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추적]요양병원엔 한국인 간병인이 없다?…소통문제 겹친 노인돌봄
요양병원 간병인 절대 다수가 중국인, 러시아인
고령화에, 소통 문제로 돌봄 노인과 잦은 마찰
"간병 서비스 질 높일 획기적 개선책 필요"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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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의 A요양병원. 200여 개 병상을 둔 이곳에선 모두 25명의 간병인이 노인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25명 중 23명은 중국 국적, 2명은 러시아 국적이다.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중국 옌볜 출신 김모(64)씨는 이곳에서 5인 병실 2개를 맡고 있다. 그는 "한 사람당 하루에 네 번 정도 기저귀를 간다. 10명을 담당하니 40번 기저귀를 교체하는 것이다. 환자마다 약 챙겨주고, 배변 실수하면 목욕시키고, 세끼 배식하고, 재활이나 물리치료실 데려다주고, 욕창 안 생기게 돌아 눕히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잘 때도 환자를 신경쓰다보니 선잠을 잘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병실 하나당 간병인이 받는 돈은 일급 8만5000원. 병실 두 개를 맡은 김씨는 24시간 한 달 내내 병원에 상주하며 월 510만원을 번다. 이 중 직업소개소 수수료 30만원을 떼고 480만원이 그의 한달 수입이다.
14년 전 함께 한국에 온 김 씨의 아내도 충남 천안의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다. 아내를 못 본지는 1년 8개월이 됐다. 그는 "디스크가 있어서 환자들 목욕시킬 때 허리에 무리가 온다"며 "빨리 돈을 벌어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3년 전엔 간병인의 54%가 내국인이었다는데…
보건복지부의 '요양병원 간병서비스 제공 실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요양병원 간병인의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은 54% 대 46%였다. 간병인 중 내국인 비율이 절반을 넘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요양병원에선 내국인 간병인을 찾아보기 힘들다.A요양병원 인근에 있는 15층짜리 B요양병원 역시 공동간병인 40여 명이 모두 외국인이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한국인을 쓰려면 1 대 1 간병을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감당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인 간병인을 쓰려면 환자가 매달 간병 비용만 300만~400만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B요양병원 중환자실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중국 랴오닝성 출신 막모(70)씨는 "원래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힘에 부쳐 1년 전쯤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치매 노인을 돌보는 일은 진짜 힘들고 어렵다"고 말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 케어(老老-care)'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간병인 대다수가 외국인이다 보니 소통 장벽까지 커지면서 노부모들을 맡긴 보호자들의 불안도 함께 커지고 있다.
노후 대비 네이버 카페에는 '요즘 요양병원의 간병인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무리로 오는 것 같다. (간병) 전문 지식이 거의 없는 데다 한국말도 거의 못해 답답하다', '시어머니가 계시는 경기 성남의 한 요양병원은 간병인이 전부 러시아인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어하신다'와 같은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노 케어'에 소통 장벽까지…점점 열악해지는 돌봄 환경
국가가 자격증을 발급하는 요양보호사와 달리 간병인은 자격증도, 관련 법도 없어 정확한 종사자수나 평균 연령, 국적 등 신상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다만 요양시설 현장에선 간병인이 점점 고령화될 뿐 아니라 절대 다수가 외국인이다 보니 노인 환자와의 마찰이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강도 저임금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제대로 된 소통이 힘들다 보니 돌봄 노인 학대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인천 계양구의 한 요양병원에선 60대 중국인 간병인이 특수폭행, 노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간병인은 2024년 10월부터 60대 환자를 목욕시키면서 샤워기 헤드로 얼굴을 여러 번 내려치고, 환자의 머리를 손으로 들어 침대에 내팽개치는 등 70차례가 넘게 폭행을 일삼다가 덜미가 잡혔다.
요양원과 같은 노인생활시설과 요양병원 등에서 일어난 돌봄 노인 학대 건수는 2021년 598건에서 지난해 663건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간병인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함께 근본적으로 간병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선재 대한요양병원협회장(더세인트요양병원장)은 "정부가 내년 시범사업 예정인 간병 급여화의 핵심은 간병인 근무를 2교대 혹은 3교대로 해서 근로 여건을 향상하고 간병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간병인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자격증이 있지만 일을 하지 않는 요양보호사들을 간병 직무로 유입할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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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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