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모씨(37)는 한국에서 대표적인 명차라 꼽히는 BMW를 구입한 뒤 수치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꿈에 그리던 차의 주인이 됐다는 기쁨도 잠시, 실상은 침수차에서나 나타나는 녹이 슨 중고차 오너가 됐기 때문이다. 주변에선 그를 ‘320녹디 오너’라고 놀려댔다.


지난 9월28일 뉴320d 모델을 구입한 신씨는 11월 초 보조석에 물건을 올려놨다가 떨어뜨리면서 시트 프레임이 부식된 것을 발견했다. 본사에 항의했지만 해당 부품만 교환해주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받았을 뿐 2주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조치는 없다.

신씨는 “당장 눈에 보이는 부분만 해도 여러 곳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 얼마나 부식됐는지 알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면서 “고객의 항의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BMW의 대응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토로했다. 그의 차 주행거리는 4320km에 불과하다.



신모씨(37)가 차량 시트 프레임 부식된 곳을 가리키며 부식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얼마나 부식됐는지 알수 없다”면서 “프레임을 교환해준다고 해도 미심쩍을 수 밖에 없다”고 불안해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국내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 중인 BMW코리아가 녹이 슨 차량을 판매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차량은 BMW 320d 모델이다. 해당 차량을 신차로 구입한 소비자들이 차량 곳곳에 부식된 프레임이 발견됐다며 항의하는 등 사태가 심각하게 번지고 있다.

◆부식 알고서도 판매는 계속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도 지난 20일 똑같은 사례가 등장했다. 'Sung****'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BMW 320d 오너는 출고한 지 2개월 된 차량 내부사진을 올렸다. 시트 밑부분과 등받이, 시트 연결부위 등이 심하게 부식돼 있어 신차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그는 “‘선박에 선적해 들어와 부식이 됐다’는 BMW측의 해명을 들었다”면서 “내부 인테리어까지 부식됐으니 창문과 선루프를 다 열고 선적한 듯하다”고 비꼬았다. 그의 글에 대해 많은 누리꾼이 침수차를 판매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의 글은 22일 현재 13만건 이상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 지난 20일 'Sung****'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출고 2개월 된 BMW 320d의 오너가 녹이 슬었다고 올린 차량 시트 하단부.(다음 아고라 해당화면 캡처)

더 큰 문제는 BMW코리아가 해당 모델의 부식이 있는 것을 인지하고도 차량을 계속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씨는 “본사에서 왔다는 팀장에게 차량 부식 상태를 확인시켜주려 했지만 그는 ‘다 알고 있으니 커피숍에서 이야기나 하자’며 상태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미 이런 상황을 여러번 경험한 게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차량 부식을 확인한 뒤 판매딜러에게 항의하기 위해 영업소에 방문했는데 그곳에 있던 진열차량을 확인한 결과 똑같이 시트부분의 부식이 발견돼 딜러와 실소를 금치 못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녹슨 차를 팔겠다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BMW코리아 측도 부식 차량의 판매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주양예 BMW 이사는 “22일 오전에 부식된 차량을 판매했다는 항의 메일을 확인했다”며 “현재 어떤 이유 때문인지 확인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BMW에 따르면 현재 부식 현상이 발생된 차량은 2012년 10월 판매된 1시리즈 58대, 2012년 2월부터 10월 사이 판매된 3시리즈 5006대 중 일부다.

BMW코리아는 기자의 취재가 진행되자 지금까지 판매된 320d 모델 약 5000대에 대해 전국 BMW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시트 방청 캠페인을 26일부터 진행하겠다고 22일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차량 시트에 코팅이 적용되지 않은 새로운 프레임을 적용했는데 산소와 결합하면서 운송과정에서 일부 차량의 부식이 발생했다”고 인정하면서 “부식 발생 유무와 관계없이 해당 모델을 보유한 모든 고객에게 무료로 시트 방청 작업을 실시하겠다”고 응답했다.

자발적 리콜 여부에 대해서는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캠페인이 적합하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BMW 측은 11월 출고차량부터 개선된 시트를 적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부식 차량 사도 환불·교환 어려워

1년 전 BMW는 부식 가능성으로 인한 리콜을 실시했다. 국토해양부는 BMW 9차종 3298대에 대해 전기배선 연결부에 부식이 발생해 점등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또 올해에는 판매량보다 리콜 수량이 더 많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자동차운영과 관계자는 “안전운행 등에 이상이 있는 경우 결함신고를 통해 리콜 조치를 할 수 있다”며 “이상 유무가 판단되면 통상 리콜 명령을 내리기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리콜 기준 1년 이내에 소비자에게 발생한 수리비용은 제조·판매사가 보상토록 되어있으며 부식 차량을 판매했다면 환불 또는 차량교환의 조치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외 포함 프레임 부식으로 리콜 명령이 내려진 사례가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일부에서 발견된 프레임 부식은 차량 외부에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소비자원 피해구제2국 자동차팀 관계자는 “해당 사례가 사실이라면 내부 부식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2년동안 4만km 이내 운행한 차량에 안전 등에 해당되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무상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중대한 결함이 발생되지 않는 이상 차량 교환이나 환불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국토부와 소비자원에 신고를 통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구입 단계에서 꼼꼼하게 챙겨보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인 셈이다.


■320d는 어떤 모델?

BMW 320d는 520d와 함께 BMW코리아의 대표적인 효자 차종이다. 월별 수입차 판매대수에서 종종 1위에 오르는 등 매달 꾸준히 300~500대가 팔려나간다. 올해 10월까지 3976대가 판매됐으며 2000cc 이하 수입차 판매순위 2위에 올라있다.

직렬 4기통 2.0리터 커먼레일 직분사 터보차저 디젤엔진을 바탕으로 구연비 기준 22~23km/l에 이르는 뛰어난 연비성능과 163~184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가격은 4500만~565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