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업계 리딩기업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서경배 회장 시대'를 열었다. 부친인 고 서성환 창업주가 작고한 지 10년, 사장 취임 5년 만에 서 회장이 그룹의 수장 자리에 당당히 오른 것이다.
2002년부터 해외시장을 꾸준히 공략해 글로벌브랜드로의 기틀을 다져온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그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전세계적인 불황의 늪에서도 총매출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조6243억원. 2007년과 비교하면 매출 70%, 영업이익은 50% 가까이 증가했다. 당시 56만원대였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도 두배로 뛰어 120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주력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서 회장이다. 홍콩, 상하이, 베이징, 일본 등 아세안지역을 중심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창업주의 차남으로서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명실공히 실적을 인정받아온 그가 지난 1일 회장이 되자 본 궤도에 진입한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에 거는 그룹 안팎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 선택과 집중의 리더
서경배 회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1987년 태평양제약에 입사했다. 1997년 3월 ㈜태평양의 대표이사 사장직에 오른 이후 서 회장의 성과는 눈부시다. 대표이사로 일하던 15년 간 아버지가 일군 회사를 4배 이상 키워놓은 것이다.
서 회장은 대표이사 취임 이후부터 '선택과 집중'의 경영능력을 보였다. 한때 금융, 전자, 스포츠 등의 분야에 걸쳐 24개 계열사를 거느렸던 그룹의 덩치를 대폭 줄였다. 대신 그룹의 주력사업인 화장품을 집중 육성했다.
2006년 6월에는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으로 분할을 단행했다. 이로써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 에뛰드, 이니스프리, 아모스, 태평양제약 등의 계열사를 갖추게 됐다.
지주회사의 분할은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시키고 화장품과 생활용품, 건강제품 등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 시장점유율 1위, 려와 미장센 등 프리미엄 샴푸시장 1위, 해피바스로 바디클렌저 시장 1위 등을 차지했다.
기업분할은 또 각 분야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경영위험을 분산시키는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더불어 아모레퍼시픽의 기업 주가를 높이 끌어올려 경영능력과 지속적인 성장가능성을 주주들에게 보여준 계기가 됐다.
◆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
2008년 1월4일 기준 69만7000원이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2013년 1월3일 기준 121만3000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는 기업의 글로벌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 기업의 성장성이 해외시장 진출에 있다고 판단해 주가가 꾸준히 상승한 것이다.
올해 취임 당시 서경배 회장은 "아시아 대륙으로 세계경제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대약진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 회장은 대표이사 시절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힘써왔다. 1997년 '롤리타렘피카'라는 향수브랜드로 향수의 본고장인 프랑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 이어 홍콩, 상하이, 베이징,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태국, 미국, 브루나이 등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서 회장은 이후에도 '2020 글로벌 톱7'의 비전 달성을 위해 그룹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글로벌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서 회장 취임 이후 중국과 아세안을 중점적으로 한 글로벌 전략이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주가도 '고공행진' 중
아모레퍼시픽은 불황 속에서도 선전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을 갖추고 있다. 고른 제품군과 다양한 판매채널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탄탄한 로드샵을 갖추고 있고 백화점과 방문판매(방판), 마트, 면세점 등에서 헤라, 라네즈, 아이오페 등의 제품군이 고루 선전하고 있다.
송광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해외시장의 경우 작년 하반기에 일회적인 투자비용으로 이익이 시현되지 못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10%대의 이익을 거둘 것"이라며 "화장품업체들 사이에서는 중국이나 신흥아시아국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실적과 함께 기업 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혜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에 반등할 것으로 본다"며 "고가 라인의 판매가 약세일 때는 중저가 시장이 견인하고 해외 판매실적도 좋아 주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양 연구원은 "전반적인 성장이 좋기 때문에 횡보하다가 중국 소비 모멘텀이 강화되는 2분기 쯤에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각 증권사는 현재 120만원대를 상회해 140만~150만원까지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골칫덩이 태평양제약 해법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계열사가 대부분 효자노릇을 하고 있지만 골칫덩이도 있다. 지난해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 리베이트 쌍벌제 등의 정책으로 매출이 줄고 수익성이 악화된 태평양제약이 문제다. 2011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7% 감소한 1395억원. 결국 태평양제약은 상장폐지하기로 하고, 아모레퍼시픽그룹에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아모레퍼시픽의 선제적인 판단을 높게 평가했다. 그룹에 손해를 덜 끼치면서 태평양제약도 살렸다는 분석이다. 위기의 태평양제약이 성공적으로 회생할지 여부도 그룹을 총괄하는 서 회장에게 달려있는 셈이다.
■주식부자 대열 오른 서경배 회장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잘 나가는 만큼 서경배 회장의 부도 쌓이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 처음으로 자산가치 2조원을 돌파한 오너로 이름을 올린 것. 지난해 말 기준 서 회장의 보유주식 가치는 2011년 1조8020억원에 비해 1조원 이상 증가한 2조8540억원으로 평가됐다.
한편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3일 기준 주당 47만4000원)의 최대주주로서 보통주 444만3959주(55.7%)와 우선주 12만2974주(13.5%)를 보유 중이다. 여기에 아모레퍼시픽(주당 121만3000원)의 주식 62만6445주(10.72%)도 갖고 있다.
<프로필> 1963년생/ 연세대 경영과 졸업/ 코넬대 경영대학원 졸업 / 1987년 태평양 입사/ 태평양제약 사장/ 태평양 기획조정실 사장/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 대한화장품협회 회장/ 태평양(現 아모레퍼시픽그룹) 및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