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종은 지난 수년간 정부의 규제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규제에 대한 부담은 제약주를 지난하게 괴롭혔고 주가는 제자리걸음만 반복했다. 하지만 업계의 생존문제까지 우려됐던 약가인하 리스크가 약화되면서 제약주들이 반등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규제위주였던 제약업종에 대한 태도를 바꿀 것이란 관측과 함께 제약사들이 적극적인 신약개발 및 해외진출로 하반기 이후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제약주가 지난 수년간의 규제리스크에서 벗어나 시장재편 등 구조적 변화를 맞이하면서 재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리스크 소멸 주가 반등 '슬슬'
제약업종은 지난 4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의약품업종지수는 3월 말 3308.52에서 4월 말 3086.99로 하락했고 5월 말에는 10.98% 내린 2951.88까지 떨어졌다. 종목별로는 동아제약이 8만1100원에서 7만1500원으로 11.84% 하락했고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각각 15.42%, 21.64% 떨어졌다. 종근당도 25% 가까이 내림세를 탔다.
하지만 약가규제 리스크가 점차 소멸되고 일반약 슈퍼판매가 시작되면서 제약주의 주가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6월 이후 의약품 지수(8월30일 기준)는 22.38% 뛰어 올랐다. 동아제약과 대웅제약은 각각 30%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한미약품과 종근당은 각각 60~70% 급등했다.
김현태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초대비 제약업종의 수익률은 시장수익률을 밑돌고 있지만 경기방어주 매력과 펀더멘털 개선이 부각되면서 5월 이후 상대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정부의 정책방향도 규제 중심에서 벗어날 것이란 점도 긍정적이다. 김현태 연구원은 "정부의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정책이 약가인하 집중에서 진료비와 진료행위료 조절로 바뀌어 중단기에 약가인하 정책이 도출될 가능성이 낮다"며 "이는 제약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정책지원·실적개선, 에너지 충분
정부가 제약산업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제약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제약업종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김나연 대우증권 연구원은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경쟁력 있는 의약품을 개발하고 해외시장 진출이 가능한 제약사 및 바이오기업에 대한 제도적·금전적 지원으로 혁신형 제약사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며 "복지부는 약가인하 등 단기적으로 제약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해외진출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제약업종을 둘러싼 정부정책은 기획재정부의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과 보건복지부의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 사이에 온도차가 있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제약협회 방문도 정부가 제약업계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제약협회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제약업계 관계자들과 제약산업 발전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경호 제약협회 회장은 "글로벌 신약개발이 어려운 일이고 정부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부에서 이해하고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의약품 분야에 대한 R&D자금 지원 확대 필요성 등에 대한 요청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반기부터 제약사들의 실적 개선세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혜림 현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본격적인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강화, 비용 효율화를 통해 주요 제약업체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약품·녹십자 기대 쑥쑥
한미약품은 북경한미의 성장성과 해외시장에서의 성공가능성 등을 근거로 제약업종 내에서도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나연 연구원은 "중국 제약산업 진출에 성공한 유일한 제약사로 북경한미를 통한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성이 기대된다"며 "연내 성공여부가 결정될 당뇨병치료제 'Laps-Exendin-4'의 기술수출이 가능해지면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턴어라운드 진입에 따른 주가 회복이 예상된다"며 "내수 처방 패턴 변화에 따른 내수시장 점유율 회복과 2분기 실적 호조에 따른 올해 실적 흑자전환 및 내년 수익성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머크(Merck) 대상 아모잘탄 수출 본격화 및 에소메졸 특허 승소 시 2013년 에소메졸 수출 개시에 따른 수출 모멘텀도 투자포인트로 제시했다.
녹십자는 기존 제품 매출 호조 및 수출 확대에 따른 실적개선과 다수의 글로벌 진출 및 R&D 모멘텀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높여야 할 종목으로 꼽힌다.
김현태 연구원은 "녹십자는 독감백신 매출 본격화와 중국에 대한 알부민 수출 등으로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두자리수 증가할 것"이라며 "수익성이 좋은 제품의 매출 호조와 국내 혈장 투입에 따른 원가 부담 완화로 영업이익도 두자리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미 독감백신 입찰 수주 및 계약 ▲유럽에 대한 혈액제제 수출 계약 ▲자체 개발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기술 수출 등 글로벌 진출 모멘텀이 예상되고 ▲자체개발 조류독감 백신 및 결핵 백신 국내 허가 ▲계절성 독감백신 멀티 도스의 WHO 사전승인 ▲자체 개발 혈액제제의 미국 임상개발 진전 등의 R&D 모멘텀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셀트리온도 실적 개선과 함께 주요 바이오시밀러의 R&D 모멘텀이 기대되는 종목이다.
김현태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상업 배치 매출 증가로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39.6%, 29% 증가할 것"이라며 "하반기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국내 출시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허가,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임상 개발 진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사 제품 도입으로 외형 성장이 지속되고 원료의약품(API) 수출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