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다음주 부동산 국민 토론회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초고가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유튜브 생중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얼마짜리 주택을 초고가로 볼 것인지 즉석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구체적인 가격 기준도 언급했다. 부동산 문제에 관한 국민,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듣겠다며 토론회를 예고해 놓고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미리 내비친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14일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소위 '똘똘한 한 채'나 100억 원 이상 하는 초고가 주택에 대해 똑같이 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있다"면서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차별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1번을,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2번을 눌러 달라"며 유튜브 댓글을 이용한 실시간 설문 조사를 제안했다. 또 댓글 90%가량이 1번이란 보고를 받고는 "실거주 1주택이라도 초고가 주택에는 (보유세를) 더 강화하자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초고가 주택 기준에 대한 즉석 조사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10억 원 이상이면 1번, 20억 원 이상이면 2번, 30억 원 이상이면 3번을 눌러 달라"고 시청자들에게 요청했다. 10억 단위별로 번호를 고르라는 것이었다. 30억 원을 고른 이들이 많다는 보고를 받자 이 대통령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시가 기준으로 30억 원이면 공시지가로는 십 몇 억 원밖에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때문에 7월 말 나올 정부 세제개편안에 시가 40억 원 또는 그 이상 가격인 1주택자 보유세율 인상안이 담길 거란 관측이 나왔다.


중요한 세금인상 사안을 논의하면서 소수의 유튜브 동시 접속자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에는 한 푼이라도 민감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에는 쉽게 동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 주택 2000만 채 중 시가 30억 원 이상의 주택은 18만 채 정도로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당수 국민은 '초고가 주택'의 세금을 올려도 자신에겐 영향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매년 수 천 만 원의 보유세를 내는 건 고가 주택 소유자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집값 상승의 이익은 현실화하지 않았는데, 매년 자기 지갑에서 현금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 집에 평생 살다가 재건축·재개발로 집값이 올랐을 뿐 현재 소득은 없는 고령 은퇴자들에겐 큰 걱정거리다. 지금까지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해선 집값이 비싸도 일정 부분 세금 부담을 덜어줬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세제 개편은 최대한 신중히, 부작용을 줄이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민 토론회의 장을 마련한 만큼 참석한 전문가,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정책의 구체적 방향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 토론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정부가 이미 결론을 내린 듯한 인상을 주면 여론 수렴의 모양새만 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