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3년 간 부과한 5조원 규모의 과징금 가운데 절반 이상을 감면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공정위가 2011년~2013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을 조사한 결과 781개사가 부과 받은 과징금은 총 4조8923억원이다.

유형별로는 ▲부당공동행위 590개사(75.54%)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88개사(11.27%) ▲불공정거래행위 66개사(8.45%) ▲부당 지원행위 28개사(3.59%) ▲경제력집중 억제규정 위반행위 9개사(1.15%)다.

하지만 이들 781개사 가운데 83.99%에 해당하는 656개사가 과징금을 경감 받으면서 부과된 최종 과징금은 2조3256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감률은 52.46%에 달한다. 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른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감면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하고 대폭 감면이 사업자들의 불공정행위 근절이라는 과징금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통상 과징금 부과액을 산정한 뒤 3단계에 걸쳐 조정 작업을 한다. 1단계는 위반행위의 기간·횟수 등에 따른 조정, 2단계는 사업자의 고의·과실 등에 따른 조정, 3단계는 현실적 부담능력이나 시장에 미치는 효과 등을 감안한 조정이다.

1단계에서 과징금은 5조441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그러나 2단계에서는 4조2749억원으로 줄었다. 3단계에서는 2조3256억원으로 대폭 감면됐다.

이은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공정위 의결서에는 과징금 부과의 근거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각 단계에서 각종 감면 사유를 타당하게 적용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과 관련해 ‘폭탄’, ‘솜방망이’라는 소리를 동시에 듣기 때문에 공정위는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진국의 과징금 관련 규정도 한국과 유사하다”며 “규정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고 감경하지 않으면 감사원에 의해 징계를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