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실수였다." 이렇게 고백해야만 하는 걸까. 솔직히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생전 한번도 그를 직접 본 적이 없지만 왠지 주커버그에게는 호감이 갔다.
28살의 갑부 청년이라서가 아니다. 주커버그가 갑부든 말든 내게 돈을 나눠줄 것도 아니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의 호감은 그가 큰 부자이면서도 갑자기 돈이 많아졌을 때 흔히 드러나는 속물근성이 없었다는 점, 돈으로 자신의 가치를 포장하려는 얄팍한 과시욕이 없었다는 점에 기인한다.
페이스북이 정식으로 나스닥시장에 기업공개(IPO) 신청을 했던 지난 2월, 그는 잠재적인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페이스북은 당초 기업으로 설립하지 않았다. 세계를 좀더 개방적이고 좀더 긴밀하게 연결하려는 사회적 사명(미션)을 성취하려 설립했다"고 밝혔다.
세상을 촘촘히 연결해 소통이 원활한, 열려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페이스북을 만들었다는 '사명론'은 얼마나 멋진가. 지금까지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위대한 꿈 없이 위대한 기업을 일군 기업가는 없었다.
헨리 포드는 1900년대초 부자들만 타던 자동차를 모든 사람들이 탈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자동차인 T모델을 선보였다.
주커버그가 쟁쟁한 월스트리트 은행가와 큰손이 모여든 IPO 로드쇼에 평소처럼 청바지에 까만 후드티를 입고 나타난 모습도 좋았다.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달라고 부탁하는 공식행사에 정장을 입지 않고 나타난 것은 무례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외양보다는 내면, 핵심에 집중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주커버그가 직접 도살한 고기만 먹는다는 점도 좋았다. 그는 "사람들은 돼지나 쇠고기를 먹으면서도 정작 살아 있는 돼지나 소의 대량 살상을 떠올리지 않는다"며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찾기 위해 직접 도살한 고기만 먹는다"고 설명했다.
평생 좁은 우리에 갇혀 학대당하다 도살당하는, 한번도 생명으로 대접 받지 못하고 태어난 순간부터 대량 유통식품으로만 취급되는 소, 돼지, 닭 등을 떠올리면 주커버그의 주장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주가 하락, 미래 불투명 입증?
하지만 최근 페이스북의 끊임없는 주가 하락과 이에 대한 무력한 주커버그의 대응을 바라보며 '그는 단지 치기 어린 젊은이였던 것일까'라는 회의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5월 공모가 38달러로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미끄럼을 타듯 주가가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7월 말 상장 후 첫 실적 공시 때도 2분기 이익 자체는 예상 수준을 맞췄으나 최근의 주가 하락과 향후 실적 전망에 대해 이렇다 할만한 설명이 없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페이스북, 그리고 주커버그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일까. 페이스북의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에 있다. 본사 건물로 들어가면 벽에 "뭐가 잘못될 수 있겠어?"라고 도전하는 듯한 반문이 적힌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다.
이 포스터는 28살 젊은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젊은 기업 페이스북의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려는 기업 문화를 상징한다. 최근 페이스북 본사를 방문했던 뉴욕타임스(NYT) 기자에 따르면 한 포스터에는 도발적인 질문 밑에 까만색 볼펜으로 작게 "모든 것"이라는 낙서가 적혀 있다고 한다.
"뭐가 잘못될 수 있겠어?"란 페이스북의 질문에 "모든 것이 잘못될 수 있다"는 페이스북 직원의 대답이 달린 셈이다. 이 낙서는 최근 페이스북을 둘러싼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분위기에 직원들조차 동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냉소적인 낙서로 훼손된 회사 공식 포스터를 떼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페이스북의 열린 문화를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페이스북의 고전은 상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페이스북의 사업모델과 미래 자체에 큰 물음표가 그려졌고 이것이 페이스북의 경영과 회사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웨스트우드캐피탈의 파트너인 댄 앨퍼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전형적인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며 "너무 높은 가격으로 상장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한때의 유행이 아니며 수익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의 충돌?
NYT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두 집단의 갈등이 페이스북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즉 페이스북의 본거지인 실리콘밸리와 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의 충돌이다.
월스트리트 금융가들은 페이스북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높은 만큼 빠른 매출액의 성장 모델이 제시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 경영진은 인내가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월스트리트 문화에 생소한 주커버그를 비롯한 페이스북의 젊은 경영진은 페이스북에 갑자기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왜 주가가 급락하고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지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데이비드 에버스먼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제로 지난 7월 말 실적 발표 때 "지금 우리는 과거와 똑같은 회사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장 직전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인터넷기업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때나, 주가가 급락한 지금이나 페이스북의 본질에는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페이스북 투자자는 주커버그에 대해 "기업의 방향을 설정하거나 상품 전략을 세워 나가는데 있어서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월스트리트를 관리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서툴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의 리서치회사인 프리브코의 샘 해매데는 "월스트리트에 28살의 CEO와 해커들은 외계인이나 마찬가지"라며 "때로 그런 이미지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월스트리트의 시각은 극단적으로 회의적이 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도 페이스북을 매도하는 이유가 있다. 주가 수준에 비해 매출액 증가율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 수많은 회원을 수익으로 연결할 모델이 온라인 광고 외에는 불투명하다는 것,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모바일시장에서 뚜렷한 입지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 등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에 따르면 주커버그는 잡스에게 더 나은 기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배우려 노력했고 잡스는 주커버그가 기업의 필요와 열정에 대해 타고난 직감을 가진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한때 '미래의 잡스'라는 평가를 받던 주커버그가 잡스처럼 전설적인 인물로 남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열정이 응집된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잡스와 애플처럼 오랫동안 전설을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금 페이스북의 본사는 한때 유망한 벤처기업으로 호평 받았던 선마이크로시스템즈가 있던 자리다. 지금 선마이크로시스템즈는 오라클에 인수돼 이름조차 남아 있지 않다. 페이스북과 주커버그는 애플과 잡스처럼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