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목돈 안 드는 전세', 문 '임대주택 등록제' 등 내놔
 
과거 대선에 비해 관심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부동산 공약은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분야다. 자본가에게는 투자처를 만들어주고, 무주택자에게는 살 곳을 마련해주는 부동산 정책은 그동안 선거 때마다 지역 표심을 자극하는 '흥분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현재 대선이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임에도 각 캠프에서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과거에 비해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야권 단일화 문제로 정책 구상의 심적 여유가 없었던 탓으로 보인다.
 

사진_뉴스1 허경기자
 
◆朴, 집 걱정 없도록 하겠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내세운 부동산 공약의 헤드카피는 '집 걱정 없는 세상'이다. 서민주거안정을 가장 큰 틀로 잡았다. 싸고 좋은 역세권에 행복주택 20만가구를 짓고, 렌트푸어가 될 걱정이 없도록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더불어 가계의 자산붕괴를 막기 위해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를 실시하고 저가 기숙사 2만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는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본인의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하고 대출금 이자는 임차인이 부담하는 제도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소득자가 수도권 3억원, 지방 2억원 이하의 전세계약을 할 때 적용된다. 박 후보 측은 연간 5만가구에 5조원의 대출지원을 약속하면서 임대인에게 과세 면제와 소득공제 등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제도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우스푸어 문제는 지분매각제도와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를 통해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분매각제도는 하우스푸어가 소유주택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매각대금으로 금융회사의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는 제도다. 매각부담은 캠코 등 공공기관이 진다. 공공기관은 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마련한다. 공공기관이 투자자에게 배당할 이자는 하우스푸어 주택의 지분에 따른 임대료로 충당한다.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는 현행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해 베이비부머의 부채상환부담을 완화시켜주는 제도다. 사전에 가입하게 되면 주택연금을 일부 미리 인출해 현재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
 
임대주택정책인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철도부지에 아파트, 기숙사 등을 짓는 계획이다. 40년 장기임대 후 리모델링해 재임대하는 방식을 취한다. 국유지인 철도를 이용해 시세보다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보증료와 임대료를 책정하겠다는 계산이다. 공사비는 국민주택기금 융자를 통해 충당한다.
 
◆文, '공공-민간-자가' 역할균형 맞추겠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주거복지 슬로건은 '맘 편히 사는 집이 먼저입니다'다. 주거복지를 위해 3대 약속 21개 실천과제를 내놓았다. 우선 주거안정은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자가주택 분야의 역할균형을 통해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 첫단추로 임대주택등록제를 도입해 임대차 계약을 투명하게 관리한다. 신뢰할 수 있는 임대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정수준 이하의 임대소득은 비과세로 하고 임대사업기간에 따라 재산세와 양도세를 감면한다. 음지의 임대계약을 양지로 끌어올려 세수를 확보하면서 일정요건을 갖추면 감세하겠다는 의미다.
 
세입자에게는 임대차계약을 1회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2년 주기 임대계약을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4.11 총선 때 새누리당이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도도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빈곤계층에게 임대료를 보조해주는 주택바우처 제도는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현재 5.3%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을 2018년까지 10%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민간주택 매입이나 임차 등 다양한 방법을 포함한다. 하우스푸어 문제는 '피에타 3법'(이자제한법, 공정대출법, 공정채권추심법)을 통해 예방하고 가능한 주거권을 보장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생애최초로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세도 면제한다는 계획이다.
 
뉴타운사업으로 대표되는 도시재정비사업은 4대강 사업 등 소모성 사업을 줄이는 대신 2조원으로 예산을 끌어올려 국책사업 차원의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도시재생사업본부를 신설해 범부처 사업으로 추진한다. 아울러 도시재생기본법을 제정하고 기존 뉴타운 출구사업에 대한 재정지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세대분리가 가능하도록 아파트 리모델링 규제 완화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주거복지 기본법을 제정하고 국민주택기금 용도를 개편해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 실버, 여성, 응급 가구에 주거안정을 꾀하는 방법도 계획 중이다. 단독, 다가구, 다세대주택은 철거 대신 집수리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주택관리는 협동조합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반응은?
- "공공과 민간기업 주택공급 이분화 필요"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는 이번 대선이 부동산 관련 이슈가 없는 선거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부동산 정책에서 두 후보 간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부동산 관련 정책대결은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한다. 다만 강도의 차이는 있다. 박근혜 후보에 비해 문재인 후보의 정책이 한발 더 개혁적인 성향을 띤다는 의견이다.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한건설협회는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정책 공약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차기 정부에 원하는 정책을 묻는 질문에 협회 관계자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과 SOC(민간투자 사회간접자본) 확대를 위한 지원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답했다.
 
박흥순 대한건설협회 SOC주택실장은 "국민경기 진작을 위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필요한데 두 후보의 공약에 이러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요즘 트렌드에 맞는 도시정비 공약이 부족해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하우스푸어 관련 정책을 두고 "인기영합적이라고 판단한다"면서 공공주택공급 정책에 대해서는 "공공이 늘리는 것이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이 임대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임대물량 확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무게중심이 분양에서 임대로 가는 것은 맞다고 본다"고 전제하면서도 "두 후보의 공약을 보면 1960~1970년대 영국에서 발생한 렌트 콘트롤 현상이 떠오른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영국의 렌트 콘트롤 사례는 주거용 부동산 임대료 인상액을 법으로 통제했다가 민간임대가 사라진 현상이다.
 
박 실장 역시 은평뉴타운의 중대형 파격임대를 의식한 듯 "정부가 왜 임대주택을 넓게 지으려는지 모르겠다"며 "공공은 좁고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파격적인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고 일정면적 이상을 민간에 맡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 실장은 "징벌적 과세를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종부세를 재산세로 편입해 누진율을 크게 하는 편이 낫다"면서 "임대주택 공급주체 역시 시장에서 순기능 역할이 있다. 2주택자 등 임대주택 사업자를 막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일부에서는 공약의 진정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새사연(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진남영 부동산 박사는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큰 차이가 없고 이슈도 없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전월세 상한제와 같은 중요한 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처럼 후보들의 공약에 진정성과 현실성이 있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은 서민주거안정 측면에서 민간과 시장을 구분하는 방법을 통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만큼 차기 정부에서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