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거래세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인 정부와 거래량 감소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금융투자업계는 물론이고 학계까지 가세한 공방전은 접점을 찾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국회내 통과를 밀어부칠 계획이고 업계는 결사항전에 돌입할 태세다. 지난달 말 정부는 2016년부터 코스피200 주가지수 선물의 경우 거래금액의 0.001%, 옵션은 0.01%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은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복지경쟁을 벌이면서 다시 빠르게 진행됐다.
 
2009년 8월 당시 한나라당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혜훈 의원이 제출한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은 시장의 거센 반발로 표류하다 지난해 3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파생상품거래소가 있는 부산지역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반대 등으로 본회의까지는 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야가 어느 때보다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그만큼 파생상품거래세 신설에 반대하는 쪽의 공세도 점점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투기 억제" vs "시장 고사"
 
파생상품거래세 부과를 추진하는 쪽에서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을 강조한다. 근로소득을 비롯해 상속·증여 등 대부분의 소득에 세금이 부과되는 것처럼 파생상품거래에 대한 세금 부과도 당연하다는 것이다. 또 파생시장의 투기성향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파생상품거래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범교 조세연구원 본부장은 "파생금융상품이 상장된 지 16년째이고 세계적인 거래량을 보이고 있는 데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코스피200 선물 및 옵션에 대해 먼저 세금을 부과하고 다른 종목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파생금융시장은 지나치게 투기적인 거래가 만연했다"며 "거래세 부과를 통해 지나친 투기거래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물시장 대비 파생상품시장 규모 등의 지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등 투기적 성향이 짙어 억누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코스피200 선물과 코스피200 옵션 비율은 각각 785%, 6402%를 기록했다. 현물거래 금액 대비 파생상품 거래금액 비율은 코스피선물이 5.34배, 코스피200 옵션은 43.57배로 나타났다.
 
반대쪽에서는 거래세 도입으로 파생상품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준봉 성균관대 교수는 "고빈도거래자 등 현실적 요인을 고려하면 거래세 도입으로 선물거래량은 최소 39%, 콜·풋옵션은 최소 18%·39% 줄어들고 세율을 인상하면 감소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투기억제를 위해서는 모든 투자자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거래세보다는 비합리적 투자자(Noise trader)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미세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래세 도입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파생상품실장은 "중국 파생상품시장의 급부상으로 국내 파생시장의 상대적 경쟁력이 한계 상황에 있다"며 "낮은 세율의 거래세 부과로도 시장간 균형을 급속히 무너뜨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수 확대 효과 있다? 없다?
 
세수효과에 대한 전망은 더 제각각이다. 한쪽에서는 1000억원 이상 세수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거래세를 부과해도 시장경쟁력을 일정부분 유지하면서 연간 1437억원의 세수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과세에 따른 거래량 감소를 감안해도 거래량을 기준으로 선물시장은 세계 7위, 옵션은 1위 수준인 만큼 과세 충격이 크지 않아 옵션 거래세율을 정부안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국거래소는 세수규모가 2011년 증권거래세수인 6조8000억원의 1.2%인 79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정반대의 결과를 도출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거래세 부과시 최대 연간 11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의 방침대로 거래세가 도입되면 선물과 옵션에서 10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지만 주식거래에서 최대 21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세법학회는 국가재정 측면에서 파생상품 거래와 직접 연관된 국세와 지방세, 교육세까지 고려했을 때 향후 5년간 4131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는 수수료 등 수익에 대해 22% 세율 법인세와 0.5% 세율 교육세를 내야 하며 수익이 감소하면 법인세와 지방세 세수도 줄어들게 된다.
 
 
◆거래세 부과 세계적 추세?
 
거래세 부과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에 대해서도 찬반 양쪽은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홍 본부장은 "(파생상품은 아니지만) 영국과 미국 등 세계 양대 금융시장에서 모두 양도소득세뿐 아니라 거래세도 부과하는 등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국제적인 현상"이라며 "대만의 경우 세제도입 후 싱가포르보다 시장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영국은 주식거래에 대해 인지세 형태의 거래세, 미국은 연방정부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예산 충당을 위해 증권거래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이 교수는 "과세기반 확대로 세수확보를 위한 보완적 세제인 거래세의 존재이유가 퇴색되고 있고 거래세의 시장안정화 기능에 대한 회의적 시각으로 국제적 흐름은 거래세에서 자본이득세로 전환되는 추세"라며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1991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했고 스웨덴은 1984년 증권 및 파생상품거래세를 도입했다가 7년 만인 1991년 폐지했다. 일본도 1999년 파생상품거래세를 폐지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