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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기업과 예술의 만남은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거대 컬렉터, 바로 '기업'은 개인 컬렉터 혼자 수행할 수 없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향으로 예술과 손잡고 나아가고 있다.
캘리포니아 말리부의 게티 재단과 미술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등 거대자본가 출신 컬렉터들은 막대한 양의 미술품 수집과 후원으로 작가들을 후원하며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쳐 왔다.
뉴욕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빠트리지 않는 뉴욕의 명소 MOMA(뉴욕 현대미술관)의 경우도 문화가 부재한 석유회사 이미지를 탈색하고자 했던 록펠러로부터 시작됐다.
예술을 후원하는 기업은 컬렉터의 개인적인 만족 범주에서 더 나아가 지역의 문화적 랜드 마크가 되거나, 거대기업의 이미지 전체를 변화시키는 등 진화를 거듭하는 모습이다.
거대자본가가 등장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기업과 예술이 손을 잡는 방법은 작가의 작품을 컬렉션하는 단순한 후원에 그치지 않는다. 예술 후원기업은 자체적으로 전시공간을 운영하면서 작가에게 창작지원금을 제공하고 레지던시를 통해 작업공간을 지원하며, 레지던시 기간 동안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작가의 성장을 돕기도 한다.
기업 미술상을 제정해 시상함으로써 재정적·심리적으로 작가를 독려하거나, 전시기획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접촉점을 넓히는 것도 작가 지원의 일부다. 마치 조선시대 안견과 안평대군처럼, 아방가르드 화가들을 꾸준히 후원하고 성장시켰던 볼라르처럼, 거대기업의 작가 지원은 작가들이 성장하는 길목에 탄탄한 자양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과 예술의 협업은 '윈윈 전략'
카르티에나 에르메스 같은 해외명품브랜드는 물론 국내의 삼성, SK, 두산, 해태, 코리아나, 삼탄, 샘표, 이랜드, 슈페리어, 박영사 등 수많은 기업들이 자체적인 전시공간 등을 운영하며 문화예술 후원에 힘쓰고 있다.
우연히 들어간 기업 건물의 로비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도시 일상 한켠에서 오아시스처럼 창의적인 작품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관객의 저변이 넓어지기도 한다. 작가들이 국제적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되는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처럼 자본 등의 문제로 갤러리가 소화하기 힘든 작가지원 프로그램이 기업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도 있으며 기업도 중장기적으로 예술적 수혈을 받는 피드백을 이루게 된다. 당장의 이익보다 순수창작물 지원을 통한 작가 후원, 장기적인 기업 이미지의 변화 목적이 강한 작가 지원은 작가들의 창작에 힘을 불어넣는 경우가 많다.
컬렉션과 레지던시 같은 1차적인 작가 지원 외에 최근 들어 기업과 예술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손을 잡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나 해외 유명작가와의 협업은 감수성이 예민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기업과 예술이 동등한 관계에서의 '윈윈'을 목표로 하는 이러한 파트너십은 작가 후원에 연관된 고전적 컬렉션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기도 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를 일약 스타로 발돋움시킨 루이비통-무라카미 콜라보레이션처럼 작가와 기업의 콜라보레이션 제품 출시는 작가만의 독특한 색채를 입힌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기대를 부른다. 작가는 예술계 안의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 대중과 호흡하고, 기업은 직접적인 마케팅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제품이 가진 상업적 이미지에 예술이 가진 희소성을 더한 콜라보레이션은 기업의 예술후원이 진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루이비통과 야요이 쿠사마, 장 폴 고티에와 코카콜라, 데미안 허스트와 리바이스 등 국제적인 스타 아티스트들의 협업소식이 빠르게 전파되며 그 희소성으로 인해 공산품에도 가치의 세례를 입힌다.
이렇듯 과거 순수예술가의 상업적 행보가 금기시 됐던 시대와는 달리 어느덧 작가와 기업의 협업은 작가의 직접적인 참여 등으로 점차 당위성을 확보하며 새로운 창작의 채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단순한 예술품에 대한 취미와 관심을 넘어선 이러한 전략적 파트너십은 감성경영, 예술경영 등의 신조에서도 느낄 수 있듯 동반의 이미지를 더욱 구축시킨다.
◆소외계층에 눈 돌리는 기업의 메세나
작가와의 협업이나 작가지원보다 더욱 후원의 성격이 강한 것이 바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다. 메세나는 고대 로마시대 예술지원에 힘쓴 정치인 클리니우스 마에케나스(Gauis Clinius Maecenas)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많은 기업들이 사회를 향한 따뜻한 공헌에 힘쓰고 있다.
넓은 의미로 예술후원 전반에 쓰일 수 있지만 예술에 관심이 있어도 문화를 향유하기 힘든 소외계층에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활동이 주인 기업의 메세나는 사회공헌적인 성격이 강하다.
예술을 통한 어떠한 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목적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가족, 새터민, 복지시설 아동, 다문화가정 아동 등에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문화적 균형을 맞추는 데 힘을 싣는다.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예술적 온기로 사회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모습이다.
기업과 예술품의 만남에는 고가의 미술품이 갖는 호화스러운 취미, 비자금, 지나친 예술의 상업성 등 부정적인 인식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업의 컬렉션은 지역의 문화적 랜드 마크가 되기도 하고, 기업 후원으로 작가들이 성장하며 국제적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되기도 한다. 또 기업의 작가지원은 작가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활로를 마련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예술과 손잡은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 꾸준히 기대되는 이유다.
현대사회의 거대컬렉터인 기업과 예술은 앞으로도 꾸준히 상생하며 각자의 지엽적 의미를 벗어나 새로운 문화적 환경을 창조할 것이다.
☞ 프로필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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