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느 해보다 가뭄이 길고 햇빛이 강했던 올해 초여름, 유일하게 표정관리가 안되는 곳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해내는 곳이라는 것. 예년과 다른 강한 햇빛 탓에 같은 값으로 더 많은 전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에 나온 얘기다. 그것도 요즘처럼 전력난을 겪고 있는 시대에 말이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도대체 태양광산업이 무엇이길래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업체들이 이토록 관심을 갖고 진출 러시를 이루는 것일까. 한국태양광산업협회의 도움을 받아 세계 태양광산업의 흐름과 우리 태양광산업의 경쟁력을 짚어봤다.
2012 세계 에너지 절약, 태양에너지 엑스포
◆태양광산업이란
건물 위에 설치된 복잡하고 널따란 태양광모듈. '태양광산업'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다. 이는 태양으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태양광시스템이다. 하지만 태양광산업이라고 하면 이 마지막 완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과정, 즉 '핵심가치사슬'을 모두 지칭하는 용어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태양광시스템'을 완성하기까지 필요한 ▲태양광 전지의 핵심소재로 태양광의 쌀이라 불리는 '폴리실리콘' ▲고순도 실리콘을 녹여 블록형태로 만든 '잉곳'과 이를 얇은 막 형태로 자른 '웨이퍼' ▲빛을 쬐면 음극과 양극을 띤 캐리어의 이동으로 전류가 발생하는 태양전지 '셀' ▲연결된 여러장의 태양전지들에 백시트, 부품 등과 함께 압력을 가해 넓은 판 형태로 만든 '모듈' 등 관련 산업군을 말하는 것이다.
국자중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이 1725억달러에 달했다"며 "우리나라는 석유나 석탄과 같은 자원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아 화력발전이 활성화되기 어렵고 원자력발전은 여러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라 태양광이 가장 잠재력이 큰 신재생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산업적 의미를 짚었다.
지난 5월 EPIA(유럽태양광산업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세계 태양광발전의 누적 용량은 69GW. 보통 원자력발전소 1개의 용량을 1GW로 본다면 원자력 발전소 69대가 태양광발전으로 세워진 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태양광발전의 비중은 매우 낮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국내 누적 설치량은 750MW 수준. 세계 누적 설치량의 1%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270MW가 지난 2008년 설치된 것으로 그 이후 계속 줄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국내 태양광발전이 더딘 성장속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 부회장은 "투자비용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직은 태양광발전을 위한 시설 설치 등 투자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전력생산의 효율성을 따져 본다면 화력발전에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웅진폴리실리콘-필라멘트
◆독일, 중국이 강국…우리도 기술력 뒤지지 않아
따라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력 개발이 태양광산업의 핵심이다. 투자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술력을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개발하고 보유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며 태양광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유럽이며, 그중에서도 독일이 강자다. 독일은 국민들이 전기요금으로 태양광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면서 지난해까지 전세계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설치용량의 35% 이상을 책임졌다.
그러나 최근 유럽지역이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주춤하는 사이 그 중심축이 아시아로 넘어오는 분위기다. 중국은 일찍부터 태양광산업을 반도체, LCD와 같은 하이테크 산업으로 지정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다양한 산업 지원정책을 펼쳤다.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내수를 키우며 지난해 세계 톱(Top)3의 태양광발전 시장을 구축하는 등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폴리실리콘부터 잉곳, 셀, 모듈, 시스템까지 태양광산업 전 분야에 다양한 사업자들이 고루 포진해 있다. 그 중 경쟁력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폴리실리콘이다. 고순도 폴리실리콘 제조에 요구되는 높은 기술력으로 세계 2위에 진입하는 등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세계 톱10에 진입한 기업이 한곳도 없다는 점이 문제다.
국 부회장은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보다 시작이 늦었던 만큼 아직까지 성과를 거두는 곳이 적다"면서도 "하지만 기술력은 어느 나라에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한 것 역시 아시아시장에서 선두다툼을 벌이는 경쟁자로서 한국 업체의 높은 기술력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태양광은 기술부분에서 반도체와 상당히 유사한 지점이 많기 때문에 인프라나 기술력 등에서 유리하다"며 "특히 강국들과 비교해도 기술력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잠재력을 강조했다.
◆공급과잉으로 가격인하…세계시장 구조조정 중
그러나 태양광산업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도 기술개발에 필요한 투자비 등의 부담으로 인해 몇몇 대기업들이 태양광산업에 뛰어들었다가 몇년 새 철수하기도 했다.
특히 전체시장의 70∼80%를 해외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태양광산업에 필요한 폴리시리콘 등의 원자재가격이 떨어지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2009년 태양광산업 붐을 거치면서 너도나도 태양광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이 한정된 수요에 비해 원재료를 과잉생산한 것이 문제였다. 인건비나 인프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에 비해 비용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기업들은 그만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 부회장은 "현재는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생존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며 "2014년이 되면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끝나고 회복기로 접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오히려 유럽과 같은 강국이 주춤하고 있는 이때가 우리로서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