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실물 없는 모바일 단독카드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출시 허용 이후 지난달 하나카드에서 업계 최초로 ‘모비1’을 선보인 뒤 BC·신한·KB국민카드가 모바일카드를 내놨으며 이번달에는 우리·롯데카드도 모바일카드 출시 행렬에 동참했다. 삼성카드 역시 이달 중으로 모바일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현재까지 출시된 모바일카드의 경우 기존 카드에 비해 결제범위가 크게 제한되는 데다, 대출업무는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기존 플라스틱 카드사용 고객의 마음을 되돌릴 만한 편의성이나 특화된 혜택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당분간 모바일카드 출시는 보류하기로 결정한 카드사까지 등장했다. 현대카드는 모바일카드의 용도 폭이 너무 작고 실제 수요보다는 시류에 치우친 느낌이라고 판단, 업계의 흐름과 무관하게 출시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경쟁력은 ‘간편함’과 ‘연회비’
모바일카드의 가장 큰 강점은 발급 과정이 간편하다는 점이다. 별도의 플라스틱카드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모바일카드만 발급받기 때문에 빠르면 신청 후 24시간 이내에 발급이 가능하다. 또한 실물 카드가 없어 제작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연회비가 저렴하다.
모바일카드를 업계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 곳은 하나카드다. 하나카드는 지난 5월21일 온라인 결제를 포함한 모든 카드사용액의 0.8% 기본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모비원'(mobi 1)을 출시했다. 이 카드는 오프라인 특화가맹점에서는 기본혜택의 최대 2배인 1.6%가 할인되며 연회비는 플라스틱카드 연회비를 70% 절감한 3000원이다.
신한카드도 기존 플라스틱 제품을 활용한 ‘큐브’, ‘나노’, ‘나노f’, ‘홈플러스원’ 등 신용카드 4종과 ‘S20핑크’, ‘홈플러스원’ 등 체크카드 2종을 모바일 전용으로 출시했다. 홈플러스 제휴카드를 출시함으로써 오프라인에서의 사용 편리성을 제고한 점이 특징이다. 신한 모바일 단독카드의 기본 연회비는 면제되며 각 카드 종류별 서비스 연회비(3000~8000원)만 부과된다. KB국민카드 역시 기존 대표 상품을 활용해 ‘모바일 단독카드’ 4종을 출시했다. 이들 상품은 국내전용카드 기준 3000~5000원 수준의 기본 연회비만 발생한다.
우리카드는 모바일 전용카드인 ‘모바이(MO BUY)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온라인 7대 업종에서 7% 청구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외에도 해외직구 배송 3000원 할인, 전국 영화관 3000원 청구할인, 커피업종 20% 청구할인 등 풍성한 부가서비스를 담아 전월실적에 따라 월 최대 5만~6만원의 혜택이 제공된다. 이 카드의 연회비는 5000원이다.
롯데카드는 기존 신용카드 4종, 체크카드 3종을 실물 없는 모바일 단독카드로 출시했다. 또 롯데카드는 7월 중에 모바일카드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바일 해외 안심 카드 서비스’ 및 ‘포인트 결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모바일 해외 안심 카드 서비스'는 온라인 해외 쇼핑몰 및 오픈 마켓에서 카드정보 없이 안전하게 결제가 가능하도록 안심 카드번호를 제공한다. ‘포인트 결제 서비스’는 세계 모든 해외 온라인쇼핑몰에서 상품 구매 시 고객이 보유한 L.POINT를 사용하는 서비스다. 이들 상품은 기본 연회비는 면제되며 각 카드 종류별 서비스 연회비(3000~5000원)만 부과된다.
이처럼 신청 및 발급절차가 간편한 모바일카드가 출시됨에 따라 신용카드 회원의 결제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모바일카드의 경우 플라스틱카드에 비해 결제범위가 크게 제한되는 만큼 일각에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우선 모바일카드의 경우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과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서비스 이용이 불가하다. 이와 관련해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회원의 명의를 도용한 부정발급에 따른 카드대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할 경우 결제범위가 크게 제약 받는다. 모바일카드는 온라인 가맹점의 경우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이 가능하지만 오프라인 가맹점의 경우 유심 모바일카드는 NFC 동글이가 설치된 단말기에 한해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오프라인 가맹점에는 '동글이'로 불리는 단말기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제대로 보급이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앱카드 방식 모바일카드의 경우 "결제과정이 번거롭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앱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실행시킨 후 바코드·QR코드 등을 인식시키는 과정을 거쳐야만 이용할 수 있어서다. 또 시중에 앱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결제단말기 보급이 부족한 점도 앱카드의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까지 시중에 보급된 결제단말기 ‘동글이’는 약 4만개 수준이며, 앱카드를 결제할 수 있는 바코드 리더기 단말기는 약 1만개에 그친다. 이는 전국 전체 가맹점 수가 230만개인 것을 감안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카드업계에서는 모바일카드와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모바일카드가 단순히 발급과정이 간편하다는 점을 내세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모바일카드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상품을 모바일로 다시 내놓는 형태가 아닌 특화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전용카드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 역시 “현재 모바일카드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금융당국이 모바일카드 출시를 독려한 데 따른 것”이라며 “업계 내에서도 모바일카드가 커다란 파급효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현대카드, 모바일카드 출시 ‘NO’
이처럼 모바일카드와 관련해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자 모바일카드 출시 자체를 보류한 카드사까지 등장했다. 현대카드는 실물카드 기반 앱카드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기술 혜택을 주고 있다고 판단, 모바일 전용카드를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정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바일전용카드는) 일부 특화된 혜택이 있지만 용도폭이 너무 작고 실제 수요보다는 시류에 치우친 느낌이라 출시를 보류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대신해 현대카드는 자사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