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꺼낸 승부수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세계 경기불황과 원화 강세, 셰일가스 등 값싼 원료의 등장으로 석유화학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의욕적으로 해외 신사업을 추진했지만 저조한 실적으로 고심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LG화학은 카자흐스탄에 에탄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생산공장단지 건설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2017년까지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고 세계 3~4위 화학기업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에탄가스를 이용해 중동기업에 밀렸던 유럽과 중국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LG화학의 카자흐스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국내에서 만드는 비용의 절반 정도밖에 들지 않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그럼에도 LG화학의 카자흐스탄 공장 건설사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LG화학의 카자흐스탄 공장은 국내보다 싸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카자흐스칸 공장이 이전부터 자리잡고 있던 자국기업보다 제품을 싸게 생산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자국기업의 경우 외국기업보다 싸게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2017년부터 제품 생산에 들어가게 될 카자흐스탄 공장은 카자흐스칸 국영기업 및 현지기업과 함께 투자하는 사업"이라며 "카자흐스탄 국가와 같이 하는 사업인데 현지기업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것이라는 얘기는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카자흐스탄 공장, 돌파구 열까

LG화학은 카자흐스탄 생산공장 단지 건설사업이 지닌 가격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다. 카자흐스탄 에탄가스는 미국 셰일가스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해 경쟁력이 있다는 것. 회사 측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에탄가스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LG화학은 카자흐스탄 국영기업(UCC) 및 현지 민간기업(SAT)과 합작해 설립한 KLPE에 지난해 186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2012년에는 무려 755억6500만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LG화학은 지난해 매출 없이 29억2000만원의 순손실을 낸 것을 감내하며 KLPE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만큼 기대가 커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그동안 LG화학 해외법인의 저조한 실적이 낱낱이 드러난 터라 향후 KLPE가 카자흐스탄 생산공장을 통해 어느 정도의 실적을 올릴지도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올해 착공에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까지 매출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2017년 에탄가스 생산이 시작되면 가격 경쟁력 등 여러 가지 요인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LG화학이 해외법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이력은 카자흐스탄 공장에 거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다.

LG화학과 LG그룹은 2012년 6월 영국 롤스로이스 자회사인 롤스로이스 퓨얼셀시스템즈 지분 51%를 480억원에 인수했다. 발전용 연료전지 셀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이 갖고 있는 지분은 15%다. LG화학은 LG퓨얼셀시스템즈에 64억1900만원을 지원하고 157억900만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지난해 470억6800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자본금마저 깎여 나가자 LG화학을 비롯한 지분 보유 계열사들은 급히 자금 수혈에 나섰다.

미국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법인인 LG미시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09년 3000억원대 자금을 투자해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 공장을 건설했으나 2012년 85억54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145억8100만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LG미시간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476억8400만원으로 자본금 263억2400만원의 561%에 달한다.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상업가동을 미룬 것이 실적을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LG화학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3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 셀을 개발해 수주확대를 꾀할 전략이었다.

◆빨간불 켜진 중국법인 실적

앞서 LG화학은 중국법인에서도 쓴 맛을 봤다. LG화학은 1995년 PVC생산업체 LG다구케미칼을 합작설립했다. 이어 PVC원료생산업체 LG보하이케미칼을 합작설립하며 PVC 분야를 수직계열화했다. LG보하이케미칼은 LG화학 대산공장으로부터 PVC 원재료인 EDC 등을 생산하기 때문에 ‘LG화학 대산공장→LG보하이케미칼→LG다구케미칼’로 이어지는 구조는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결국 LG화학의 PVC 수직계열화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LG다구케미칼과 LG보하이케미칼이 지난해 각각 52억7200만원, 72억4600만원의 순손실을 낸 것. LG다구케미칼의 경우엔 2010년부터 흑자전환에 실패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PVC마진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합성고무제품(SBS) 생산설비를 갖춘 중국법인 LG보티안케미칼도 지난해 28억6500만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이곳은 지난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60억88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2009년 출범 후부터 계속된 적자가 손실을 눈덩이처럼 불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해외법인들이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3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북미에서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사업을 추진할지도 오래전부터 여러 가능성을 놓고 검토하는 중”이라며 “중국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도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가운데)이 나주공장과 여수공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
◆실적 악화 ‘늪’에 빠진 LG화학

LG화학의 지난해 성적표를 펼쳐 본 결과 실적 하락에 부딪힌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23조1436억12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23조2630억1900만원) 보다 다소 신장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 있어서는 감소세에 휘말렸다.

LG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7430억4400만원으로 전년(1조9103억2300만원)보다 9% 떨어졌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2706억1300만원으로 전년(1조8804억9800만원)보다 16%나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LG화학의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여전히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8일 LG화학이 발표한 1분기 영업(잠정) 실적에 따르면 매출 5조6728억1600만원과 영업이익 3620억95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매출(5조7206억400만원) 대비 0.8%, 영업이익(4089억1600만원) 대비 11.4% 감소한 수치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2860억1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3404억4300만원)보다 16% 줄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