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제약주에 화색이 돌고 있다. 제약주는 최근 약세장에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경기방어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종목에는 기관의 매수세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증시 천덕꾸러기에서 경기방어주로
몇 달 전만 해도 제약주를 샀다고 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부터 제약주는 약가인하 정책 시행을 앞두고 연일 미끄럼을 탔다. 올해 들어서만 지난달 말까지 평균 낙폭이 15%를 넘었다.
약가인하 정책이 시행되면 주가 약세가 완화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제약주 부진은 4월 이후에도 지속됐다. 한번 위축된 투자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최대 46%에 이르는 약가인하 타격으로 주요 제약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60% 줄었다. 실적 추락은 주가 하락을 더 채근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반등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조심스럽게 이제 바닥을 찍은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이달 초 코스피지수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제약주는 왕년의 '맷집'을 선보였다.
연초 이후 30% 가까이 급락했던 의약품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1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5% 상승에 그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LG생명과학 등 일부 종목에는 기관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기관은 4월12일부터 2달여 동안 43거래일 중 39거래일이나 순매수를 보이며 LG생명과학 60만주를 사들였다.
◆더 이상 악재는 없다…기대감 모락모락
적극적인 신제품 출시와 계절적 성수기 진입으로 3분기부터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상위 제약사의 경우 2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되지 않으면서 3분기부터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약가인하 이후 상위 제약사들은 해외 도입 의약품 수를 늘리고 유망 제네릭 의약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손실 분담 협상을 마무리 짓는 등 수익성 개선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판매관리비 절감과 원료단가 인하를 통해 3분기부터는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실적은 최악이었지만 2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3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며 "상위 제약업체의 실적 부진은 이제 끝이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약가인하에 따른 제약업종 손실규모가 1조7000억원으로 최근 6~7년 동안의 약가인하 손실 합계에 달할 만큼 커 앞으로 3년 정도는 추가 약가인하 정책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또 정부가 이달 안에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기로 하면서 이번 약가인하를 계기로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수익구조가 재편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업계에서는 매출과 연구·개발비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는 동아제약, 유한양행 등이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업황 자체는 크게 좋지 않지만 제약주는 언제든 한번 터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데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약가인하 등 정부 규제 흐름 속에 신약에 대한 파이프라인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적잖다.
LG생명과학만 해도 빠르면 이달, 늦어도 10월쯤에는 당뇨병 치료제 품목 허가가 날 가능성이 높다. 혼합백신이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사전적격심사를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_류승희기자
◆상위 제약사 위주로 옥석가리기…바이오주도 관심권
정부의 지속적인 약가인하 정책으로 시장 구조조정이 시작된 만큼 업체 간 옥석을 가려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소형 제약사들은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운 반면, 규모가 크고 브랜드가치가 높은 기업은 실적이 차별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미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리베이트 규제가 강해진 만큼 '정도 영업'을 하는 상위 제약사가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며 유한양행과 종근당을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았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4일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렸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아제약은 박카스 수출과 자체개발 신약 출시 등으로 펀더멘탈이 견조하고 한미약품은 영업상황이 최악 국면을 지나고 있어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녹십자에 대해서도 다른 제약사에 비해 약가인하 리스크가 적고 연구개발 파이프라인과 수출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추천 의견이 나온다. 녹십자의 독감백신은 지난해 WHO로부터 국제입찰 참가자격 사전품질인증을 받으면서 국내 최초로 백신 해외진출 가능성을 열었다.
제약주가 반등하면서 바이오주에도 관심이 모인다. 바이오주는 이달초 한국거래소의 코스피200지수, 스타지수에 전격 편입되면서 제약주와 함께 동반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스피200에는 파미셀이 깜짝 편입돼 알앤엘바이오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스타지수에도 메디포스트와 씨젠이 새로 편입됐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대형 제약주만을 주로 다루던 데서 바이오 업종을 함께 분석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김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에게 바이오는 플러스 알파 개념이었지만 최근 바이오주를 보는 애널리스트들이 늘고 있다"며 "제약과 바이오를 다루는 비중이 지난해 7대3에서 올해 5대5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바이오주 분석 리포트도 크게 늘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코스닥 바이오업종 관련 리포트는 17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