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규제완화를 주요 정책으로 내걸면서 금융권에서도 ‘손톱밑 가시뽑기’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작업의 일환으로 금융공기관과 금융권협회를 통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규제에 대한 의견을 받기로 했다. 불합리하다고 판단된 규제에 대해서는 논의과정을 거쳐 철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규제철폐가 주요 정책이슈로 떠오르자 보험업계에서는 ‘한지붕 두 시어머니’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말하는 두 시어머니는 바로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감원의 각종 규제 및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이를 이해하지 못한 공정위의 제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보험업의 특성상 가격이나 요율 등을 업계가 공통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공정위는 ‘담합’이라는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규제완화 및 철폐가 본격화되면서 정부가 나서 금감원과 공정위라는 두 시어머니에 대한 교통정리를 바라는 눈치다.
◆이중규제는 어떻게 생겼나?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발간한 ‘보험시장 경쟁정책 투명성 제고방안’에 따르면 금감원과 공정위의 이중규제는 지난 2000년 4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부가보험료 자유화가 시행됐는데 이후부터 보험업계가 금감원과 공정위의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제도적으로는 보험가격이 자유화됐으나 실질적인 보험가격 결정은 여전히 금융감독당국의 지침에 의존하는 현실”이라며 “행정지도에 의한 보험회사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의 설명처럼 보험업계가 금감원과 공정위의 이중규제를 받은 가장 최근 사례는 바로 ‘변액보험 수수료율 담합 사건’이다.
지난 2013년 3월 공정위는 9개 생명보험사가 변액보험의 수수료율을 담합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생보사는 변액보험에 부과되는 최저 사망 보험금 보증 수수료율을 담합했다. 또한 연금액 보증 수수료율 수준과 특별 계정 운용 수수료율 수준도 맞췄다.
공정위는 특히 ‘작업반’ 모임을 이용해 최저연금적립액 보증 수수료를 생보사들이 0.1% 수준으로 합의했다고 봤으며 또한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도 연 0.5~0.6%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총 201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일부 보험사들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러나 이는 담합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가 지목한 담합시점인 2001년은 아직 국내에 변액연금보험이 판매되기 전이다.
금감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수수료율과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각 보험사들이 협의를 통해 큰 차이를 두지 않은 선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 각 보험사의 변액보험 및 상품개발 관계자들이 모여 수수료율 금감원 권고수준으로 맞춰 결정했다. 이러한 행위는 그러나 10여년이 흐른 이후 ‘담합’으로 비춰졌다.
보험사들의 수수료율 조정이 담합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검찰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공정위가 고발한 생보사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5월 검찰은 수수료율 조정을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공정위의 주요 혐의내용을 검찰이 뒤집은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내용을 조사과정에서 수차례 설명했으나 공정위는 설득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규리스크 증가… 소비자 신뢰도 하락
공정위와 금감원의 이중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이승준 연구위원은 ‘법규리스크’를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보험사의 공정위 심결사례는 모두 7건이었다. 이중 대부분은 금감원의 행정지도와 연관이 있는 것이었다.
이 같은 법규리스크는 보험사의 공통적인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제외를 규정한 법체제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여기에 금감원의 보험사에 대한 행정지도 절차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법규리스크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연구위원은 “법규리스크의 증가는 결국 보험사의 비용증가로 이어지고 보험료를 상승시켜 소비자 피해로 돌아온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보험사에 대해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면 공동행위의 사실 여부를 떠나 소비자의 신뢰가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만약 공정거래법 관련 집단소송이 도입되고 보험사가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법규리스크 증가로 인해 중소보험사의 존립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법체계 절차 정비해야…”
이승준 연구위원은 이같은 이중규제에 대한 대비책으로 ‘법체계 절차 정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법체계와 행정지도 절차 정비, 전문규제 우선적 관할권 명확화와 시장경쟁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보험업은 업계 특성상 거대재해에 대해 공동인수를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를 삼성화재를 비롯한 6개 보험사가 공동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보험사들은 거대한 재해에 대해 공동인수를 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예외 조건을 보험업법에 명시해야 한다”며 “악용될 소지를 줄이기 위해 일몰조항을 도입해 적용제외 타당성을 주기적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험료 등 가격에 관련한 행정지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연구원은 “보험가격 관련 행정지도를 자제하고 공정거래법에 대한 공정위와 금감원의 입장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사전규제는 완화하고 사후규제를 강화해 시장경쟁 활성화와 소비자 후생을 증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한국은행의 공동검사가 수검기관에 과중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공동검사 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는 각 기관이 유사한 검사를 실시하고 자료제출 요구가 중복돼 검사업무가 비효율적이고 금융회사의 수검부담이 가중된 것이 사실이다. 단일 공동검사반을 편성해 검사기능을 통합하고 검사대상을 분담해 검사 실시 후 결과를 공유하기로 했다.
이번 개선방안은 오는 2분기 중으로 금감원과 예보간 공동검사 협약 등을 통해 구체적 운영방안을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