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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서 입장료 할인을 받으려면 궈우위앤(國務院) 신원빤꽁(新聞辦公, 국정홍보 담당부서)이 발행한 기자증이 있어야 합니다. 외교부가 발행한 기자증을 가진 외신기자는 혜택이 없습니다." (2012년 9월11일, 샨시성 화현 화산 입구 매표소 직원)
"번커(本科, 4년제 대학) 이상의 학생만이 입장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대학생은 할인대상이 아닙니다." (2012년 8월5일, 허베이성 청더시 푸닝쓰 매표소)
"중국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더라도 중국국적을 가진 학생만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12년 8월5일, 허베이성 진산링 만리장성 매표소)
중국의 유명 관광지에 가면 여행객과 매표소 직원 사이에 이런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초·중·고·대학생과 기자 등에 대해 관광지 입장료를 50% 할인해준다고 홍보했지만 현장에서는 이와 다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정책이 각 지방마다, 심지어는 같은 지방에서도 매표소마다 적용기준이 다르다.
기자에 대한 할인혜택은 그나마 '투명'하다. 중국기자들은 혜택이 있지만 외신기자에게는 대부분 혜택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에 대한 혜택 기준은 그야말로 '엿장수 맘대로'다. 조선후기에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熱河日記)로 한국인에게 익숙한 열하가 대표적이다.
현재 지명이 청더(承德)로 바뀐 이곳에서는 청나라 황제가 여름 별장으로 쓰던 '삐슈산좡'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다행히 이곳에서는 외국인 교환학생에 대해서도 120위안의 입장료를 50% 할인해준다. 하지만 피슈산좡 옆에 있는 '푸닝쓰'에서는 입장료 80위안을 다 받는다.
중학생의 경우 피슈산좡과 푸닝쓰 모두 50%를 할인해주지만 진산링 만리장성에서는 차별대우를 받는다. 그런가 하면 샨시성 따통의 '국윈강스쿠'와 '시앤콩쓰'에서는 '고맙게도' 외국인 중학생과 교환학생 모두에게 입장료 50% 할인혜택을 준다.
◆터무니없이 비싼 관광지 입장료
입장료의 할인혜택 적용에 대한 기준이 고무줄이라는 것 외에 입장료가 매우 비싸다는 사실도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중국 5대악(五大岳) 가운데 서쪽에 있어 서악으로 불리는 화산의 입장료는 무려 180위안(3만6000원)이다. 게다가 매표소에서 케이블카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 이용료로 20위안(4000원)을 더 내야 한다. 인근의 시안시에서 택시 기본요금이 6위안(1020원)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폭리다. 케이블카를 왕복으로 타려면 150위안(3만원)을 추가부담해야 한다. 1인당 350위안이니 4인 가족이면 1400위안(25만2000원)이 금세 날아간다.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구의 훈춘시 방천에 있는 전망대 입장료는 70위안이다. 북한의 두만강시와 러시아의 하산진 및 중국의 3개국 국경선이 맞닿아 있고, 한국의 실향민들이 많이 찾는 이곳에 12층짜리 전망대를 새로 지어 지난 8월1일부터 입장료를 40위안에서 70위안으로 올렸다. 중국인은 거의 오지 않고 한국 등 외국인만 찾는 것을 겨냥한 입장료 인상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중국의 천년 고도 시안에 있는 진시황제의 '삥마용' 입장료도 150위안이다. 그 인근에 있는,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놀음으로 유명한 '화칭츠'의 입장료는 110위안이다. 청더의 삐슈산좡도 입장료 150위안에 구내 전동 셔틀버스 이용료가 50위안이다. 따통의 윈강스쿠의 입장료는 150위안, 시앤콩쓰의 입장료는 120위안이다.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은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가장 비싼 '꾸꿍'과 '이허위앤', 그리고 거대한 석회암 동굴인 '스화똥' 등의 입장료가 60위안이다. 베이징에서 반경 500km 이내의 가장 높은 링샨(해발 2303m)은 45위안이다. 베이징시 정부가 입장료 상한선을 60위안으로 정해놓은 덕분이다.
◆인근 동네주민이 입장료 받는 이상한 나라
고무줄 잣대, 비싼 입장료와 함께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베이징에서 109번 국도를 타고 서쪽으로 2시간 가량 달려가면 다다르는 '롱먼젠'이 대표적이다. 링샨과 함께 베이징 '먼터오꺼우'의 명승으로 유명한 이곳 동문(東門)에선 입장료를 40위안이나 받는다. 매표소도 없이 인근 동네에 사는 사람이 돈을 받는데 영수증도 주지 않는다.
영수증도 없고 장부에 기입하지 않으니 입장료 받는 사람이 그냥 자기 호주머니에 넣어도 아무런 표시가 나지 않을 듯하다.
롱먼젠 인근에 있는 '쩐주후'는 더 기가 막히다. 입장료는 20위안이나 되는데, 볼 것이라고는 '자그마한 호수'(전체 길이는 7km가 넘을 정도로 큰 호수지만 눈에 보이는 부분은 조그만 저수지 같다)에 불과하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 전체를 돌아본다면 그나마 의미가 있겠지만(물론 유람선 승선료 40위안을 내야 한다) 30분이나 기다려야 하니 포기할 수밖에 없다. 왕복 40km나 되는 꼬불꼬불한 길을 40분이나 달려 찾아갔다가 이런 대우를 받으니 허탈하다 못해 울화가 치민다.
하지만 관광지의 입장료가 터무니없이 비싸고 입장료 할인기준이 들쭉날쭉이며 내가 낸 돈이 누군가의 호주머니로 슬그머니 들어갈지 모른다고 해도, 따지거나 화를 내면 나만 손해다. "규정이 그렇다"는 한마디로 그 어떤 합리적 이유도 일축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를 응징하는 방법은 2가지밖에 없을 듯하다. 하나는 그런 꼴을 보기 싫어 중국의 명승고적을 찾아가지 않는 소극적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비싼 입장료를 내는 만큼 가는 곳에 대해 사전에 많이 연구하고 열심히 집중해서 보면서 많이 배우는 적극적 방법이다. 이런 두가지 접근을 하지 않고 중국관광에 나섰다가는 터무니없는 입장료 때문에 여행의 기쁨이 울화통으로 바뀔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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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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