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10일 금융규제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좋은 규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진입과 업무, 자산운용 및 영업규제는 대폭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규제개혁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관련 법 개정에 들어가 시행된다. <머니위크>는 죽어가는 국내 금융업계를 살리기 위한 금융규제개혁안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각 업권별로 전망했다. 또한 '손톱 밑 가시'를 전부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도 짚어봤다.


금융당국이 금융규제개혁안을 발표한 가운데 카드업계는 '찬밥신세'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카드사들의 숙원사업이던 부대업무의 네거티브 전환 방안이 금융당국의 규제개혁안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 인하나 대출금리 모범규준과 같은 금융당국의 조치로 나날이 수익성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타 금융권역과는 달리 카드업계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당분간 소비자의 불편을 유발하는 규제를 제외하고는 카드사에 대한 규제완화는 없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는 데는 올 초 터진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카드업계가 신뢰를 잃은 것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카드업계, '속빈 강정' 금융규제개혁안에 울상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10일 규제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전업주부의 신용카드 발급요건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배우자 소득의 일정비율을 전업주부의 가처분 소득으로 인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신용카드 발급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창업한 지 1년 미만의 자영업자나 취업 초기 외국인에 대해서도 카드 발급요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또한 고객이 신용카드 포인트를 사용할 때 필요한 최소금액 기준도 없애기로 했다. 기존에는 적립된 포인트를 가맹점에서 사용하려면 최소한 5000포인트 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카드고객 중 상당수가 포인트 적립액이 소액인 경우여서 포인트 사용 시 큰 불편을 겪었다. 이에 금융위는 해당 규정을 없앰으로써 소비자의 편리를 증진시키기로 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카드사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이 같은 개혁안에도 불구하고 정작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무룩한 반응을 보였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들은 통신판매, 여행업, 보험대리점 업무 등 몇가지 한정된 분야에 한해 부대업무가 가능하다. 이에 카드사들은 부수업무 규제방식을 현행 포지티브가 아닌 네거티브로 전환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왔으나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포지티브란 '할 수 있는 사업'을 정해놓고 해당 범주 내에 포함된 사업만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반면 네거티브는 '할 수 없는 사업'을 지정한 뒤 그 외의 사업은 기본적으로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금융사 입장에서는 규제방식이 네거티브로 지정됐을 때 좀 더 다양한 사업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금융위는 자본력을 갖춘 여전사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으로 진입하게 되면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시중카드사 관계자는 "모든 금융회사의 부수업무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최근 수익성 면에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카드사만 제외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신사업을 구상하려 해도 규제 때문에 다 막히는 상황"이라며 "카드사가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처벌은 강화하되 업무추진단계에서는 당국이 좀 더 유연성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전업주부 신용카드 발급 요건 완화, 약? 독?

이번 규제개혁안을 통해 전업주부의 신용카드 발급요건이 완화된 것과 관련,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와 같은 발급기준 완화가 무분별한 카드 발급 및 소비촉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가계부채 규모가 1000조원을 넘어선 현 시점에서 전업주부의 신용카드 발급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자칫 신용불량자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부업 대출과 무분별한 카드사용 등의 이유로 주부 신용불량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업주부의 신용카드 발급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해내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소득 없는 전업주부에게 카드발급을 허용한 것은 뒷북·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가계경제의 안전성을 갖춘 대부분의 전업주부들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상황에서 리스크가 큰 전업주부에게 신용카드 발급 폭을 늘리는 것은 자칫 가계 파탄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업주부의 신용카드 발급요건 완화가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위험부담이 큰 전업주부의 과소비에 기대기보다는 차라리 부자나 외국인에게 보다 다양한 혜택을 줘 카드사용을 늘리는 게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 리스·할부·신기술사업금융 통합한 '기업여신전문금융업' 신설

금융위는 여전사 기업금융기능 활성화를 위해 현재 비카드 여전사의 등록단위 3개(리스·할부·신기술사업금융)를 통합하고 업무범위를 기업금융 위주로 확대한 ‘기업여신전문금융업’을 신설하기로 했다.

최소자본금은 200억원으로 단일화 했으며 소매금융인 가계대상 리스·할부는 겸영할 수 있다. 그동안 가계 신용대출과 오토론은 본업(리스·할부·신기술사업금융)의 자산 이내로 제한됐는데, 앞으로 오토론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가계 신용대출만 총자산의 20%(자산 2조원 이상 대형사는 10%) 이내로 제한된다.

부동산 리스 업무범위도 확대된다. 기존 중소제조업체에서 중소기업 전체로 이용자를 확대하고 리스대상 물건도 이용자의 보유부동산에서 보유하지 않은 부동산까지 포함된다. 최소리스기간도 현행 8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다.

아울러 신기술사업금융만을 전업으로 하는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설립 시 기존 자본금 2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최소자본금요건을 대폭 완화해 진입 문턱을 낮췄다.

여전사와 대주주의 거래 제한도 강화된다. 금융위는 여전사의 대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기존 자기자본 100%이내에서 자기자본 50%이내로 낮추고 현재 초과분 해소에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현재 은행은 자기자본의 25%내, 보험은 자기자본의 40%내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대주주 등이 발행한 주식 및 채권의 보유한도를 신설하고 자기자본의 100%이내로 제한했다. 기준 초과분 해소에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