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이 취임 6개월을 맞았다. 김 부회장 취임 이후 가장 눈에 띄는 한화생명의 변화는 해외투자와 해외영업 비중의 확대다. 운용자산 중 해외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 장기불황·저금리·저성장 국면으로 인해 영업환경이 악화된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려 타개책을 찾는 모양새다.
올해 초 한화생명이 내세운 3대 중장기전략은 ▲세계 최고수준의 사업역량 구축 ▲지속성장을 위한 비용경쟁력 확보 ▲글로벌시장 입지 강화다.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역마진’ 극복 방안책 ‘해외 투자’
지난해 9월 한화생명은 김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했다. 김 대표는 과거 IMF외환위기 때 그룹 비상경영위원장을 맡아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그림자'라 불릴 만큼 실세 중의 실세였다.
하지만 12년 만에 한화생명으로 돌아온 김 부회장 앞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수북이 쌓여있다. 우선 한화생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향후 보험 본업에서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마진 보장성 보험 판매, 손해율·사업비 관리 등의 자구책도 저금리엔 당할 도리가 없을 정도다.
저금리 불황이 엄습하면서 지난해 한화생명은 연간 순이익이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41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한 액수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직지원과 금리하락에 따른 변액보증준비금 추가적립으로 인한 일회성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초저금리 기조에 따른 역마진 문제는 한화생명의 성장성에 큰 걸림돌이다. 가장 큰 위험은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확정이율상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확정형 상품 가운데 확정금리 6% 이상 ‘역마진’ 상품 비중은 무려 67%에 달했다.
한화생명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이 같은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판매했다. 막판 절판마케팅을 벌일 정도로 판매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깊어지면서 고객들에게 약속했던 ‘높은 금리’를 주기 어렵게 됐고, 한화생명은 ‘역마진’이란 부메랑을 맞은 상태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한화생명은 해외 투자 확대를 택했다. 실제 지난해 한화생명의 해외투자 비중은 11.0%로 전년 5.2%보다 5.8%포인트 증가했다. 대체투자 비중도 지난 2013년 14.8%에서 15.1%로 0.3%포인트 늘어났다.
운용자산 이익률은 전년과 동일한 5.0%를 달성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국내 주식시장이 약세였던 상황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2006~2011년까지만 해도 한화생명은 대형 생보사에 비해 해외투자에 소극적이었는데 2011년 이후부터 해외투자 비율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며 “생보사 1위 삼성생명보다 더 활발하게 국내외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이는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 출신인 김희석 한화생명 전 투자전략 본부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본부장은 2012년부터 한화생명 투자전략부문 수장을 맡으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데 지난해 금융투자를 진두지휘하는 수장이 교체됐다. 김희석 전무가 물러나고 이경로 전 한화자산운용 대표가 선임된 것. 이에 따라 한화생명의 투자전략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수익률이 높은 해외 부동산 펀드를 통한 투자에 집중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안정적인 해외채권을 늘리고 있다”며 “시장 전체가 저금리에 직면한 상황이라 국내에 투자해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동남아시아 시장서 영업 비중 늘렸지만…
투자하는 만큼 한화생명은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영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베트남 현지법인의 신계약 실적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914억동(VND)으로 2009년 308억동에 비해 6배 성장했다. 점포수도 2009년 5개에서 지난해 11월 말 호찌민, 하노이, 다낭, 껀터 등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41개로 늘어났다. 지난 2009년 진출 당시 450명에 불과했던 설계사 수도 8435여명으로 늘었다.
중국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화생명의 중국 합작법인인 중한인수보험유한공사(이하 중한인수)는 지난 2012년 12월 영업을 개시한 후 초회보험료 1억7505만위안(약 30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저장성에서 영업 중인 13개 외자보험사 중 2위(신계약 기준)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지난 2013년에 진출한 인도네시아에서 한화생명 법인은 2014회계연도 기준 총자산 약 3977억루피아(358억원), 수입보험료 126억루피아(11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영업점을 개설하고 자카르타·수라바야·메단·스마랑·발리 등지에도 개인영업 설계사 6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나름대로 한화생명 해외법인이 성장세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한화생명 해외사업 현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의 ‘국내 금융업계 해외영업 현황’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해외영업을 시작한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680억3300만원의 손실을 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이익을 실현하기는 어렵다”며 “개인영업이 주력인 만큼 안정화 기간이 10~20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외손실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고 본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은 “전세계 금융업계가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전념하고 있는 것에 반해 국내 금융업계는 '우물 안 개구리'가 돼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투자도 결국 고객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본업에 집중하고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로 커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