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마트가 쉬니, 옆 동네 마트가 특별 세일?"

자치구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실시하는 곳이 속속 늘고 있다. 이 와중에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역별 시간차를 활용한 타깃 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논란을 낳고 있다. 소상공인 영업활동 보장을 위한 의무휴업 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 류승희기자

◆의무휴업 틈타 "옆 동네 손님들 어서 오세요" 

"롯데마트 서울역점 이번주 일요일(5/13) 정상영업합니다."
"초특가 상품 1. 하우스 수박 2. 국내산 냉장 삼겹살…."

지난 5월1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주부 안 모씨는 이 같은 안내문자를 받았다. 다음날인 13일은 마포구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일제가 처음으로 실시되는 날이었다. 따라서 옆 동네인 중구에 위치한 대형마트가 특별세일을 강조한 문자메시지를 안씨에게 보낸 것이다.

안씨는 "마포구에는 롯데마트가 없어 이마트를 이용해 왔는데 의무휴업 때문에 이마트가 쉬니까 바로 이런 안내문자가 왔다"며 "고객 개인의 거주지까지 파악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유쾌하진 않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가 실시하는 틈새를 비집고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인다는 게 씁쓸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경제진흥본부 소상공인과의 자료에 따르면 5월 둘째주(5/13)를 기준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실시한 자치구는 모두 11곳. 마포구와 서대문구 등이다. 5월 둘째주인 27일을 기준으로 의무휴업에 동참하는 구는 노원구, 도봉구 등을 포함해 예닐곱 곳이 더 늘었고, 나머지 지역구 대부분은 6월 중 순차적으로 의무휴업에 들어간다.

그런데 대형유통업체들이 이 짧은 시간차를 놓치지 않고 대대적인 고객유치 마케팅에 나서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의무휴일에 맞춰 고객정보에 따라 거주지를 참조해 쉬는 매장의 안내와 함께 인근에 영업하는 매장을 소개하고 할인품목을 안내하고 있다"며 "의무휴업을 실시하는 지역의 잠재고객을 유입하려는 것보다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한 정보안내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이마트 등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특별세일 품목과 가격을 자세하게 적시하며 고객을 유인하고 있어 단순한 안내 문자메시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찮다는 점이 있다. 식품과 생필품을 두루 포함한 세일품목 위에는 '초특가 상품'이라고 방점을 찍는다.

특히 5월 넷째주인 27일은 업체들마다 이 같은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였다. 26일부터 28일까지 황금연휴가 이어져있는 데다 의무휴업을 실시하는 점포수도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경우 5월 둘째주 54개 점포가 의무휴업을 시행한데 이어 넷째주에는 77개 점포가 문을 열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5월 둘째주 40개 점포가 휴무한데 이어 넷째주에는 추가로 12개 점포가 쉬었다. 따라서 대형마트들은 '인기 생필품 최대 반값 덤 증정', 'FTA 무관세 상품 기획' 등 파격적인 할인상품을 내세우며 고객들을 유혹한다. 
 

사진 류승희기자
 
◆"정당한 기업 마케팅" vs. "의무휴업 무용지물" 

5월 두번째 의무휴업일을 며칠 앞둔 지난 23일 중구에 위치한 대형마트 한곳을 찾으니 입구에 붙어있는 '매주 일요일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큼지막한 안내문구가 눈에 띈다. 인근의 마포구와 서대문구 등이 의무휴업을 실시하자 부착한 안내문이다. 매장 곳곳에는 "대형마트의 주말 강제휴점은 서민들에게 큰 불편과 많은 부작용을 초래합니다"라는 내용의 안내 벽보가 곳곳에 붙어 있다.

이곳 매장 직원은 "행사품목이나 할인 폭은 매장마다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어렵다"면서도 "보통 주말에는 식품 위주로 대여섯가지 품목을 세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 13일에는 생필품까지 조금 더 많은 품목에서 할인행사가 진행되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주말에도 캠핑용품을 비롯 생필품을 반값 할인한다는데 아무래도 황금연휴이니까 할인품목이 늘어난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대형마트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의무휴업에 따른 매출 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4월과 5월 의무휴업을 실시한 점포들의 매출 추이를 비교해 보면 대략 5~15%의 감소가 있었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매출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토요일 특별할인이나 의무휴업일 정상영업 안내를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 활동인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마케팅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다간 의무휴업제도 도입의 취지 자체를 무용지물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분분하다.

시장경영진흥원 측에서는 대형마트 인근의 재래시장을 조사한 결과 매출이 15~30% 올랐다고 발표했지만, 취재 결과 재래시장의 현장 반응은 냉랭했다.

마포구에서 영업 중인 재래시장 상인들은 "옆 동네 마트까지 나서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면 의무휴업을 안 하는 것만 못한 것 아니냐"며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분위기라면 누가 재래시장에 오겠냐"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로서는 이 같은 대형 마트의 마케팅 활동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은 규제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한상공회의소와 시장경영진흥원 등 소상공인 진흥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기관들은 논란과 관련된 언급을 회피했다.

대항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 같은 대기업의 영업활동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가 실효성을 갖고 소상공인들에게 고객을 유입하도록 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기업활동인 만큼 지금으로서는 추가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시장경영진흥원 측에서는 "재래시장 등 소상공인들에게 의무휴업이 실효성을 갖고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대형마트들의 마케팅 강화 등과 관련해서는 예민한 문제인 만큼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전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