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9% 가까이 폭락해 7,000선 아래로 떨어진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 = 뉴스1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의 성공적인 나스닥 데뷔가 국내 증시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13일 코스피는 9% 가까이 폭락하며 7,000선이 무너졌다. 미국·이란 전쟁 재개 우려, 미국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투자 축소 가능성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장세다. '롤러코스피'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지나친 변동성에 피로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개인투자자의 공포 심리 확산 등이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는 오전에는 5% 이상 하락 시 적용되는 매도 사이드카가, 오후에는 8% 이상 급락 시 적용되는 서킷브레이커가 각각 발동됐을 정도로 하루 종일 급락을 계속하다 전날보다 8.95% 하락한 6,806.93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7,000선 아래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5월 6일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한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지난 10일 미국 나스닥 상장 첫날 13% 급등했던 SK하이닉스는 이날 국내 시장에서는 15.37% 폭락한 184만5,000원에 장을 마치며 한 달여 만에 200만 원 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도 10.7% 하락한 25만4,500원에 마감했다.

저가매수 기회를 노린 개인이 3조8000억 원 넘게 샀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조2000억, 1조7000억 원 어치 주식을 내던지면서 주가는 급락세를 탔다. 7,000선이 무너지자 사모펀드 등 기관의 프로그램 매도가 급증했고, SK하이닉스 ADR 상장으로 미국에서도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 외국인이 국내 반도체주를 팔면서 낙폭이 커졌다. 반면 개인투자자의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최근 한 달 동안 30조 원 가까이 줄면서 시장을 떠받칠 매수 여력도 약해지고 있다.


코스피가 지난주 8,000선에 이어 7,000선마저 내주면서 주가 회복을 기대하며 돈을 넣은 투자자들이 받을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배 레버리지 ETF에 빚까지 낸 투자자의 경우 하루 손실액이 원금의 절반을 넘을 수도 있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이 상장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손실 구간에 접어든 만큼, 빚을 내 투자한 개미 계좌의 강제청산(반대매매)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이런 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무리한 저가 매수 시도는 위험하다. 이달 말 실적 발표가 예정된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가운데 단 한 곳이라도 AI 인프라 투자 축소 가능성을 시사할 경우 반도체주는 다시 크게 출렁일 수 있다. 금융당국은 극도로 위험성이 커진 시장의 안정성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레버리지 ETF의 예탁금을 올려 투자의 문턱을 높이거나, 하루 거래 횟수를 제한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