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님, 양도세와 취·등록세 감면혜택 얼마 안남은 것 아시죠? 늦기 전에 오세요. 워낙 환금성이 좋은 매물이어서 늦으면 놓칠 수 있으니까 서두르세요."
직장인 김창균씨(38)는 최근 한 대형건설사가 공급하는 아파트 분양 마케팅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 전 우연찮게 걸려온 분양상담사의 전화에 가볍게 응대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난 6월 김포 한강신도시에 브랜드 아파트를 공급한 이 업체 분양상담사가 "놓치기 아까운 마지막 찬스"라며 견본주택을 방문할 것을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장기간 부동산시장이 패닉상태이며 더욱이 김포지역은 시장 악화에도 지속적으로 신규물량이 공급되면서 미분양이 쌓인 것은 일반인도 알고 있다"며 "투자하면 뻔히 손해 볼 것을 알면서도 희소성이네 환금성이네 하면서 수요자를 현혹하는 건설사들의 영업행태를 보면 물귀신 같다"고 토로했다.
주부 A씨(46) 역시 잊을만 하면 걸려오는 분양 판촉 전화와 마치 투자하면 대박이 터질 것 같은 포장된 문자메시지로 인해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6월 견본주택이 개관하면서 사은품이나 받을 생각에 이웃들과 내방하고 전화번호를 남겼는데 수시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전화 받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개발호재도 있고 세제혜택도 있으니까 놓치기 전에 남편과 오라며 일방적으로 날짜까지 정한다"며 A씨는 혀를 내둘렀다.
정부의 9.10 부동산대책 후속으로 발표된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혜택 시한이 불과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대형아파트에 발등이 찍힌 건설사들이 불확실한 미래 투자가치 등을 제시하며 '꼼수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다.
◆공급만 하면 미분양…'깡통시장' 전락한 '김포'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거센 한파가 휩쓸고 지나간 국내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 직전까지 몰렸다. 장기간 거래가 중단되면서 시장마다 급매물이 넘쳐났고 웃돈을 노리고 투자에 나섰던 수요자들은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견디지 못해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지난 2005년 개발이 시작된 김포한강신도시는 개발 초기 3년간 반짝 청약열풍을 보인 이후 공급만 하면 미분양이 쏟아지면서 건설사들의 공급회피 대상 0순위에 오를 만큼 '분양시장의 무덤'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수요가 바닥을 드러내고 시장이 장기간 침체국면에 빠진 상황에서도 김포한강신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물량 공세에 나섰으며 공급을 받쳐주지 못한 시장은 미분양아파트만 가득한 '깡통시장'으로 전락했다. 2009년부터 한강신도시를 비롯해 풍무지구 등에서 분양에 나섰던 건설사들은 4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분양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입주가 시작됐어도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속출했고 불꺼진 가구를 소진하기 위해 일부 건설사들은 분양조건을 변경하거나 각종 혜택(선입주 후등기) 등을 제시하며 수요자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얄팍한 꼼수에 롯데건설 '망신살'
지난 6월 공급만 하면 미분양이 속출하는 김포 분양시장이 때 아닌 청약열풍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롯데건설이 김포시 한강신도시 Ac-13블럭에 공급한 롯데캐슬 아파트 청약과정에서 3순위 마감을 하는 기염을 토해냈기 때문이다.
한강신도시 롯데캐슬은 1·2순위 청약 당시만 하더라도 소위 '파리만 날린다'는 속어가 나올만큼 저조한 청약률을 보였던 상황이어서 3순위 마감결과는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한강신도시 롯데캐슬의 뒷심은 그러나 정작 바닥을 치는 계약률을 보이는 기이한 현상으로 반전됐다. 1, 2순위 청약에 나섰던 롯데건설은 청약률이 저조하자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3순위를 염두에 두고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를 비롯해 내방하는 수요자를 대상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제공하며 청약률을 높이는 마케팅을 시도했던 것이다.
하지만 국내 시공능력평가 7위를 기록 중인 대형브랜드 롯데건설의 이 같은 3순위 청약 이면의 진실은 상품권 공세 이후 처참한 계약률로 인해 드러났다.
한강신도시 인근 L공인 대표는 "시장성도 불안한 김포한강신도시에서 1136가구 규모의 대단지 물량을 공급하는 롯데건설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때문에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3순위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상품권을 뿌려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꼼수 청약'이라는 여론의 뭇매만 맞은 셈"이라고 전했다.
◆희소성 높은 한강신도시 롯데캐슬?
분양 초기 상품권 공세로 '고무줄 청약률'을 기록했던 '한강신도시 롯데캐슬'은 현재 잔여물량 해소를 위해 공격적인 분양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은 수요자들을 상대로 다양한 조건과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김포도시철도(개통 예정)를 앞세워 단지 역세권을 비롯해 ▲고속화도로 ▲청정주거환경 ▲최적의 교육환경 ▲희소성에 따른 높은 프리미엄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캐슬 분양상담사는 "서울 전셋값이 오르면서 오히려 한강신도시 계약률이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양도세 100% 면제, 취득세 감면혜택의 최대 수혜지역인 한강신도시 롯데캐슬은 희소성까지 높아 향후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촉하고 있다.
이 상담사는 "내년 7월부터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들의 호기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인기가 높은 33평형의 경우 마감이 임박하고 있어 빨리 움직여야 계약할 수 있다"고 말해 매물이 금세 소진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조금만 늦으면 마감이 임박할 것이라는 분양상담사의 주장과 달리 전 주택형 중 가장 많은 물량(679가구)을 공급한 84㎡(33평형)은 실제 최소 200여가구 이상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99㎡(39평형)와 122㎡(48평형) 역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 또다른 롯데캐슬 분양상담사는 "오히려 중대형(39평·48평)의 물량은 얼마 남지 않은 반면 인기 평형인 33평형은 대략 200가구 남짓 잔여가구로 남았다"고 실토했다. 그는 이어 "48평형의 경우 롯데건설 직원들이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포 한강신도시는 건설사들이 각종 혜택과 조건을 앞세워 미분양 소진에 나서고 있지만 내년 역시 시장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미분양 악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적체된 미분양을 소화해줄 수요가 없다는 게 시장 악화를 부채질하는 가장 큰 문제"라면서 "김포를 비롯한 인근 일산, 부천, 인천지역 수요를 대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중산층 이하 수요가 대부분이어서 122㎡(구48평)대 중심의 미분양을 소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