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 속에서 매출이 줄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명품 매장이다. 샤넬과 프라다는 올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매출 신장을 보여줬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매킨지앤드컴퍼니가 조사한 한국의 명품 소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한국 내 명품 소비는 46% 증가했다.
전 세계적인 불황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명품 열기는 인간의 소비가 반드시 합리적인 차원에서 이뤄지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때로 우리는 상품이 아닌 상품에 담긴 이야기에 소비를 하고, 비이성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과한 소비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비단 일상 용품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자동차나 집을 구매할 때도 합리성보다는 과시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대출을 받아 무리할 때도 있다. 도대체 왜 이런 비이성적이며 불합리한 소비를 멈추지 못하는 걸까.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속 시원한 응답이 <소비 본능>에 담겨 있다.
저자인 개드 사드는 마케팅 교수이자 진화심리학 박사로, 이 책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인간의 소비 본능을 쉽고도 흡인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이를테면 ‘뷔페에 가면 왜 과식을 하게 될까’, ‘왜 남성은 고급 자동차에 열광할까’, ‘외할머니의 손자 사랑이 남다른 이유’, ‘왜 여성은 섭식 장애에 취약할까’, ‘왜 남성은 바람을 많이 피울까’, ‘예쁘고 잘 생기면 돈도 잘 번다’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다양한 현상과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진화론적 소비 행동의 뿌리를 파헤쳐 나간다.
사드 교수는 인간 소비 활동의 뿌리와 배경을 네 가지 핵심적인 진화론적 원인에서 설명하고 있다.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이유로 생존을, 상품을 성적 신호로 활용하는 이유로서 번식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선물을 주는 이유로 혈연 선택과 호혜적 이타성을 설명한다.
저자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로 생존과 번식을 목적으로 하는 ‘성 선택’과 ‘자연 선택’, 이 두 가지 진화적 힘을 통해 인간의 마음이 진화한 것이라고 역설한다. 따라서 인간의 소비 본능을 진화의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소비와 관련된 어떤 것도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광고를 할 때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모든 국가에 동일한 광고를 해야 할까, 아니면 국가마다의 특성을 고려해 지역에 맞춘 광고를 해야 할까? 사드 교수는 인간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착안해 그것을 진화심리학이란 방법론으로 풀어헤친다. 메시지나 반응 방식 등 광고와 관련된 현상의 어떤 것이 지역적 특수성에 기초하고 반대로 무엇이 세계적인 보편성에 따른 것인지 진화심리학적 방식으로 살펴봄으로써 해묵은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준다.
그동안 마케팅에서는 ‘차별화’란 단어 아래 특수하고 다른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가치를 부여했다. 하지만 사드 교수는 새로운 트렌드를 찾겠다는 사람들에게 “변하지 않은 트렌드들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라. 그러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트렌드가 보일 것이다”란 말을 던진다. 그리고 마케팅 아이디어는 그런 변하지 않는 트렌드에서 나온다고 덧붙인다. 변하지 않고 이어지는 트렌드나 현상들은 바로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것이 곧 본능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동물이다. 생존과 종족 번식의 본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본능을 반영한 제품일수록 당연히 성공 확률이 높다. 본능을 무시한 채 의식적으로 포장된 차이에만 주력해서는 일시적인 성공만이 가능하다. 남성은 자동차에, 여성은 하이힐에 열광한다는 표피적인 현상을 넘어서 거기서 생존과 종족 번식과 연결되는 성적(性的) 본능의 코드를 읽어내야 한다. 그런 본능의 코드를 포착하는 방법을 이 책에 나온 풍성한 사례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습득할 것이다. 특히 근본을 짚으며 혁신을 도모하는 마케터들이 본능적으로 집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