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서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는 강혜연씨(32·가명)는 올해로 결혼 4년차 주부다. 강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29개월 된 아들은 당장 내년부터 유치원을 가야하고 가계 지출은 꾸준히 늘어나는데 커피숍에서 들어오는 수입은 제로에 가깝다. 평범한 직장인인 남편 월급만으로는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재취업을 결심한 그는 서랍 깊숙이 모셔놨던 자격증들을 꺼냈다. 강씨 손에 들린 자격증은 무려 18개. 하지만 강씨의 표정이 어둡다. 평소 취업목적보다는 취미로 하나씩 취득한 자격증이다 보니 무슨 자격증을 가지고 어떻게 취업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다. 지난 2월17일 강씨의 커피숍을 찾아 그의 고민을 들어봤다.
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자격증 18개 취득…임신 중 기숙사 생활까지
자격증 18개. 강씨의 나이가 30대 초반임을 고려할 때 결코 적지 않은 개수다. 강씨가 처음으로 자격증(인터넷검색사 2급)을 획득한 게 20대 초반이었으니 1년에 2개씩 꼬박꼬박 자격증을 딴 셈이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취업하기 위해 컴퓨터 관련 자격증들을 땄죠. 연관된 자격증을 하나씩 따다보니 탄력이 붙었고 여세를 몰아 남들보다 좀 더 많이 딴 것뿐이에요."
강씨는 자격증 취득에 탄력이 붙었다고 말하는 2003년 1년 동안 8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심지어 같은해 12월에는 한달 간 4개의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일주일에 하나씩 자격증 시험을 본 셈이다.
2003년 말 취업에 골인한 이후에도 그의 자격증 사랑은 계속됐다. 인터넷이나 신문, 지인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강씨는 인터넷을 통해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이러닝(e-Learning)의 확산 소식을 신문에서 접한 뒤 '인터넷 학습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난 친구가 소개한 자격증에 매력을 느껴 엉겁결에 딴 자격증도 있다. '유통관리사' 자격증이 그것이다.
18개의 자격증 중 강씨가 가장 애착을 가지는 자격증은 '직업능력개발 훈련교사'. 고용노동부에서 발급하는 이 자격증은 일정한 자격에 준하는 경력자들이 4주간 교직과정을 이수한 뒤 시험을 거쳐 획득할 수 있다.
강씨도 교직이수를 위해 천안의 교육원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다. 당시 강씨의 별명은 '임산부'였다. 임신 6개월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기숙사로 들어갔기 때문. 다행히도 강씨는 '뱃속의 아기'와 함께 4주간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었다. 강씨는 "기숙사 밥이 맛없기는 했지만 언니, 오빠들이 워낙 잘 챙겨줘서 크게 힘들진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출산 후 커피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강씨는 현재 커피숍을 운영 중이다. 자격증에 대한 그의 열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3월2일 '직업상담사'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있다. 자격증은 그가 걸어온 인생의 발자취이자 삶 그 자체다.
그렇다면 그가 이토록 자격증 취득에 열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에 대한 준비다. 강씨는 "자기과시를 위해 자격증을 취득한 게 절대 아니다"며 "자기만족도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미래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고물가시대에 늘어나는 자녀교육비와 생활비 등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 자격증을 취득하며 취업을 준비해온 것이다.
◆전문가 컨설팅 받아보니…적합한 직업은?
"강씨의 경우 지금부터의 경력관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한국무역협회 일자리희망센터 조금미 팀장)
18개의 자격증을 보유한 강씨지만 막상 재취업의 높은 문턱을 넘으려니 막막하기는 매한가지다. 보유한 자격증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직종이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다.
한국무역협회 일자리희망센터를 통해 전문가 컨설팅을 받아 본 결과 강씨는 '사무관리'와 '컨설팅' 등의 분야로 지원 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구직자였다. 조금미 팀장은 "강씨가 보유한 자격증 중에는 커피바리스타나 유통관리사 등 다소 일관성이 없는 자격증도 있지만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 다수인만큼 사무관리 부문에서 강점을 보인다"며 "경력단절여성의 경우 예전에는 베테랑이었다고 하더라도 기업에서는 물음표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강씨는 꾸준히 다수의 자격증을 취득함으로써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강씨와 유사한 '경단녀'(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중에는 너무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해 오히려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게 조 팀장의 설명이다. 실질적으로 구직활동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 팀장은 강씨의 자격증 중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자격증을 꼽았다. 강씨가 임신 중 어렵게 취득한 그 자격증이다. 조 팀장은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자격증은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상황에서 합숙교육까지 받아야 돼 자격증 취득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자격증 자체가 희소성을 가진 데다 30대 초반인 강씨의 나이도 취업시장에선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강씨가 관심을 보이며 준비 중인 직업상담사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조 팀장은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했고 초등학교 학원강사로 일했던 경험도 있는 만큼 직업상담사도 충분히 장점을 살릴 수 있다"며 "직업상담사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추후 경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단시간일자리 등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씨를 비롯한 대다수 경단녀들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방향을 잡고 경력관리를 하면서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