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참, 손발 참 안 맞네!" 대형마트의 규제를 놓고 유통업계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중재자'를 자처한 국회와 정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선 '엇박자'가 나고 있다.

일단 정부와 국회의 '불협화음'이 논란거리다. 정부가 대형마트와 중소상인 간 '상생협약'을 주재한 사이, 국회에선 느닷없이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며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정부-국회, 상생 vs 마트규제 '엇박자'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던 대형마트와 중소상인들은 지난 11월15일 정부(지식경제부) 주재로 상생협력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대형유통업계와 전통시장·중소상공업계의 대표들을 만나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발족하면서 상생방안에 합의한 것.
 
이날 합의로 대형마트는 2015년까지 인구 30만명 미만의 중소도시에 출점하지 않고, 당장 12월부터 월 '평일 2일' 의무휴업을 약속했다. 그동안 유통법 규제에서 제외된 코스트코와 하나로마트까지 이날 회의에 배석하며 상생흐름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같은 날 국회에서는 대형마트 영업시간에 한층 강한 제재를 가하는 법 개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지식경제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자정~오전 8시'에서 '밤 10시~오전 10시'까지 4시간 확대하고, 한달에 1회 이상 이틀 이내인 의무휴업일도 3일 이내로 확대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 

같은날 이뤄진 이 같은 '촌극'에 유통업계는 "국회가 소비자에 대한 배려없이 법안을 처리했다"며 즉각 반발의사를 밝혔다. 나흘 뒤인 같은달 19일에는 전통시장을 대표하는 전국상인연합회가 유통산업발전협의회 탈퇴를 선언했다. 대형마트 측도 유통법 개정안에 맞서 헌법소원까지 제기하겠다며 '찬물'을 끼얹은 정치권에 강성을 냈다.

대형마트와 중소상인 간 모임을 주재한 지식경제부로서는 국회가 지경부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법처리를 강행한 바람에 여러모로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다행히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등이 한층 강화된 유통법 개정안은 11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상정이 무산돼 정기국회(12월9일까지) 내 유통법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지자체, 대형마트와 전면전…'이에는 이'

정부와 정치권이 '딴 목소리'를 내는 사이 마트대전이 펼쳐진 '전장'에선 지자체와 대형마트 간 지루한 혈투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놓고 양측의 격돌이 한층 더 격해졌다.  
  
최근 대형마트들은 지방조례에 따라 지정된 의무휴일에도 정상영업에 나서는 등 지자체의 규제 행보에 정면승부로 맞섰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의무휴일에 정상영업을 한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SSM)의 비율은 평균 97%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법이 시행된 이후 휴일 정상영업 점포 비율은 지난 6월 20%까지 떨어졌었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게 된 데는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결과가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법원은 유통업계가 서울 강동·송파구를 상대로 제기한 휴일영업 금지 등 처분취소 소송에서 절차상 문제를 들어 유통업계의 승소 판결을 내렸고, 이 판결 이후 대형마트와 SSM의 휴일 영업이 줄줄이 재개됐다.

실제 이 사건 이후 대형마트에 손을 들어준 법원의 사례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 최근 창원지법은 이마트,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이 사천시와 통영시, 거제시 등 8개 시·군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형마트에 내린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지난 9월에도 대형마트 5개사가 군포시장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처분취소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판결에 힘을 얻은 대형마트들의 영업고수 움직임이 점차 확산될 조짐이 일자 지자체들은 문제가 됐던 조례를 발 빠르게 개정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재추진하며 반격에 나섰다. 

광주광역시 5개 자치구가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 및 조정 조례'를 개정·공포했으며 강원도의 경우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관한 표준조례안을 만들어 도내 18개 시·군에 전달했다.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패했던 서울 송파구도 현재 법원의 판결 취지를 면밀히 분석해 조례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유통업체들은 지자체의 조례 개정안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계획하는 등 강수로 맞서겠다는 입장이어서 '지자체 vs 유통기업' 간 격돌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전경련 조사의 '불편한 진실'
대형마트 규제해도 재래시장 이용 안한다?
 
마트 규제를 놓고 유통업계가 일대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정작 대형마트를 규제해도 재래시장과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혜택이 없을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얼마 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형마트 규제 시 소형슈퍼마켓을 이용하겠다는 사람은 응답자 10명 중 3명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날 대처방식'에 대한 질문에서 재래시장이나 소형슈퍼마켓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고, 실제로는 하나로클럽 등 대기업이 운영하지 않는 중대형 슈퍼마켓을 이용(30.3%)하거나 다른 날 대형마트를 이용(19.5%)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아예 '구매를 포기한다'는 응답도 17.6%에 달해 정치권과 유통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대형마트 규제'의 현실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