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는 초일류 유통기업이라는 슬로건과 걸맞지 않게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인 직원 감시와 사찰을 자행해 왔습니다. 회사 측은 일부 직원의 과잉충성이었다고 어처구니없는 해명을 늘어놓습니다만, 그동안 취업규칙을 사측에 유리하게 바꿀 것을 권고한 게 허인철 이마트 대표 본인입니다."
지난해 11월17일 해고된 전수찬 이마트 노조위원장의 성토다. 노동조합을 결성한다는 이유로 해고된 그는 최근 더욱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자신이 이른바 '문제사원'으로 규정돼 있으며 수년간에 걸쳐 회사 측의 감시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감찰을 당한 건 전 위원장뿐이 아니었다. 전 위원장이 접촉한 이들까지 감시의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지, 그 사람들의 성향이 어떤지까지 주도면밀하게 감찰하고 보고된 문서가 발견됐다.
그는 거리로 나왔다. 시민들에게 이러한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다. 지난 1월22일 오후 신세계백화점 본점 정문 앞에서도 시위는 계속됐다. 이 자리에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단출했다. 문건을 처음 입수한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을 비롯해 서비스노조 관계자, 민주노총 노조원 등이다.
전 위원장은 "유통업의 본질은 소비자의 신뢰에 있는데 이러한 믿음과 신뢰를 저버렸음에도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며 "회사 측의 사과는 진정성이 없을 뿐아니라 기업 이미지가 깎일까 걱정하는데 급급하다"고 비난했다.
쇼핑을 마치고 나온 시민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근처를 지나가던 30대의 여성은 "이마트나 신세계 같은 곳에서 그런 일을 저지르니, 겉과 속이 다른 기업 같다. 당분간 가지 않을 것"이라며 불매의 뜻을 밝혔다.
SNS를 통해서도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서 신세계그룹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계속적으로 관련 문건이 터져 나오고 있어 손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껏 몸을 낮췄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자료에서는 회사 측이 고용노동부의 직원을 로비한 정황까지 포착되며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신세계그룹뿐 아니라 사회문제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 'MJ 3인방' 사전에 원천봉쇄
민주통합당 노웅래·장하나 의원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측은 이마트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원천봉쇄했다.
이번에 입수한 자료에서 신세계 이마트의 노무관리는 사실상 직원 감시, 사찰시스템과 동일했다. 이마트 측은 매뉴얼을 만들어 노조를 봉쇄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밝혀진 문건은 노조 설립 이후의 대응이 아니라 '사전에 노조를 원척적으로 봉쇄'하는 방법들이었다.
이마트는 월마트를 인수한 이후 월마트 출신 중 3인(전수찬 위원장 외 2인)을 지목해 자신들의 최대 적으로 분류했다. 2011년 6월14일에 메일을 보내, 2010년 11월까지 문제사원(MJ) 3인방에 대한 인력 히스토리를 공유하고 향후 지속적인 관리를 요청했다.
특히 MJ 3인과 친한 인물들이 어떤 성향의 인물들인지를 파악했다. 향후 노조를 만들었을 때 가입할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인력현황에는 1만5000명에 달하는 직원의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 결혼기념일, 학력, 휴대폰번호, 주소)가 포함돼 있어 회사 측이 직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러한 주도면밀한 노조 대응전략은 이마트 수지점의 노조 설립으로부터 비롯됐다. 이마트 수지점 캐셔들은 손 보호를 위해 장갑을 지급해 달라고 회사 측에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흰 장갑이 금세 때가 타기 때문에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이들의 요청을 묵살했다. 직원들의 애로사항이나 사원을 무시하는 일도 빈번했다. "20평대에서 어떻게 사세요?"라는 질문을 직원들에게 하는가하면,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화창구는 근본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이마트 수지점 노조는 조합원 23명으로 2004년 12월21일 창립했다.
하지만 창립 직후 이마트 측의 노조 탈퇴 강요가 있었고 이중 3명의 조합원만 남았다. 이마트는 조합원 3인을 2005년 1월17일 정직, 4월25일 자택대기, 7월10일 계약 종료하며 결국 해고했다.
사진_류승희 기자
◆ 고용노동부 직원 로비까지 파장 확대
문제는 이번 사건에 고용노동부 직원까지 연루돼 있다는 점이다. 노웅래·장하나 의원실은 지난 1월22일 '점포 예산 증액 진행안' 등 이마트 내부문건을 추가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마트는 노동부 근로감독과장과 근로감독관, 경찰서 정보과 형사, 구청 및 시청 지역경제과(노조 설립 신고서 접수 및 필증 교부처) 등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명절선물 등을 챙겨왔다.
지난 2011년 이마트 탄현점에서 냉동기수리보수업체 직원 4명이 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노동부 측이 이마트 산업관리 팀장에게 소송에서 이기게끔 조언해주거나 노무사를 추천해 주는 등 이마트 측의 편을 들어준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유가족에게 3차례 이상 (보상과 관련) 실망감을 안겨주라는 등의 조언까지 명시돼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전문적인 로비나 조직관리를 해 온 게 아니다"라며 "점포 운영을 하면서 있어왔던 통상적인 관례"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 문건이 불법적으로 유출된 데 대해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유출된 줄도 몰랐던 문서들이 하나 둘 공개됨에 따라 내부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심 중이다. 공식적인 답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사실여부를 판단한 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이마트의 부당 노동행위에 대해 특별감독을 하고 있다"며 "비위 직원에 대해서는 업무의 불법 부당행위에 대해서 조사 중이지만 어디까지나 확인된 자료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장하나 의원은 "이번 사건은 신세계그룹 전체뿐 아니라 범삼성가 그룹사와 롯데 등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는 기업에서 자행되고 있을 것"이라며 "이마트의 경우만 보더라도 직원 사찰에 대한 매뉴얼은 이마트 직원뿐 아니라 신세계그룹 전사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론 의식? 정용진 부회장, 페이스북 행보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페이스북의 주소를 바꾸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과 일반에 자신의 의견을 개재해왔다.
이마트의 총괄을 맡고 있는 정 부회장이 이마트의 노조탄압과 관련해 여론의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현재 정 부회장의 페이스북 주소를 클릭하면 '요청하신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대신 새로운 주소로 옮겨서 지인에게만 자신의 글을 공개한 상태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재벌가의 사생활을 드러내거나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2011년 미니버스 출퇴근 논란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이는 와중에 이를 의식한듯 트위터를 탈퇴한 바 있다. 당시 정 부회장은 도로정체를 피하기 위해 벤츠 미니버스를 이용해 버스전용차선으로 출퇴근해왔다.
한편 이마트 관련 문건을 입수한 노웅래·장하나 의원은 그룹 오너인 정 부회장에 대해 2월 중 열릴 임시국회에 소환 가능성을 내비치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