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 1월 강남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사건이 벌어졌다.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최모씨(여·44)는 강남구 역삼동의 오피스텔 등을 월세로 빌린 뒤 이를 시세보다 저렴한 수준의 전세로 임대하는 방식으로 25명으로부터 약 17억원의 전세금을 빼돌렸다. 최씨는 고급 수입차를 리스해 타고 다니면서 "내가 실소유자인데 세금문제로 외국에 있는 지인의 이름을 등기부에 올렸다"면서 실제 주인의 주민등록증 사본 등을 제시해 피해자를 안심시켰다.
#2. 지난해 7월 대전지법은 아파트 임차서류를 위조해 집주인 행세를 한 서모씨(여·46)와 남편 정모씨(46)에게 각각 징역 15년과 1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충남 천안에서 세입자들을 상대로 무려 48억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챘다. 이로 인해 자살을 선택한 세입자가 있을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었다.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을 미끼로 세입자를 곤경에 빠뜨리는 부동산 전세사기가 이어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올 초 강남 17억원 오피스텔 사기사건과 지난해 천안의 48억원 피해가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 외에도 천안 중개보조원 사기사건, 수원 집주인 위장 사건 등 세입자를 상대로 한 전세사기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주택시장은 내 집 갖기보다 세입자가 홀가분한 분위기다. 부동산 커뮤니티를 보면 '주택 손해보고 팔아서 전세살이로 돌아왔더니 맘이 편하다'거나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아 내집마련 시기를 미루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세사기사건이 횡행하는 요즘 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이 주의해야할 점은 무엇일까.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전·월세 구하기 방법을 알아봤다.
1. 등기부등본 확인, 권리관계 분석하라
전세계약을 하기 전 전셋집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등기부등본은 해당구청이나 공인중개업소에 요청하거나 대법원 인터넷등기소(www.iros.go.kr)를 통해 발급받을 수 있다.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으면 등기부등본상의 집주인 명의와 전세계약 시 계약자 명의가 동일한지 우선 확인한다. 구청의 재산세 납부 여부를 통해 실제 집주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주민등록증을 분실했다고 하면서 주민등록등본 재발급 신청서를 보여주는 수법도 있으니 원본 요구도 체크 항목이다.
근저당권, 가등기, 압류, 가압류, 가처분 등의 권리관계도 따져봐야 한다. 만약에 근저당권 등이 등기부등본상에 설정돼 있으면 차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근저당권보다 후순위더라도 주택가격에서 우선순위의 근저당권 금액을 뺀 금액이 전세보증금보다 많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등기나 가처분이 설정된 집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도 소용이 없다. 소유권이 불분명한 가등기는 가등기권자가 언제든지 본등기에 의해 새로운 소유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경우도 계약을 하지 않는 게 좋다. 가처분은 소유권분쟁이 생긴 경우 원소유자가 임의로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임시 보존을 한 상태를 말한다. 가처분한 사람이 승소할 경우 세입자는 불법점유자 신세가 된다. 이 경우 강제퇴거를 당하고 전세금도 돌려받을 수 없다.
2. 세대수 체크, 확정일자는 필수
다가구 주택인 경우 현재 몇세대가 세 들어 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등기부상에 담보권이 설정돼 있지 않더라도 소액 세입자나 이미 확정일자를 받은 세입자가 있으면, 경매 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100%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우선순위의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변제하고도 전세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집값 하락을 고려하더라도 넉넉하게 전세보증금이 확보된다면 계약해도 된다.
전세계약을 했다면 우선 전입신고와 함께 확정일자를 받아둬야 한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잔금이 완료되는 날 하는 게 좋다. 해당 주민센터에 계약서를 가져가면 간단하게 받을 수 있다. 단 확정일자제도에 따른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주민등록전입신고만 해두고 실제거주는 다른 곳에서 한다거나, 실제거주는 하면서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해두지 않는 경우 보호받지 못한다.
3. 인터넷 직거래, 독 든 사과일수도
인터넷으로 매물을 쉽게 조회할 수 있고, 중개수수료가 없다는 점에서 부동산 직거래는 점차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부동산 직거래는 비용을 아낄 수는 있지만 위험요소가 여럿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선 개인 신상과 관련된 위험 노출이다. 집을 보러 왔다고 속여 혼자 있는 여성을 성폭행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거래할 때 중개사는 주택에 하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임차인에게 설명해줘야 한다. 그러나 직거래 때는 임차인 스스로 흠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만약 직접 거래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주택의 설비나 마감재 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주변 인물을 대동하자.
10만원 내외의 비용을 들이면 중개업자에게 계약서 작성을 맡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대서 서비스다. 거래의 책임성이 주어지는 부동산 중개와는 달리 대서 서비스는 책임이 문서에 국한된다.
때로는 경매로 넘어가기 직전의 집이 전세 직거래 매물로 나오는가 하면 세입자가 직거래를 통해 다시 전세를 놓는 방법으로 전세사기를 벌이는 등 피해 유형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직거래보다 중개업소를 통한 거래가 비교적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