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가장 재미있는 볼거리는 '꼴찌 싸움'이다. 올해 중순께부터 내수 판매와 수출 판매, 전체 판매 분야에서 르노삼성자동차가 쌍용자동차와 최하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업체별 판매 현황을 살펴보면 르노삼성의 내수시장의 판매비중은 지난해 10월 6.4%에서 올해 10월 3.7%로 떨어졌다. 반면 쌍용차는 1.6%에서 3.4%까지 성장했다. 쌍용차가 2배 이상 내수판매를 늘린 반면 르노삼성은 40% 가까운 판매 감소를 맛봤다.
내수시장 점유율은 불과 0.3%포인트 차이로 접전을 펼치고 있지만 수출은 이미 전세가 뒤집어졌다. 10월 실적 기준 수출 부문에서는 만년 꼴찌였던 쌍용자동차가 4위로 올라섰다. 반면 르노삼성은 올 초부터 롤러코스터 판매량을 기록하더니 수출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내수·수출 모두 쌍용차에 밀리나
르노삼성이 10월 6676대를 수출하는 동안 쌍용차는 6842대를 팔았다. 회생 여부마저 불투명했던 쌍용차의 선전보다 한때 한국GM을 위협하기도 했던 르노삼성의 몰락에 업계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미 내수 부문에서는 두차례나 역전을 허용했다. 지난 6월과 9월 4000여대를 팔며 내수 꼴찌로 주저앉았다. 연간실적으로 보자면 여전히 쌍용차에 앞서고 있지만 올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4위를 장담할 수 없다.
르노삼성이 밝힌 10월 판매실적을 보면 대부분 마이너스다. 10월 내수와 수출을 포함한 판매실적은 전년 대비 -45%다. 올해 10월까지 누적결과 역시 12만7959대를 팔아 전년도 21만3940대보다 -40% 감소했다. 누적 기준 내수는 절반에 가깝게 떨어졌고(-47.8%), 수출도 별반 다르지 않다(-34.4%). 내수와 수출 모두 심각한 상황이다.
판매 하락폭이 적었던 수출 부문에서 쌍용차에 밀렸다는 점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상 첫 수출 역전을 기록한 점이 그렇다. 게다가 글로벌 영업망을 갖춘 글로벌 3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인도의 마힌드라와의 대리전 양상에서 르노-닛산 그룹의 패배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앞으로의 분위기도 별반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러시아와 중국의 선주문 효과와 모기업인 마힌드라사와의 수출계약을 통해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있는 반면 르노삼성은 여전히 해외 시장 회복이 불투명하다. 유럽이 여전히 경제위기 측면이 강하고 수출국 중 가장 많은 비중(약 30%)을 차지하는 중국시장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어 어려운 행보가 예상된다.
◆SM5, 기사회생의 등불?
온통 마이너스 투성이의 실적표에서 전월대비 내수판매율이 소폭 오른 것은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는 부분이다. 올해 9월 내수판매 4005대에서 10월 4677대로 16.8% 늘었다. SM5가 전월대비 38.3% 오른 것이 월별판매대수를 늘린 결과를 가져왔다.
마침 르노삼성은 이달 초 주력차종인 SM5의 신형 모델 '뉴 SM5 플래티넘‘을 내놨다. SM5는 1998년 이후 86만대가 팔린 '베스트셀링 카'다. 르노삼성은 이 차종을 통해 SM5 누적판매대수 100만대 돌파를 꿈꾸고 있다. 뉴 SM5 플래티넘을 통해 판매부진을 비롯해 대규모 구조조정과 매각설 등 끊임없는 악재를 극복하겠다는 심산이다.
르노삼성이 밝힌 뉴 SM5 플래티넘의 내수판매 목표는 연간 5만대. 월평균 4000대 이상을 판매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월평균 4000대는 지난달 르노삼성 브랜드 전체 내수 판매대수와 같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로 회사 전체 판매대수를 올리겠다는 회사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렇다고 가격이 파격적이지도 않다. 5개 트림의 가격은 2180만~2759만원이다. 전 모델에 비해 평균 40만원, 약 1.8% 가격이 올랐다.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시장 점유율 10%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합리적인 가격임을 고려하면 뉴 SM5 플래티넘의 매력은 크지 않다.
뉴 SM5 플래티넘이 그간 디자인과 성능에서 변화가 없다는 르노삼성차에 대한 비판을 불식시키기에도 부족해 보인다. 밋밋한 디자인은 그간 르노삼성의 판매부진의 시발점이 됐다. 최근 추세가 파격적인 디자인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얌전한 디자인에 고객이 얼마나 손을 들어줄 지 미지수다. 기존의 파워트레인을 그대로 가져다 쓴 모델이다 보니 성능 면에서는 개선된 점이 없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연간 5만대가 쉽지는 않지만 SM5가 주력모델이고 전체 차종의 판매 활성화를 위해 목표를 크게 잡았다”면서 “뉴 SM5 플래티넘 출시로 인해 예약판매대수는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뉴 SM5 플래티넘은?
르노삼성의 대표모델인 SM5의 3.5세대 모델이다. 중형 세단으로 3세대를 거치면서 인기를 끌다가 지난해부터 판매 급감을 겪고 있다. 신차 출시가 없는 르노삼성의 입장에서 이번 모델이 사실상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살릴 비장의 무기다.
동급 최초로 접근하는 사물을 감지해 경고메시지를 주는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SW)이 장착됐으며, 고급형 타이어 공기압 자동감지 시스템이 가솔린 전 차종에 적용됐다. 디지털 기기 활용이 많은 소비자의 성향을 고려해 스마트 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동급 최초로 적용됐다.
닛산의 2.0 CVTC Ⅱ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으며 연비는 구연비 기준 14.1km/l이다. 5개 트림에 대한 가격은 ▲PE 2180만원 ▲SE 2307만원 ▲SE Plus 2465만원 ▲LE 2612만원 ▲RE 2759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