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연간 증가액 목표치가 턱밑까지 차오른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실수요자들이 당황하고 있다.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한 청년이 아파트 단지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 사진 = 뉴스1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의 통로를 바짝 조이고 있다. 가계 대출액이 금융당국에 보고한 연간 증가목표에 바짝 다가섰기 때문이다. 사실상 신규 대출을 중단한 은행도 있다.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낮추기 위해 부득이한 조치라고 한다. 하지만 전세·월세난을 피해 중저가 주택을 사려고 준비하던 실수요자들로선 갑작스레 높아진 대출 문턱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만에 7조6000억 원 급증해 1년 10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증가목표의 80%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한 달 안에 연간 목표를 초과할 수 있다고 한다. 부동산 거래가 늘어 주담대 수요가 급증한 데다, 주식투자를 위해 신용대출을 받은 이들이 많아진 영향이다.

이에 대응해 KB국민은행이 10일 자체적으로 주택 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췄다. 수도권 규제지역 내 15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6억 원까지만 대출해주도록 한 정부 규제보다 훨씬 강한 통제다. 신한은행은 '모기지 보험' 가입을 제한해 실질적인 주담대 한도를 축소했고,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같은 방식으로 한도를 수 천 만 원씩 줄였다. 하반기 중 집을 사는 사람이 은행에서 기대했던 만큼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대출액 축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건 중저가 아파트 매입을 고려하던 이들이다.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3억5000만 원으로 취득세 등 거래세, 부동산 중개 수수료 등을 고려할 때 최소 현금 12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부모 지원 등 다른 수단이 없다면 갑자기 줄어든 은행 대출한도만큼 현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아파트를 산 사람 10명 중 4명이 30대였던 만큼, 청년층의 주택마련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가계대출 급증은 막아야 한다. 집값 상승의 풍선효과가 수도권 외곽으로 번지는 것도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수천 채 아파트 단지에도 전세 매물이 한두 채에 불과하고, 월세 가격도 급등하는 상황에서 중저가 주택을 서둘러 장만하려는 중산층 실수요자의 대출을 옥죄는 건 지나치다. 금융당국은 투기목적의 대출은 차단하면서도 내 집 마련을 위해 무주택 실수요자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길은 열어줄 대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