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13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도심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남산 숲의 나무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 초록색으로 나타난 반면, 도심 건물들은 온도가 높아 진한 붉은색으로 나타났다./사진=뉴스1


극심한 무더위로 '폭염 중대 경보'가 처음 발령되면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기상청과 질병관리청이 함께 발표한 행동 요령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더위'라는 문구까지 등장했다. '살인적 더위'라는 표현이 이제는 과장이 아닌 것이다. 기상청은 지난 일요일 경북 포항시와 경산시에 중대 경보를 발령했다. 체감온도가 이틀간 최고 35도 이상인 지역에서, 추가로 체감온도 38도 또는 최고기온 39도가 하루를 넘길 것으로 예상될 때 중대 경보가 내려진다.


폭염 중대 경보는 지난달부터 처음 시행됐다. 경보 조건이 까다로운데도 한 달여 만에 바로 발령된 것이다. 이제는 40도 가까운 극단적 폭염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폭염은 장마 도중에 갑자기 발생했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두 겹으로 뒤덮는 '열돔 현상'이 나타난데다, 평소보다 바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뜨거운 바람이 유입됐다. 이상 기후가 일상화하면서 정부 예측과 대응력을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당초 기상청은 폭염 중대 경보가 10년 정도에 한 번 내려질 것으로 내다봤다.

폭염이 일상화하면 노인과 빈곤층, 야외 작업자 등이 큰 타격을 받는다. 특히 65세 이상은 체감온도 38도 이상에서 사망 위험이 19% 높아진다고 한다. 경보가 울리면 지방자치단체가 쪽방촌 노인 관찰, 무더위 쉼터의 연장 운영, 야외 작업의 중단 권고 등 조치에 나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더위 쉼터만 해도 접근이 어렵거나, 운영 시간이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외 작업 중단도 무시될 때가 다반사다. 정부가 제시하는 '폭염 행동 요령'도 필요하지만, 여기서 나아가 도시 재설계와 인프라 확충의 문제로 폭염 위협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열돔 현상으로 수천 명이 숨진 유럽은 반면교사 사례다. 과거 날씨를 기준 삼아 설계된 인프라와 제도 때문에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냉방 인프라가 미비한 프랑스에선 시민들의 에어컨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생존을 위해 주택 창문을 은박으로 가려 햇볕을 차단할 정도다. 학교, 철도, 발전소 등 기반 시설 곳곳도 운영에 지장을 받고 있다.

이제 폭염은 상시 위협이라는 전제를 깔고 지속적인 정책 정비에 나서야 한다. 도심 쉼터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운영 실효성을 높이고, 야외 작업 중단의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정해 현장에서 지키게 해야 한다. 또한 교통망 같은 핵심 시설의 내열성 강화도 서둘러야 한다. 개인이 알아서 대피하는 대신 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폭염을 견디도록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