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엔터주 대표 종목인 에스엠의 어닝쇼크를 계기로 엔터주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엔터주는 전세계적인 K-팝 열풍 확산과 성장성을 무기로 거품론을 잠재웠다. 하지만 엔터 대장주인 에스엠이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거품론이 다시 힘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뢰 추락에 '휘청'
에스엠은 지난 11월14일 3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72% 늘어난 515억2400만원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7억2900만원, 당기순이익은 87억4400만원으로 각각 72%, 65% 증가했다. 매출액은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했지만 영업이익은 눈높이를 한참 밑돌았다. 증권사들은 에스엠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500억원, 2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에스엠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으면서 엔터주들의 주가는 급격히 떨어졌다. 에스엠은 실적 발표 당일부터 사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6만9200원(11월13일 종가)이었던 주가가 6거래일만에 4만4350원으로 35.91% 하락했다.
에스엠과 함께 엔터주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같은 기간 20%에 가까운 하락률을 보였다. JYP엔터는 '큰손'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의 투자 소식에도 불구하고 7% 넘게 하락했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수익성을 증명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거꾸로 수익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에스엠·YG, PER 삼성電 2배↑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락하기는 했지만 에스엠과 와이지엔터는 여전히 고평가 상태다. 에스엠과 와이지엔터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6배(11월21일 종가 기준)가 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7~8배에 이른다. 코스피의 PER과 PBR이 각각 12배, 1.1배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PER과 PBR은 각각 15.54배, 2.41배이고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의 PER과 PBR은 26배, 5배 수준으로 에스엠이나 와이지엔터에 비해 낮다.
PER을 기준으로 고평가 여부를 따지는 것에 대해 논란의 여지는 있다. PER은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1차 잣대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없기 때문이다. 고성장세를 나타내는 기업들의 경우 PER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올해 3월에도 와이지엔터의 적정주가를 두고 증권사 애널리스트간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엔터테인먼트 업종 PER이 15.9배인데 와이지엔터의 PER은 이미 25배가 넘어 차익실현에 나설 때"라며 목표주가를 전날 종가(5만1700원)보다 낮은 5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주요 가수들이 수익성 높은 일본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일본 최대 엔터테인먼트회사인 에이벡스(AVEX)의 PER이 7.4배란 점을 고려하면 주가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유석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반대의 의견을 내놨다. 그는 "전체 매출의 67%가 음반 및 음원, 영상물에서 나오는 에이벡스와 와이지엔터를 비교해 고평가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면서 와이지엔터의 주가가 8만1000원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당시의 올해 예상실적 기준으로 PER이 29배가 넘는 수준이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국면에 들어선 만큼 30배에 달하는 PER을 결코 높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PER로 고평가 여부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현재 에스엠과 와이지엔터의 PER이 애널리스트들간 고평가 논쟁이 벌어졌던 당시보다 높은 것만은 분명하다.
◆목표가 줄 하향… 거품 빼기(?)
에스엠의 실적 발표 이후 아직까지는 엔터주에 대한 직접적인 고평가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증권사들은 기존에 제시한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리면서 목표가 거품빼기에 들어갔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에스엠에 대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는 국내 6개 증권사 중 5개사는 에스엠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목표가를 내려 잡았다.
LIG투자증권은 지난 19일 에스엠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3000원에서 25.3% 하향한 6만2000원으로 조정했고 한국투자증권도 목표가를 20% 이상 낮춰 잡았다. 현대증권과 대우증권, SK증권도 목표주가를 각각 10~16%가량 하향했다. 이에 따라 평균 목표주가는 기존 8만4500원에서 7만1500원으로 15%가량 낮아졌다.
동부증권은 유일하게 목표주가를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의 전망을 유지한다기보다 잠시 판단을 유보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권윤구 동부증권 연구원은 "종합콘텐츠업체로 나아간다는 회사의 전체적인 성격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4분기 실적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향후 자세한 실적 내용을 확인한 후 투자의견을 다시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이번 목표가 하향을 엔터주가 고평가됐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엔터주의 현재 주가가 너무 높은 상태라고 직접적인 평가를 내린 것은 아니지만 일제히 목표가를 내려 잡았다는 것은 그동안 과대평가를 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선제적으로 거품 빼기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어닝쇼크가 에스엠과 증권사 애널리스트간의 시각차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고 큰 틀에서 엔터산업의 성장성에 변화가 없는 만큼 고평가 논란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에스엠의 어닝쇼크는 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콘서트 등의 수익성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에도 문제가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엔터주가 어느 정도 조정을 보이기는 하겠지만 성장성이 크게 훼손된 상황이 아닌 만큼 고평가 논란이 거세게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엔터주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과 분석이 기존보다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엔터주의 상승탄력이 전에 비해 둔화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