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페라테너 임형주는 요즘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한국과 일본, 유럽을 종횡무진 누비며 공연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다. 비행시간을 포함해 유럽을 단 2박3일로 다녀올 정도라니 얼마나 바쁜 일상일지 가늠할 수 있었다.
서래마을의 한 카페에서 임형주를 만났다. 그는 매니저도 동석인도 없이 혼자 모습을 드러냈다. 음악인이어서 까다로울 것 같았지만 수더분하게 얘기를 늘어놓는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수다를 떨며 인터뷰가 시작됐다. 음악, 글쓰기, 재테크까지 팔방미인인 그의 3색 매력을 들여다 봤다. 똑똑한 소비 실천 "저는 많이 번 만큼 많이 써요. 그래도 똑똑하게 쓰려고 하는 편이예요."
임형주는 자타공인 재테크의 달인이다. "나이에 비해 분에 넘치는 소득을 벌고 있다"며 겸손해하지만 그가 지금껏 벌어들인 수익은 이미 수백억원에 달한다. 그렇게 많이 벌고 많이 쓴다. 하지만 결코 돈을 허투루 쓰지는 않는다. 그가 보여준 지갑 속에는 신용카드가 빼곡하다. 큰 지갑 2개와 작은 지갑에서도 카드가 나온다.
그는 부자면서도 소비는 똑 부러지게 한다. 물건을 구매할 때도 어떤 카드를 낼지 망설인다. 전월실적과 혜택을 따져보기 위함이다. 백화점 쿠폰과 마트 쿠폰도 늘 들고 다닌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쿠폰을 함께 꺼낸다.
"분명히 아낄 수 있는 쿠폰이 많고 할인되는 카드가 많은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결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것저것 따지는 게 부끄럽다는 이유에서죠. 저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저에게는 체면보다는 실속이 중요하니까요."
지갑 속에서 눈에 띄는 건 바로 연회비 200만원을 호가하는 VVIP카드. 임형주의 지갑에는 이러한 최고등급 카드가 카드사별로 하나씩, 7개나 된다. 이는 자신의 부를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해외에서 사용이 많은 만큼 해외에서도 마일리지를 적립받기 위해서다.
"저처럼 카드 사용을 꼼꼼히 하는 사람도 드물 거예요. 저는 VVIP카드 회원에게 제공되는 각종 호텔 음료 쿠폰과 기프트를 하나도 빠지지 않고 다 챙겨요. 그것도 다 돈이니까요."
그가 굉장한 신문광인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지난해에는 한국신문협회가 주관한 '올해의 신문읽기 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경제면은 그가 특히 좋하는 지면이다. 그렇게 많은 정보를 접한 덕에 투자도 곧잘 한다.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게 불과 몇년 안 돼요. 예전에는 숫자에 약하고 때로는 귀찮았죠. 수입은 주로 어머니가 관리하지만 얼마정도는 떼어주셔서 제가 직접 투자하기도 해요. 요새는 ELS에 관심이 많습니다."
임형주를 수식하는 또 다른 이름, 작가
임형주를 그저 음악인으로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난해에는 <임형주, 장희빈을 부르다>라는 책을 낼 정도로 글쓰기에도 열심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닌 역사서다. 여러 자료를 수집하고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쓸 수 없는 책이다. 음악인과 글쓰기란 영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아 보이지만 그는 모 일간지에 2년여간 칼럼을 연재할 만큼 글쓰기를 꾸준히 해왔다. 또 다른 경제지에서는 '임형주가 만난 리더들'이란 코너를 통해 사회 각층의 리더를 만나 글로 풀어냈다.
임형주는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기자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본업이 글쓰기가 아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물론 마감이 주는 압박은 싫지만 제 글이 남는 게 음악으로 남는 것만큼 매력적인 일이란 걸 알았죠."
그의 원래 꿈이 앵커인 것을 알았을 때 글쓰기가 취미라는 그의 말이 수긍이 갔다. 어렸을 때는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타올 정도로 소질이 있었다.
"어렸을 때 TV에 나와서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전달해주는 앵커가 대통령보다 멋있어 보였죠. 이지적이고 단정한 이미지를 좋아하거든요."
사회를 향해 소통하는 사람
어느덧 데뷔 15년차에 접어든 임형주는 데뷔와 함께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음악으로 번 돈을 남을 위해 쓰는데도 아끼지 않는다. 2009년에는 자신의 수입을 보다 의미 있는 일에 사용했다. 150억원을 출자해 '아트원 문화재단'을 만든 것이다.
아트원 문화재단이 하는 일 중 하나는 '멘토 앤 멘티' 사업이다. 그는 멘토 앤 멘티를 통해 재능은 있지만 재정이 부족한 학생들을 발굴, 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있다. 재능이 있어도 교육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예술가로 성장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제가 재능으로 번 150억원이 다시 재능을 키우기 위해 쓰여지잖아요. 재능이 재능을 키워주는 셈이죠."
자선봉사 역시 그가 바쁜 가운데서도 놓치지 않는 일 중 하나다. 벌써 15년째 자선공연을 빼놓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물어봐요. 왜 돈도 못 버는데 지방이나 해외까지 가서 자선공연을 하느냐고요. 이유는 단 한가지예요. 제가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죠."
그는 요즘 새로운 도전으로 설렌다. 국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가수만 올랐던 꿈의 무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1월18일 단독 공연을 갖기 때문이다.
"최연소를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에도 다시 최연소가 됐어요.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최연소 가수가 됐거든요. 다른 어떤 공연보다도 제게는 소중한 공연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