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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1세기 우리들은 브랜드를 입고, 브랜드를 먹고 마시며, 브랜드를 사용한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의 ‘갤럭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처럼 잘 만든 브랜드는 한 기업을 대변한다. 오랜 기간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은 브랜드는 기업을 성장시킨다. 오늘날 브랜드가 가진 힘은 무엇인지, 기업들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브랜드의 성패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머니위크>가 낱낱이 살펴봤다.
시대가 변했다. 과거 20세기 우리가 흔히 알던 ‘디젤=위험, 경유’, ‘애플=사과’, ‘커피=블랙’은 사라지고 이 자리를 브랜드가 대신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브랜드를 입고, 브랜드를 먹고 마시며,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 브랜드의 변화, 단순표식이 ‘가치’가 되다
브랜드는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다. 자신이 소유한 물건이나 제품에 표식을 한 것이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노르웨이 고어 ‘brandr’에서 유래된 브랜드(brand)의 원래 의미는 ‘태운다’(to burn)다.
고대 유럽에선 가축의 소유자가 가축에 낙인을 찍어 소유주를 명시하던 풍습이 있었고 이집트에서는 벽돌에 제조자를 명시해 품질을 보증했다. 아울러 영국에서는 위스키 제조업자들이 나무통에 인두로 불도장을 찍었다. 브랜드를 표식으로 남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산자의 이름이나 목적을 표시하는 전통이 있었다. 통일신라시대 만들어진 기와의 수막새에는 기와를 만든 지역을 의미하는 ‘東’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조선시대 분청사기 대접 바닥에 새겨진 장흥고(長興庫)는 생산 목적을 표시한 것이다. 장흥고는 궁궐 내 물품 보급을 담당하는 관청인데 장흥고라고 새겨진 분청사기는 공물로 바치기 위해 만든 도자기를 뜻한다.
하지만 현대에는 브랜드가 단순 표식을 넘어 국가나 기업의 총체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세계 제일의 강대국을 이야기할 때 ‘미국’을 떠올리고 콜라를 말할 때 ‘코카콜라’(Coca cola)를 생각하는 것처럼.
이러한 브랜드의 인식은 곧 매출로 연결된다.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 받는 애플의 브랜드가치는 무려 1283억달러(약 142조원)로 우리나라 한해 예산의 절반에 육박한다.
◆ 브랜드, 신분과 세대를 대변하다
브랜드가 가진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브랜드는 사람을 표현하는 신분이나 연령을 대변하기도 한다. 지난 2006년 개봉된 데이빗 프랭클 감독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사회초년생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았는데 배경이 패션계다.
현대사회의 문화권력 중 하나로 치부되는 패션산업계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큰 영화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현대 사회에 대한 풍자다. 영화에서 ‘악마’는 언론사의 가장 높은 지휘를 뜻하는 편집장인데 이른바 ‘성공’이라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높은 위치에 올라야만 입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프라다’, 즉 명품브랜드다.
그렇다면 이 영화 속 악마는 실제로 프라다만 입고 등장할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영화제목에 프라다가 들어간 이유는 프라다라는 브랜드가 곧 명품을 대변하고 영화의 배경인 뉴욕이라는 도시 이미지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 받고 싶어 한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결혼식이나 주요 행사에서의 여성들의 가방이다. 프라다, 샤넬, 베르사체, 루이비통 등 수많은 명품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브랜드가 신분이나 자리를 대변하는가 하면 어떤 브랜드들은 세대를 구분 짓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독일 자동차그룹 BMW사의 ‘BMW 미니’(MINI)다. 당초 영국의 대표적 자동차회사인 BMC(British Motor Corporation)의 미니 브랜드를 인수한 BMW는 수많은 홍보 마케팅과 치밀한 전략을 통해 전세계에 미니를 알리며 20~30대 젊은 층을 공략한 결과 지금은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차로 인식되고 있다.
세대를 구분 짓는 브랜드는 우리나라 화장품업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여성들은 설화수나 헤라 등의 브랜드를 선호하는 반면 10·20대 젊은 세대는 토니모리, 더 페이스 샵, 이니스프리 등의 브랜드를 주로 이용한다. 여기에는 브랜드별 전략이 숨어있다. 중장년층과 젊은 층의 소득 및 소비를 고려해 가격부터 네이밍, 로고, 마케팅, 디자인, 샘플 구성 등을 각 세대별로 차별화한 결과다.
◆ 돈이 되는 브랜드의 힘
이렇듯 브랜드가 곧 가치가 되고 소비자가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구입하는 경향이 주를 이루면서 브랜드가 가진 힘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브랜드를 키우고 알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투자하는 등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의 성장이 곧 기업의 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삼성이 대표적이다. 영국의 브랜드파이낸스가 지난달 발표한 ‘2015 글로벌 500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가치는 지난해보다 4% 증가한 817억1600만달러(약 89조9611억원)로 집계됐다.
과거 삼성의 휴대폰 점유율이 10% 초중반에 머물던 때 삼성의 브랜드가치는 160억~170억달러에 불과했다. 글로벌기업 중 20위권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점유율이 20%를 넘은 2010년 브랜드가치는 194억달러로 늘었다. 점유율 25%를 돌파한 지난 2012년에는 328억달러로 치솟았다. 브랜드가치 순위도 9위로 껑충 뛰었다. 이후 지난 2013년부터 스마트폰을 앞세운 삼성의 브랜드파워가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계속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범위를 좁혀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이끈 삼성전자 부문에 대한 브랜드가치를 평가하면 브랜드의 파워가 기업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글로벌브랜드컨설팅사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주요 국가의 ‘2015 베스트 브랜드’ 조사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브랜드가치는 50조9715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자업계 ‘라이벌’인 일본 전자기업들을 압도적으로 앞서는 수치다. 일본의 대표 브랜드 30위 안에 든 전자기업은 모두 8곳으로, 이들의 브랜드가치의 총합은 삼성전자에 약 15조원 뒤진 35조9187억원이다.
구체적으로 일본 전자기업 중 1위인 캐논의 브랜드 가치는 12조3246억원(2014년 연평균환율 1053.21원 적용)으로 삼성전자 가치의 24.2%에 불과했다. 과거 ‘전자왕국’ 일본의 선두에 섰던 소니(2위)의 브랜드가치는 8조5658억원으로 삼성전자의 16.8% 수준이다. 소니와 ‘쌍벽’을 이뤘던 파나소닉(3위)의 가치는 6조6384억원으로 삼성전자의 13.0%에 머물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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