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안전성 등을 이유로 불허됐던 노후 아파트의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15년 이상 된 아파트를 기존보다 최대 3개층 더 올릴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15층 미만의 아파트를 수직증축할 때에는 2개 층까지, 15층 이상이면 3개 층까지 늘릴 수 있다. 이 같은 기준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할 경우 가구수는 15% 증가하고 늘어난 가구를 일반분양하면 조합원 사업비는 35%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리모델링에 관심을 보였던 조합 대부분이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이 높아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행 소식에 조합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아직까지 장기적인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수혜지역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전문가들은 분당, 강남, 목동 등이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전경 /사진=머니투데이 DB
◆1기 신도시 중에서도 ‘분당’이 최고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수혜지역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1990년대 초반 완공된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1기 신도시다. 전국에서 리모델링 조건을 갖춘 400만가구 중 200만가구가 1기 신도시에 집중돼 있다. 특히 신도시 형성 이후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다가 2007년 이후 하락폭을 키웠던 분당은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사실 분당의 리모델링 바람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불었다. 분당은 신도시 특성상 재건축 연한(40년)을 채우지 못한 노후 아파트가 다수고, 연한을 채우더라도 15층 이상 중층아파트가 대부분이다 보니 재건축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리모델링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2010년부터 주민들 스스로 리모델링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을 모색해왔다.

성남시의 적극적인 지원도 분위기를 달구는 데 한몫했다. 시는 올해 100억원의 리모델링 기금을 지원하는 등 앞으로 10년간 5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11일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분당지역 아파트 6곳을 선정했다. 선도추진 시범단지로는 ▲야탑동 매화마을1단지(562가구)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1156가구) 등 2개 단지, 공공지원 시범단지로는 ▲정자동 느티마을3단지(770가구) ▲정자동 느티마을4단지(1006가구)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563가구) ▲야탑동 탑마을 경향·기산·진덕·남광아파트(1166가구) 등 4개 단지가 선정됐다. 선도추진 단지는 조합사업비·공사비 융자 등을, 공공지원 단지는 조합 설립에 필요한 용역비와 조합장·임원 선거 비용 등을 지원받는다.

일련의 분위기 속에서 분당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매매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리모델링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정자동 한솔주공5단지(시공사=현대산업개발) 경우 전용면적 42㎡ 기준 지난해 말 2억5000만원 정도였던 시세가 현재 2억6250만원까지 올랐다. 조합설립 인가에 속도를 내고 있는 야탑동 매화마을2단지 64㎡는 지난해 말(3억4000만원) 보다 3000만원 이상 상승한 3억75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 시공사 선정에 돌입한 매화마을1단지도 연초보다 호가가 2000만원가량 올랐다.

이와 관련해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분당은 동 간 간격이 넓어 리모델링을 추진할 여유 공간이 많고, 조합원들의 리모델링사업 추진 의지도 강해 수직증축 허용으로 인한 수혜도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강남도 꿈틀… 호가 상승

사실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직증축을 통해 확보된 일반분양물량에 대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봤을 때 강남은 비록 1기 신도시만큼 주민들의 추진의지가 강하지는 않지만 주목받는 수혜지역이다.

분양마케팅전문회사 유당D&C 박창권 대표는 “리모델링 후 일반분양 시 분양가가 3.3㎡당 1500만원 이상 책정돼야 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 강남은 3.3㎡당 3000만원 이상으로도 분양가 책정이 가능해 사업성 확보에 유리하다”며 “특히 강남의 리모델링시장은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수익성 검증이 이뤄진 이후에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남에서도 현재 다수의 단지들이 리모델링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이미 조합을 설립한 개포동 대청아파트는 이르면 내년까지 이주를 마치고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수직증축을 적용한 설계안을 마련 중인 대치2단지도 리모델링을 통해 263가구가 늘어날 예정이다. 반포 미도아파트도 올해 안으로 조합을 설립하고 시공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전 가구가 85㎡인 미도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면적이 20%가량 늘어난 102㎡의 중대형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매매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대청아파트 59㎡는 지난달까지 4억10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이는 전달인 3월 초보다 2000만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수요자는 있으나 매물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이밖에 지난해 말 3억6250만원에 거래됐던 대치2단지 40㎡도 현재 3억8500만원까지 매매가가 상승했다. 


◆목동은 일단 '관망세'

한편 교육여건이 우수한 목동도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다수의 아파트단지들이 순차적으로 재건축이 가능한 연한에 들어가다 보니 다소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1985년 준공된 목동 신시가지1단지는 지난해부터 재건축이 가능해 졌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모두 추진할 수 있게 된 가운데 재건축 쪽으로 무게추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리모델링에 대한 수익성이 아직 검증 받지 못한 만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바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리스크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12월 대비 매매가격의 움직임도 미미하다. 목동 신시가지1단지와 2단지 대부분 보합세를 기록했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일반적으로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의 사업성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용적률을 더이상 늘리기 어려운 중고층 아파트단지의 경우 오히려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