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큰 만큼 부채도 많아 '부채 공룡'이라고 불리던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고강도 부채 다이어트와 체질개선에 나선 지 1년6개월이 지난 현재 10조원이 넘는 부채를 감축하는 성과를 올렸다. LH와 정부는 공기업 정상화의 성공모델이라고 이를 평가하며 비슷한 처지에 놓인 공기업들의 부러움을 샀다.


실제로 LH의 부채감축 성과는 대단하다.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주택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LH의 부채가 매년 평균 7조6000억원씩 증가했던 상황에 비춰보면 놀라운 변화인 셈이다. 증가하던 부채를 메우고 감축까지, 지난해에만 14조8000억원의 부채감축 성과를 올린 것이다.

하지만 LH의 부채감축을 두고 정부와 LH 그리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공기업을 제외한 관련업계나 정치권의 시각은 다소 부정적이다. LH가 실행한 부채감축 방안이 조삼모사식 눈가림이라는 것. LH의 부채감축이 어떻게 이뤄졌길래 이런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것일까.

/사진제공=LH

◆ LH, “수입은 극대화, 지출은 최소화”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LH는 지난 5월21일 기준 금융부채가 95조38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부채 규모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13년 말 105조7000억원과 비교해 10조원 넘게 줄었다. LH가 1년여 만에 감축한 10조여원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20조6000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에 대한 이자비용 절감액만 4000억원에 이른다.

이를 두고 LH는 부채감축 비결이 수입은 극대화하고 지출은 수입 범위 내에서 하는 '선순화 재무·사업 시스템' 구축에 있다고 설명했다. LH는 수입 극대화를 위해 총력판매체제를 구축하고 판매경영계약 체결과 강력한 판매목표관리제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최대 판매실적(27조2000억원)을 거둔 데 이어 올해도 5월 마지막주 기준 9조60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누계보다 1조9000억원이나 많은 것이다.

부문별로 토지가 지난해보다 매각률이 27%에서 50%로 증가했으며 낙찰률도 123%에서 142%로 대폭 상승했다. 주택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매각 분양주택 물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LH는 이와 함께 공적역할을 지속하면서 지출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업다각화 방식도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공공임대리츠, 대행개발 등 새로운 사업방식을 통해 LH는 투자할 사업비를 연간 20% 정도 줄였지만 민간영역에서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해 개발수익을 공유하도록 했다는 것. LH는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4조원의 현금흐름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LH의 자구노력에 따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S&P, 피치 등이 일제히 LH의 신용등급을 우리나라 정부와 동일한 수준까지 향상시켰다.


무디스는 지난 4월 LH의 신용등급 전망을 대한민국 국가등급전망에 맞춰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LH가 대한민국에 대해 갖는 전략적 중요성과 유사시 LH에 대한 정부의 높은 지원 가능성에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LH는 설명했다. 

매각한 LH 경기 성남 정자동 사옥. /사진제공=LH

◆ “헐값에 팔아 빚 갚고, 사업은 축소”

이처럼 LH가 밝힌 부채감축 비결에 따르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일부 정치권 및 관련업계)에서는 LH공사의 부채감축은 가지고 있는 자산을 급히 팔아 부채를 해소하고, 사업비 투입 시기를 미룬 것에 불과한 내실없는 감축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공사 본연의 업무인 공공임대사업과 관련해 부채를 감축하겠다는 명목 아래 은근슬쩍 임대주택 계획을 축소하는 등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야당의 한 국회의원은 “LH가 줄였다는 부채 10조원은 사실 토지나 건물 등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과 신도시·택지 개발 등에서 거둔 이익금이 투입된 결과물”이라며 “사실 부채감축에 쓰인 돈은 LH 본연의 목적인 공공임대주택사업에 투입됐어야 할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LH가 부담해야 하는 공공임대사업인 208개 사업(3조8841억원)이 대부분 시기가 미뤄진 상황”이라며 "이는 LH가 부채감축이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의 주장처럼 LH가 벌이는 사업은 거의 대부분이 공익을 목적으로 법률에 근거해 추진되는 정책사업이다. 실제로 LH의 주요 사업인 토지·주택·경제기반·도시재생·국책사업 중 공익적 목적에 따라 법률로 추진되지 않는 사업은 분양주택사업이 유일하다.

LH의 부채 증가, 즉 손실 발생의 가장 큰 요인이 바로 공공임대주택 건설이다.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면 지을수록 LH의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LH는 그동안 산업단지·세종시·혁신도시·신도시·택지 개발 등에서 거둔 이익을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쏟아 붓는 ‘교차 보조’를 시행해 왔다. 임대주택 건설에 따른 부채를 다른 사업에서 거둔 이익으로 보전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대부분의 공공임대사업의 시기를 미루고 다른 사업에서 거둔 이익을 부채를 감축하는 데 사용했다.

실제로 LH의 부채감축계획이 반영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는 4년간 건설임대 3만2000가구, 매입임대 2만가구, 전세임대 1만2000가구 등 총 6만4000가구의 임대주택 물량 계획을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박수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공공부문의 부채감축계획은 부채가 증가한 원인에 맞는 합당한 정책을 통해 추진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LH공사는 당장 정권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실효성 없는 계획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LH가 정부의 눈치를 보며 부채감축을 통한 경영 정상화에 치중하다보니 사업을 진행한 아파트의 품질관리가 허술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LH아파트 하자 발생비율이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는 것.

김윤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LH아파트의 하자 발생 건수는 지난 2009년 100가구당 11건이었지만 2013년에는 31건으로 급증했다. 아파트 3가구당 1가구꼴로 하자가 발생한 것이다. 승강기 고장 사고는 평균 30분꼴로 발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