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하얗게 질리는' 노른자위 땅
강남역앞, 최고 지가 명동 무섭게 추격… 부산은 '중심 이동'

상업지의 면적은 주택지보다 작아도 땅값은 더 비싸다. 상업지의 부동산가격은 유동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그곳에서 장사를 할 때 얼마나 영업이 잘 되는지, 사무실 수요는 어떤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상업지의 성장과 쇠퇴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면서 성장하는 곳과 그러지 못한 곳의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

지가공시제도가 도입된 1989년부터 2004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우리은행 명동지점(서울 중구 명동2가 33-2)이 위치한 곳이었다. 동서로 뻗은 명동길과 남북으로 뻗은 중앙길이 교차하는 코너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그러나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하차해 명동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하철역 가까운 곳으로 중심점이 옮겨갔다.

◆여전히 비싼 명동, 그러나…

올해 전국에서 최고가 표준지인 모 화장품 매장 부속토지(충무로1가 24-2)는 지난해 대비 7.7% 올라 ㎡당 7000만원을 기록했다. 3.3㎡당 2억3000만원이다. 지하철 4호선의 명동역 6번 출구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이어지는 중앙길을 따라 60m쯤 되는 사거리 코너에 위치한 곳이다.

강남지역에서는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와 9호선 신논현역 6번 출구 사이에 위치한 서초동 일대(서초동 1318-8)가 ㎡당 4790만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명동지역은 오래 전부터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 강남역 앞 땅값은 명동 최고 요지에 비해 68% 수준이다. 하지만 시세의 변화속도는 두 지역이 다르다. 아직은 명동 중심지가 더 비싸지만, 강북과 강남을 대표하는 두 지역 땅값의 상대적 차이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1990년→1997년→2001년→2008년→2013년의 명동중심지 땅값 대비 강남역 앞 땅값 비율은 0.316→0.478→0.516→0.608→0.684로 상승추세다.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 '강남역-교보타워'이고, 평균 승하차 인원이 가장 많은 지하철역도 강남역인 점이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한다. 시기별 땅값 변화를 수익률로 환산하면 표와 같다.

강남역 앞은 오를 때는 많이 오르고 금융위기 때처럼 하락기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하락하면서 장기적으로 명동의 상승률을 크게 넘어섰다. 명동 중심지가 2.8배 오르는 동안 강남 중심지는 6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상업지역의 부동산도 성장하는 지역의 상승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강남 중심지 땅값이 22년간 오른 정도를 복리로 환산하면 연 8.5%로, 주식시장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또한 상업지역 중심지는 비싼 임대료를 받기 때문에 가격 상승률 외 임대료 수익률이 더해진 실수익률은 더욱 높아진다. 성장하는 지역이라면 건물에 대한 감가상각과 유지비용을 차감하더라도 실수익률이 흔히 예금금리보다 더 높게 나온다.

주식시장이 외형적으로는 하락함에도 잘 오르는 종목이 많은 장세도 있으며, 주식시장이 오르더라도 내가 가진 종목은 덜 올라서 속상한 경우도 많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여서 차별화 장세가 흔히 나타나며,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지역의 부동산 역시 그렇다. 강남역 앞과 명동 중심지 두곳 다 20년 넘게 올랐지만 상승속도 면에서는 차별화가 나타난 셈이다.

◆상업지역이라고 다 오르지는 않아

하지만 상업지역이라 하더라도 위치에 따라 장기적으로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도 흔하다. 과거 인천 최고의 상업지역은 동인천역 앞이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동인천역 앞은 서울의 강남역 앞과 차이가 적었다. 1991년 동인천역 앞(인현동 21-4)은 공시지가가 ㎡당 850만원이었고 강남역 앞(서초동 1318-8)은 990만원이었다. 인천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으레 동인천을 시내라고 불렀다. 동인천 일대에는 극장과 유흥점이 많아 젊은이들이 모여 노는 곳이었다.

하지만 1985년 지금의 중구청 자리에 있던 인천시청이 이전하고, 새로 개발되는 남동구와 연수구로 여러 학교와 주요 시설들이 옮겨가면서 동인천이 저물기 시작했다. 극장은 30대 이상만 기억하는 애관극장 하나만 남아있다. 2000년대 초반 동인천역 인근에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의 주민들은 지하도상가를 찾는 대신 대형마트를 찾았다.

서울의 강남과 땅값이 비슷하던 동인천역 앞은 점차 차이가 벌어져 지금은 동인천역 앞 땅값이 강남역 앞의 9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동인천역 앞 요지의 ㎡당 가격은 22년 전에 비해 40%나 하락, 511만원을 기록했다.

22년이란 세월과 기회비용을 감안한다면 반토막보다 더 크게 자산이 줄어든 것이다.

인천의 3대 상권은 동인천, 주안, 부평이었다. 하지만 동인천 상권이 1990년대 후반부터 무너지면서 주안 상권도 쇠퇴해갔다. 현재 인천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부평역 앞(부평동 212-69) 일대다. 1991년에는 ㎡당 950만원으로, 강남역 앞과의 차이가 4%에 불과했다. 지금은 인천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지역임에도 20년전과 같은 가격대에 머물러 있다. 동인천역 앞처럼 뒷걸음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상업지역의 절대가격은 부평역 앞이 가장 높지만, 성장세는 시청이 옮겨간 남동구의 신흥지역이 높았다. 인천 남동지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인 구월동 1475번지다. 이곳은 1992년 ㎡당 가격이 230만원이었으나 올해 690만원으로 3배나 올랐다. 인천 지하철 1호선 인천터미널역 앞 농산물시장 사거리 코너에 있는 이곳은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인천종합터미널, 구월농산물도매시장, 구월동 로데오거리가 있는 동네다. 인천 지하철 1호선이 들어가는 송도신도시가 발전하고 2호선이 구월동을 지나게 되면 성장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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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