점을 만드는 것은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일이어서 매우 어렵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하지만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거점이 확보되면 선으로 연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선을 면으로 만들 때는 더욱 탄력이 붙는다.
이는 파리바게트의 중국 내 점포 추이를 보면 금세 이해할 수 있다. 중국에 상륙한 지 6년이 지난 2009년에 점포는 33개에 불과했다. 매년 5개 정도만 문을 연 셈이다. 2010년에는 14개를 오픈했지만 여전히 47개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탄력이 붙었다. 지난해 36개를 새로 열어 73개로 불어난 뒤 지난 5월1일 현재 83개로 증가했다. 오는 7월 중에 100호점을 연 뒤 올 연말에는 150개로 증가할 계획이다. 2015년에는 500개를 목표로 삼고 있다. 2010년까지 점을 만드는 일이 일단락되면서 지난해와 올해는 선으로 연결하고 내년부터는 면으로 확대하면서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물론 기존의 거점을 선과 면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지역에는 점을 다시 개척한다. 올해 따롄(동북 3성)과 충칭(重慶, 서부지역) 및 선전(광둥(廣東)성) 등에 거점을 마련할 계획인 것이 그것. 내년에는 칭따오(靑島)와 지난(濟南) 등 산둥(山東)성에, 2014년에는 우한(武漢)과 창사(長沙)를 중심으로 한 중부내륙에, 2015년에는 쩡저우(鄭州)와 시안(西安) 등 중서부내륙에 거점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선전-상하이-베이징-톈진-따롄을 잇는 연해지역과 난징-정저우-시안과 창사-우한-충칭-청두를 잇는 중서부 내륙을 선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점과 선이 연결되면 면이 되면서 비약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There is no lunch for nothing) 법. 이런 성장을 뒷받침하고 중국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남과 다른 노력도 필요하다.
황희철 대표는 파리바게트의 중국 비즈니스 성공 요인으로 ▲본사의 능력 ▲충실한 사전 준비 ▲효율적 시스템을 제시한다.
우선 본사의 능력. 황 대표는 “한국에서의 경쟁력이 세계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베이커리 사업은 서양 음식인 빵을, 먹어보지 못했던 한국 사람이 만들어, 한국인은 물론 서양인들의 입맛을 만족시켜야 한다. 한국에는 서양의 유명 메이커와 한국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어 세계 그 어느 곳보다도 치열하다. 한국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파리바게트가 해외진출 의지를 확고하게 한 것이 성공의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둘째 충실한 사전 준비. 파리바게트는 점포를 오픈할 때 2개월 정도에 걸쳐 해당 시장조사를 철저히 한다. ▲경쟁사의 역량 ▲소비자 선호, 소득수준, 소비패턴 ▲해당 지역의 경제력을 비롯한 특성 ▲소비자 동선과 현재 미래 상권 등을 꼼꼼하게 수치화해 분석한다. 상하이의 홍취안(虹泉)루에 있는 파리바게트 점포가 대표적 성공사례다. 베이징의 왕징(望京)처럼 코리안 타운이 형성되기 전, 현 상가로 상권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해 점포를 오픈했고 그 예상이 적중했다. 현재 이 점포에는 하루에 800~900건의 매출이 일어난다. 건당 2~3명이 함께 온다고 계산하면 2000명 가량이 이 점포를 찾는다는 얘기다.
셋째 효율적 시스템이다. 현지인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인재를 적극 양성한다. 파리바게트의 중국내 임직원은 현재 약2000명. 이중 한국에서 파견 나온 사람은 20명에 불과하다. 그중 절반은 기술 인력이다. 점포장은 모두 중국인이다. 100대 1의 비율이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
황 대표는 “베이커리 사업은 돈과 사람, 그리고 기술이 균형을 잡아야 성공하는 종합예술”이라고 강조한다. “브레이크와 타이어가 제대로 갖춰 있고 연료가 충분하며 운전 솜씨가 좋은 운전자가 있어야 자동차가 잘 굴러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우연히 1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1등을 유지하려면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점에서 선, 선에서 면으로 확대하는데 탄력이 붙은 파리바게트의 중국 비즈니스가 계속 성공의 길을 달려가려면 지금보다 더 치열한 연구와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