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인문학의 전성시대다. 인문학 관련서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대거 올랐고 강연회나 강좌프로그램에서 인문학 강의 개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인문학 소비자의 필요가 만족돼야 한다. 지금의 인문학 열풍에 기형적인 면이 있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인문학의 정수를 깊이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모두가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자신에게 필요한 영역에서 인문학적 통찰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일상의 경영학>이 갖춘 미덕은 인문학적 통찰이 적절히 녹아 들어가 있는 경영서라는 점이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인문학적 깊이와 흥미를 유지하면서 비즈니스에 활용될 수 있는 실용적인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는 점은 이 책이 가진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책의 본문을 하나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처용가의 한 장면이다. 처용의 아내가 바람이 났는데 처용은 아내와 내연남을 용서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내연남은 역병을 일으키는 역신이었는데 처용의 너그러움에 감동 받는다. 그래서 처용의 얼굴이 그려진 집에는 병을 옳기지 않겠다고 맹세했고, 그 후 처용은 역병을 막아내는 상징이 됐다. 여기까지가 처용가의 스토리다. 하지만 당시 시대에서 유부녀가 외간 남자를 안방으로 불러들였다는 점이나 현장에서 딱 걸린 내연남을 남편이 순순히 보내줬다는 점 등 미심쩍은 부분이 여럿 있다.

이를 두고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실제 신라시대의 결혼 방식에는 당시 일본에 존재했던 ‘카요이콘(남자가 여자 집으로 출퇴근 하는 방식의 결혼)’이 있었을 수도 있고, ‘서라벌 밝은 밤에 밤 늦게 놀러 다니느라’ 주기적으로 아내를 찾아가지 못한 처용 대신에 아내가 ‘다른 남자를 들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결혼 제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회사 내 각종 제도나 시스템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 갈등의 해결 방안으로 이어진다.


이뿐만 아니다. ‘와신상담’ 이후의 이야기에서 기업이 신사업을 시작할 때 챙겨야 할 포인트를 끌어내고, 부르디외의 ‘구별 짓기’에서 문화 마케팅의 성공 요인을 찾아내기도 한다. 재미 있는 인문학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화두는 ‘일상’이다. 우리는 흔히 경영 이론이나 노하우라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기업에서나 활용되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작은 규모의 사업체에는 그런 경영 지식을 곧바로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무심히 보내는 매일의 일상을 관찰한다. 그리고 점심 메뉴를 결정하거나 스마트폰을 고르는 심리, 컴퓨터 자판의 글자 배열, 심지어는 자동차 사고의 현장에서도 경영의 원리를 찾아낸다. ‘경영’이라는 것이 거창하기만 한 것이 아니고, 관심을 기울이기만 한다면 일상에서 내 삶의 성과를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결국 경영학은 일부 거대 기업의 효율을 높이는 도구만이 아니라 소규모 조직, 심지어는 개인적인 성과를 높이는 데에도 활용되고 이를 통해 결국에는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다.

이우창 지음 | 비즈페이퍼 펴냄 | 1만48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