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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간의 협업이 여느 때보다 활발하다. 브랜드와 브랜드, 뮤지션과 뮤지션 등과 같은 동일한 분야에서의 협업뿐 아니라 음악, 순수예술, 디자인, 공산품 등 다양한 장르간의 결합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예술과 제품이 만난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윈윈을 누린 승전보의 선례를 타고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일상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익숙한 브랜드의 제품에서 아티스트의 작품을 볼 때 오아시스처럼 신선한 디자인과 소장가치는 소비자들의 감성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브랜드가 가진 매너리즘을 타파하고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감성을 제공하기 위해 예술적 가치가 수혈된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주는 기대는 제품에 또 다른 마케팅 활로를 개척한다.
이러한 기대효과는 비단 유통업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갤러리의 높은 문턱을 넘어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 소통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상승시키기도 한다. 유행과 매너리즘의 예민한 지점을 파고든 콜라보레이션의 사례 역시 셀 수 없이 많다.
대표적인 아트 콜라보레이션으로 아트카를 꼽을 수 있다. BMW는 30년 이상 아트카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 앤디 워홀, 제프 쿤스, 프랑크 스텔라,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당대를 풍미한 걸출한 아티스트들이 BMW 아트카를 거쳐 갔다. BMW 아트카는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인 '프랑스 르망 24시' 레이스에 출전한 레이서 에르베 플랭으로부터 시작됐다.
자신의 출전을 자축하기 위해 친구인 알렉산더 칼더에게 BMW 3.0 CLS에 어울리는 작품을 부탁했던 것이 BMW 아트카의 기원이 된 것. 이후 현재까지 아트카는 자동차 마니아는 물론 미술품 애호가 사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제품에서 작품으로 진화하는 아트 콜라보레이션
아트 콜라보레이션 사례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무라카미 타카시를 일약 스타로 만든 루이비통 무라카미 콜라보레이션일 것이다. 아티스트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며 패션과 미술계에 파장을 몰고 온 무라카미 라인은 루이비통의 오래된 매너리즘을 타파하며 소비자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의 선례로 기억되는 무라카미 콜라보레이션 이후 지난해 쿠사마 야요이와 루이비통의 콜라보레이션도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그 외에도 미술계의 악동 데미안 허스트는 리바이스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고, 트레이시 에민은 롱샴과 만나 트레이시 에민다운 가방을 발표했다.
주류의 콜라보레이션도 어느덧 짧지 않은 역사를 타고 진행 중이다. 보드카의 왕으로도 불리는 앱솔루트 보드카는 팝아트의 왕자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으며, 와인 샤토무통로칠드는 니키드 생팔, 프란시스 베이컨, 발튀스, 베르나르 브네 등 인기작가들의 작품이 담긴 레이블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1865 와인과 찰스장 작가, 카프리 맥주와 아트놈 작가의 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콜라보레이션은 스포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아티스트와 협업한 트로피, 골프공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됐으며 '넵스 마스터피스'에서는 각 홀마다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스포츠와 예술의 인터렉티브한 만남을 선보여 왔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예술과의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것처럼 공간과 미술, 음악과 미술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사례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확산에는 전반적인 미술계의 풍토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작가의 상업적 접근이 금기시됐던 시대와는 달리, 시장과 예술의 만남이 적극적으로 진행되며 콜라보레이션도 변화의 국면을 맞았다. 기존 작가의 이미지만을 차용하던 콜라보레이션 형태를 넘어, 작가가 브랜드의 철학에 맞는 제품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등 또 하나의 창조적 프로젝트로써 협업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작가의 이름이 직접 제품에 들어가며 단순한 이미지 프린트뿐 아니라 작가 작품 전반의 이해를 돕도록 하는 입체적인 아트마케팅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르간의 협업에도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콜라보레이션은 작품의 지나친 상업성에 대한 우려를 낳게 한다. 또 작가와 예술에 대한 사랑과 이해 없이 단기적 이익만을 생각하고 접근한 협업은 되레 작품으로서의 접근이 결여된, 이미지만 소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기존 브랜드의 매너리즘을 타파하지 못하는 '한정판'의 남용도 생각해볼 수 있다.장르간 협업이 의미하는 목적답게 아티스트 고유의 색을 제품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 문화가 확산된다면, '아티스트 한정판'의 이유가 합당한 협업으로써의 가치를 더욱 빛낼 수 있을 것이다.
유행과 매너리즘의 예민한 지점을 파고드는 아트 콜라보레이션. 창작의 연장으로 새로운 문화적 활로를 모색한 과도기에서 작품 고유의 희소성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창의적인 접근은 하나의 과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에는 예술을 향한 사랑과 관심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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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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