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부동산 인기 하락으로 국내 시장이 어려워진 가운데 건설업계가 생존을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사와 조직 재정비를 통해 드러난 건설업계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국내 사업부분 축소와 해외 사업비중 강화로 정리된다.
건설업계가 해외비중을 강화하는 이유는 역시 ‘생존’이다. 국내 건설경기 위축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주택사업으로 재미를 볼 수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눈물의 땡처리’까지 내몰린 상황이다.
반면 해외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건설업계가 올린 올해 해외수주액은 575억달러로 2010년 716억달러를 기록한 이래 3년 연속 500억달러 이상의 수주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수주액 591억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기록이지만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오히려 수주액이 10% 이상 늘었다. 연말 수주액까지 합산하면 600억달러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수주 여전히 건재
업계에서는 올해를 사실상 해외건설 사상 최고 수주의 해로 꼽기도 한다. 2010년 수주액에는 186억달러에 이르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기업별로는 이라크 수주에 성공한 한화건설이 가장 두드러진다. 한화건설은 올해 80억억달러의 수주를 성공시키며 지난해에 비해 3배가 넘는 수주고를 올렸다. 해외건설의 명가 현대건설 역시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주고를 올리며 해외수주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울러 포스코건설도 작년대비 2배 넘는 수주액을 기록하며 올해 수주변동순위 '빅3'를 기록했다.
경험부족과 전문성의 한계로 미뤄오던 해외진출 사업을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이달 초 해외사업 진출을 발표한 한라건설이다. 한라건설은 UAE 아부다비에서 그룹 총수인 정몽원 회장, 정무현 부회장, 최병수 사장을 비롯해 해외법인장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건설부문 워크숍을 개최하고 해외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한라건설의 해외시장 진출은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척박한 국내 시장에서 더 이상 미래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자 결국 경영진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 지난달 건설업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발표한 슬로건 ‘이노베이션 앤드 챌린지 2013’이나 이번 아부다비 워크숍은 한라건설의 불황 극복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 해석이다.
GS건설이 싱가포르에서 수행중인 지하철 DTL(DownTown Line) 2단계 C913공구 공사모습/ 허명수 GS건설 사장이 지난 9월 싱가포르 NTF 병원 신축 공사장을 방문해 관꼐짜들과 함께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조직개편에서 드러나는 해외수주 열망
연말 건설사의 조직개편에서도 해외수주에 대한 열망이 드러난다. 우선 대우건설은 10%의 임원을 감원하는 등 조직 슬림화를 진행하면서도 점차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해외부문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조직개편을 들여다보면 해외수주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플랜트 부분의 사업 강화가 두드러진다. 기존 4본부(플랜트지원본부, 발전사업본부, 석유화학사업본부, 플랜트엔지니어링본부)에서 해외영업본부와 원자력사업실이 더해져 5본부 1실 체제로 바뀐다. 반면 국내영업본부는 공공영업실로, 개발사업본부는 개발사업실로 각각 격하돼 국내 건설비중 축소 여파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대림산업 역시 공종별 분리된 해외영업인력을 한 곳에 모아 시너지를 노린다. 기존 토목·건축·플랜트 사업본부 별로 나누어져 있었던 해외영업 부문을 해외영업실로 통합해 해외 수주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림산업의 해외영업 책임은 이철균 신임 사장이 맡는다. 대림산업은 내년 1월1일자로 이철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해외영업실장과 플랜트사업본부장을 겸직하는 인사를 최근 단행했다. 한편 대림산업은 사업개발실을 신설해 국내외 석유화학, 민자발전 등에 대한 디벨로퍼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상무 승진을 10명에서 4명으로 줄이고 상무보 10명을 부장으로 강등시키는 충격 인사를 단행한 GS건설에서 해외사업부문은 태풍을 피한 부서로 통한다. 주택사업본부와 건축사업본부, 개발실 등을 건축·주택사업본부로 축소 통합한 반면 올해 초 사업본부별 해외영업조직을 통합한 해외영업본부는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허명수 GS건설 사장이 싱가포르 등 해외 현장을 방문한 뒤 “우리의 미래는 해외시장 개척에 달려있다”고 주문할 정도로 영업력을 해외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일 그룹 인사를 통해 드러난 삼성물산의 방향성도 '글로벌'이다. 대표적인 것이 빌딩사업부 초고층본부장인 아메드 압델라자크 전무의 부사장 승진이다. 그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UAE의 ‘부르즈 칼리파’ 시공과 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승진 임원이 지난해 21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난 것도 해외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수주를 늘리라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대림사업이 사우디아라비아 얀부사업단지에 100억달러 규모의 EPC총괄 프로젝트 건설사로 최대 정유공장 건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우건설 알제리 부그줄신도시 공사 현장(왼쪽부터)
◆건설엔지니어링 등 다변화 공략 중
해외건설의 다변화된 시장 공략도 달라진 양상이다. 특히 정부는 해외건설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어 온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의 중장기 계획을 내놓으며 ‘건설업계의 살 길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13일 제5차 건설기술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했다면서 밝힌 내용을 살펴보면 2016년까지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업계 경쟁력을 세계 10위까지 끌어올리고 세계시장 점유율 5%를 이루겠다는 목표가 담겨있다.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첨단기술력을 통해 해외건설 수주 1000억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국내 건설업체의 엔지니어링 경쟁력은 세계 19위, 수주 점유율은 1.9%였다.
이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일찌감치 국내외 엔지니어링사를 물망에 두고 인수를 검토 중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