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 담배값 인상. 새해 벽두부터 담배가격이 2000원이나 오른다는 소식에 미리 사두려는 흡연자들의 움직임이 치열했다. 서민 증세라는 논란과 흡연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불만이 제기됐지만 이에 못지않게 고민한 곳은 담배를 공급하는 KT&G일 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담배가격이 2000원 오를 경우 담배 판매량은 34% 감소하고 KT&G 등 4개 담배회사의 매출은 연간 9400억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그 여파로 KT&G의 주가는 정부가 담뱃값 인상안에 합의한 지난해 11월28일 다음 거래일에 6.5% 하락했다. 정부의 정책 리스크에 속절없이 당한 KT&G.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사진=뉴스1 정회성 기자
◆가격인상·전자담배·경쟁사 공세 '삼중고'
정부는 올해부터 4500원짜리 담배를 기준으로 한갑당 3318원의 세금을 부과한다. 지난해 1550원보다 1768원(114.06%) 상승했다. 여기에 유통가격 인상분 232원을 포함해 총 2000원이 오른 것. 지난해 11월28일 이 같은 내용을 여야가 합의했다는 소식에 다음 거래일인 지난해 12월1일 KT&G의 주가는 6.5% 폭락했다. 이후로도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 9일 종가 기준 주가는 8만2700원으로 담뱃값 인상 전날 대비 14.65% 감소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KT&G의 4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소비자들이 가격인상에 대비해 미리 담배를 사둔 덕분에 일시적으로 매출이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T&G의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조751억원, 2569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8.9%, 15.3% 증가한 수치다.
한 애널리스트는 "담뱃값을 인상하기 전에 담배를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몰리며 담배제조부문의 이익성장률이 예년보다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T&G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1조76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1%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은 2948억원으로 32.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윤오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도 KT&G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2518억원으로 추정하고 전년동기 대비 13%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올해 예상실적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 애널리스트는 올해 1분기 KT&G의 매출을 9180억원, 영업이익은 244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4.77%, 6.15% 감소한 수치다. 차재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도 올해 예상 매출액을 4조470억원으로 추정해 전년 대비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KT&G를 위협하는 것은 실적전망만이 아니다. 비싸진 담뱃값에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나 롤링타바코 등으로 갈아타는 것도 위협요인이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이 확정된 지난해 11월 말 이후 전자담배의 판매량은 17배 이상 늘었다. 담배를 직접 말아서 피우는 롤링타바코도 판매점이 수도권에만 10곳 이상 생기는 등 관심이 커졌다. 롤링타바코는 일반담배와 비교하면 한갑당 1700원가량 저렴하게 이용 가능해 많은 소비자가 찾는 추세다.
대체재의 위협만큼 경쟁사의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공세도 사납기 그지없다. 국내 담배시장점유율 3·4위를 차지하는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와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JTI)은 담뱃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연초에 담뱃값을 올리지 않았다. 이에 일시적으로 이들 담배의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우울한 KT&G?… 지금이 매수타이밍
수많은 위협에 노출된 KT&G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지금이 매수기회라고 밝혔다.
김윤오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담뱃값 급등을 계기로 담배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흡연자들은 담배가격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급격한 매출 감소는 없을 것"이라며 "담배판매량 하락 우려감 때문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지금이 매수적기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KT&G는 올해 판매단가를 평균 12% 인상해 수요가 줄어드는 데 따른 이익감소를 상당히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점유율 측면에서도 KT&G의 보수적인 가격정책으로 인해 시장지배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실적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전통적으로 배당주로 인식되는 KT&G의 배당수익률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배당수익률이란 1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으로 현재 주가 대비 얼마만큼의 배당금을 지급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KT&G의 배당수익률은 4.3%로 추정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2.0%) 대비 두배 이상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KT&G는 내수시장 위기타파를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KT&G의 지난 3분기 해외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37.5% 성장한 1348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예상수출액도 189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9.6% 증가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수출상승 기조는 중동 정세안정과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개척의 효과로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KT&G의 한 관계자는 "가격상승으로 인해 전체 제조사의 매출이 다소 타격 입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면서도 "이에 따라 국내 담배시장의 전체 파이가 작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점유율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수출확대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의 신규시장으로 적극적인 확대정책을 펴 성장성을 도모하고 있다"며 "또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인삼과 홍삼사업, 헬스 앤 뷰티사업도 지속해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