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영진씨(38)는 25일인 카드 결제일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갚아야 할 신용카드 대금을 소득 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돌려막기를 위해 새로 카드를 발급받을 예정이었는데 신규 발급이 거절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카드 돌려막기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잘 알지만 현실적인 불(연체 위험)을 끌 수 있는 수단이었는데 이마저 막혀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카드 돌려막기(credit card surfing)가 봉쇄됐다. 금융위원회가 10월 말 발표한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모범규준'에 따라 신용카드 3매 이상으로 카드 대출을 받은 경우 신규 신용카드 발급이 제한된다. 또한 신용카드 이용한도를 가처분소득을 바탕으로 하향 조정했다.
6월 말 현재 신용카드를 3매 이상 가진 카드 대출 채무자는 96만4000명에 달한다. 약 100만명의 카드 채무자들이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뾰족한 대책 없이 폭탄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게 된 셈이다.
◆ 고금리보다 더 무서운 '줄지 않는 빚'
카드 대출(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은 보통 연 20%가 넘는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카드 대출의 가장 무서운 독(毒)은 '쉽게 줄지 않는 빚'이라는 점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카드 대출의 가장 큰 위험성은 사람들이 채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더 많은 사용이 이뤄지게 돼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관련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칼을 빼든 이유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 대출 이용자 중 다중채무자는 53.5%로 나타났다. '카드 대출을 다시 카드 대출로 갚는' 난국에 빠진 채무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 카드 대출을 받다보면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쳐 더 많은 이자를 물고 대출을 받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기 쉽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긋지긋한 카드 대출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우선 현 부채상황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동인 포도재무설계 재무상담사는 "카드 대출자들의 경우 흔히 '다음달에는 보너스달이니까' '할부가 줄어드니까' 하는 식으로 상황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근본적으로 소득이 늘지 않는 한 시간이 갈수록 카드빚 상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으므로 현재 부채 규모를 파악한 뒤 빚을 줄여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 역시 "흡연가가 담배 끊기 만큼 힘든 것이 카드 대출"이라며 "금연을 결심할 때처럼 독하게 스스로를 옥죄는 마음가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매월 결제대금의 최소 금액만을 갚아가는 방식의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경우 더욱 굳은 각오가 필요하다. 송 이사는 "카드 이용한도를 스스로 줄여나감과 동시에 최소 결제비율은 높여가라"고 당부했다. 최소 결제 비율이 10%였다면 다음달에는 15%, 20%씩으로 높여가라는 것. 더불어 이용한도는 축소 신청하라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매월 의무적으로 부여된 일정 금액을 갚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부채규모를 줄여나가라는 얘기다.
또한 다중의 카드 채무자가 대출 우선 변제의 순위를 정한다면, 우선적으로 현금서비스 리볼빙 사용금액을 상환하는 것이 권유된다. 올해 말부터는 신규 현금서비스 리볼빙이 사실상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미 현금서비스 리볼빙 잔액을 보유한 고객은 원칙적으로는 기존 약정대로 결제가 가능하지만 서둘러 상환하는 것이 좋다.
송 이사는 "일반 물품을 산 금액에 대한 리볼빙 서비스는 이자는 물더라도 신용에는 영향에 미치지 않는 반면, 현금서비스를 장기간 리볼빙으로 사용하면 고금리 이자는 이자대로 내면서 신용등급은 더 떨어지기 때문에 우선 상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응급처치는 햇살론 등 서민금융제도
카드 돌려막기를 해 온 대부분의 채무자들이 빚을 줄여가는 데는 현실적으로 상당기간이 필요하다. 당장 돌려막기에 제동이 걸린 이들에게 응급처치 방안으로 꼽히는 것은 서민금융제도 이용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바꿔드림론’, 서민금융회사의 '햇살론' 등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용대상이나 조건이 까다로운 것이 단점이다. 채무 상황을 고려해 이용 가능한 서민금융제도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은행의 저금리대출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은 신용카드 대출(카드론)을 평균 10.5% 수준의 대출로 전환해준다. 하지만 신용카드 이용액 중 현금서비스, 리볼빙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원대상은 연 소득이 4000만원 이하(신용등급 6등급 이하)인 경우 제한되며,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및 연소득 2600만원 이하 경우는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지원 가능하다(단 연 소득 4000만원 초과 4500만원 이하인 경우는 부양가족이 2인 이상이거나 사업자등록된 자영업자일 경우 가능). 지원 금액은 3000만원 이내이다.
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이상 상호금융)와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회사에서 취급하는 '햇살론' 전환대출 또한 카드론 등 대출만 저금리로 바꿀 수 있다. 이용한도는 3000만원 이내이며,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이거나 연 소득이 2600만원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무등록·무점포 자영업자 및 일용직·임시직 근로자도 해당이 된다. 대출금리는 9.04%(상호금융 상한), 10.69%(저축은행 상한) 내에서 결정된다.
<TIP> 달라진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체크포인트
1. 신용카드 발급 기준 강화 - 기존 만 18세 이상에서 민법상 성년자(만 20세 이상)로 한정 - 개인 신용 1~6등급 이내
2. 고위험·다중 채무자 발급 제한 - 금융기관 연체 채무가 있거나 결제능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신규 발급 제한 - 총 3매 이상의 신용카드로 카드대출(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을 이용하고 있는 경우 신규 발급 제한
3. 이용한도 차등화 - 기존 카드사의 이용한도는 결제능력의 300% 수준이었지만, 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1~4등급은 카드사 자체기준, 5~6등급은 월 가처분소득의 3배 이내, 7~10등급은 2배 이내로 한정하는 방식)
4. 신용카드 이용한도와 카드론 가능 금액 통합 - 기존에는 결제능력에 따라 신용카드(현금서비스 포함) 이용한도를 부여하면서 카드론을 추가 허용했으나, 카드론이 신용카드 이용 가능 한도 중 사용하지 않은 한도 범위 내 취급토록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