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지난 12월23일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 정무위원회가 의결하면서 적은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해온 일부 대기업들의 관행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순환출자란 대기업집단 안에 A기업→B기업→C기업→A기업 등의 방식으로 자본을 출자하는 구조를 말한다. 이 구조에서 A사를 지배한 총수는 B사와 C사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게다가 C사 지분을 통해 A사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높일 수도 있다. 상법과 공정거래법은 A와 B 두 기업 간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지만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재계는 통상임금 확대와 엔저현상 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신규 순환출자까지 금지될 경우 기업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반발 움직임을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기업 인수 등 신규 투자를 위축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를 어렵게 만들어 경영권 보호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결국 기업은 신규 투자보다 지분율 확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급기야는 존립마저 위협받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기업에 미치는 여파를 고려해 기존 순환출자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재계는 그나마 안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무조건 낙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동양그룹 등 순환출자로 인한 폐해가 드러나자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은 앞으로 기존 순환출자까지 제한하는 경제민주화 방안의 후속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다. 동양그룹은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사를 중심으로 하는 17개 순환출자고리가 급속한 부실 확산의 원인이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 순환출자 금지에 대한 논의는 2006년에도 있었다. 당시 권오승 공정위원장은 순환출자 해소 방안을 추진했으나 다른 경제부처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최근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 게다가 '기존 순환출자는 공시의무 부과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소를 유도하기로 하겠다'는 내용은 향후 다른 조치가 더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순환출자 고리를 가진 대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차,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동부, 대림, 현대, 현대백화점, 영풍 등이다. 삼성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 등으로 이어지는 다수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으로 이어지는 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관련법이 의결된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기존 순환출자를 인정한 점과 시대적 요구인 경제민주화 입법의 전반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여전히 미진하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신규 순환출자의 경우 ‘매각 강제형’ 규율을 적용해 완전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의결권 제한’ 방안을 국회에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