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컴퓨터로 정보를 찾고 문서작업을 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내 메일함을 열어보기 위해 로그인을 하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다.
보이지 않는 사람, 들리지 않는 사람도 일반인과 똑같이 쉽게 컴퓨터를 이용하도록 만드는 것. 지난 5월22일 한국을 찾은 티브이 라만 박사가 하는 일이다. 라만 박사는 시각장애인이지만 2005년부터 구글의 연구과학자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크린리더 기술과 음성 지도 안내 애플리케이션 '인터섹션 익스플로러' 등을 개발했다.
인도 출신인 라만 박사는 14세 때 녹내장을 앓은 후 시력을 잃게 됐다. 코넬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때 컴퓨터기술의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됐다고 고백한다.
인도에서 수학을 공부했던 그에게는 시각장애인용 전문교재가 늘 부족했다. 더 많은 전문지식을 공부하고 싶어도 그가 읽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돼 있다는 사실이 늘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컴퓨터를 통하니 관련분야의 최신 논문을 점자책 형태가 아니어도 스크린 리더를 통해 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껏 컴퓨터 연구과학자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스크린 리더와 같은 기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동료와 함께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크린 리더를 시연해서 보여준다. 컴퓨터를 켜고 커서를 옮기자 컴퓨터에서 목소리가 말을 건다. 로그인을 하라는 안내에 따라 아이디를 치고 구글 문서에 들어가자 '출장 스케줄표'가 나온다. 커서를 이리저리 옮기자 목소리가 내용을 읽어준다. 스마트폰에서도 날씨부터 뉴스까지 목소리로 필요한 모든 것을 들려준다.
라만 박사는 "크롬 OS의 스크린 리더 '크롬복스'와 안드로이드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의 '토크백' 등은 기본으로 탑재돼 있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무료로 쉽게 사용할 수 있다"며 "시각 및 청각 장애인들도 동료들과 스케줄을 의논하고 의견을 교환하는데 아무런 불편 없이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개발했다는 '인터섹션 익스플로러'도 소개한다. 지도상의 교차로를 중심으로 음성으로 길 안내를 해주는 서비스다. 시각장애인도 낯선 곳에서 자유롭게 활동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그는 "요즘은 정보가 개인의 능력을 결정짓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 만으로 정보를 얻는 것이 남들보다 뒤처진다면 그것은 곧 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얘기다. 라만 박사는 "한국의 우수한 앱 개발자들도 이 같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정보의 민주화가 중요한 시대"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