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분야 중 하나가 소비와 문화를 연결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경영학이나 마케팅 소양이 요구되며, 기업에서는 많은 부문에서 상품기획이나 판매능력에 관한 역량을 중시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실제로 유효한 커리큘럼이나 전공서적을 찾는 것이 그리 녹록지는 않은 실정이다.
특히 많은 소비자 행동론 관련 출판물은 소비자의 마음을 아는 것보다는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개념과 이론에 함몰돼 있다. 이는 비단 대학만이 아니고 일반 기업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황상민 연세대 교수의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마음의 MRI 분석’이라는 방법론으로 한국인의 소비심리코드를 분석한 책이 바로 <대통령과 루이비통>이다.
저자는 기업이 세가지 통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첫째, 기업은 자신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알고 있으며 그에 맞는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에 차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상상 속의 소비자 심리라고 한다. 둘째, 기업은 최대 다수에게 만족을 주는 제품을 만들려 한다. 하나로 동시에 다 해결하려 한다. 세번째는 설령 소비자의 마음을 모른다 하더라도 설문이나 인터뷰를 통해 열심히 조사만 하면 될 것이라는 신념이다. 인터뷰 방식은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응답을 이끌어내는 것인데, 전적으로 그 응답자의 말에 의지한다. 그러나 과연 그 말에 담긴 내용이 진실이나 본질인지 알 수가 없다. 본심과는 다르게 이야기 할 수 있고, 본인도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 조사를 제대로 했다고 하지만 기초적인 조사에 그치는 것이 보통이다. 정작 이런 조사들은 소비자 행태, 즉 대상을 몇 번 이용하고 어떤 유형을 주로 사용하는지만 조사하고 진정 어떤 마음에서 나오는지 탐색하지 못한다. 예컨대 다른 대안이 없어서 이 제품을 쓰는 것인지, 브랜드 또는 유행 때문에 사용하는지, 아니면 정말 필요해서 사용하는 것인지, 스트레스 해소용인지 등 그 마음을 잘 담아내지 못한다.
무엇보다 저자가 강력하게 비판하는 것은 인간이 좋아하는 것을 단일하고 절대적으로 규정하는 기업의 행태다. 대개 이런 관점의 기업들이 사람의 마음을 측정하면 통계학적 종형의 곡선을 그리게 된다. 이는 기존의 통계학, 심리학, 경제학의 기본적인 가정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종형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펩시가 단일한 제품이 아니라 다양한 펩시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완벽한 콜라는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인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다품종의 사회, 소비자의 심리가 세분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정답의 모델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기존의 소비자심리분석을 넘어설 방법론으로 기존의 마켓 쉐어가 아닌, 마인드 쉐어(mind share) 차원의 연구방법을 제시한다. 이는 마음속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인터넷상에서 유행한 뇌 구조 그림이 이를 잘 나타낸다. 단순히 직관적으로 유형화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공명장치를 이용해 마음의 MRI기법을 사용한다. 나이, 성별, 직업, 계층, 지역, 학력 등에 따라 묶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믿음이나 신념에서 유사한 경향의 심리를 묶는 것이다.
기존의 인지 혹은 행태주의적 통계심리학에 바탕을 둔 소비자심리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문화적 관점의 소비자행동분석론을 제기하면서 방법론과 사례분석을 시도한 것은 이 책의 미덕이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우리 시선으로 한국인 행태의 개연성을 유형화하려는 데 기여했다.
황상민 지음 / 들녘 펴냄 / 1만5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