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하나로 결제가 가능한 시대. 공인인증 프로그램도, 지갑도 필요가 없다. 단 3초면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다. 정보기술(IT)과 금융의 융합, 이른바 핀테크시대가 열린 것이다. <머니위크>는 불붙은 전자결제시장, 그 핀테크 현장을 집중 조명했다.
IT가 금융 속으로 파고든다. 금융과 IT기술을 결합한 핀테크는 기존의 금융패러다임을 조금씩 무너뜨리며 새로운 금융모델을 쏟아냈다. 핀테크산업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인터넷은행은 지점을 통한 대면거래가 아닌 인터넷을 주 영업채널로 활용하는 은행이다.
핀테크의 꽃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해 최근 기업 간 짝짓기가 한창이다. 당장 큰 수익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앞으로 핀테크라는 거대한 트렌드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과 통신 및 IT업체들은 인터넷은행의 예비인가 신청기일을 앞두고 물밑에서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 금융산업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업계에서 어떤 강자끼리 손을 맞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4월16일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공개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금융사-ICT업체 ‘짝짓기’ 탐색전
인터넷전문은행이 내년 출범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9월 말까지 사업자로부터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 연내 1~2곳에 예비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예비인가를 받은 업체는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성장정체에 빠진 ICT(정보통신기술)업체들이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으로 예상되는 핀테크사업에 진출할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고 하나로 집중될 금융사업 비즈니스 환경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서도 인터넷은행이 새 먹거리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한다. 은행시장이 오프라인 지점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에 따라 1호 인터넷은행이 되기 위한 기업과 금융사의 짝짓기 탐색전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다음카카오는 한국금융지주와 가장 먼저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했다. 한국금융지주가 지분의 50%를 소유하는 1대주주로 참여하고 다음카카오는 10%의 지분을 보유키로 했다. 나머지 지분은 다음카카오 외의 IT업체가 30%, 시중은행이 10%를 갖는 방식으로 컨소시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는 최근 KB국민은행이 합류했다.
다음카카오는 당초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지분소유 제한(의결권 지분 4%, 비의결권 지분 10%)을 푸는 은행법 개정이 이뤄지면 진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시기가 늦어질 것을 우려해 컨소시엄을 먼저 구성한 뒤 나중에 추가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현행 은행법에 따라 (다음카카오는)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며 “은행법(금융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 규정)이 어떻게 변경될지 몰라 우선 컨소시엄 구성을 완료한 것”이라며 앞으로 지분변경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KT도 그룹 시너지 효과와 새로운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인터넷은행 진출을 선언했다. KT의 경우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에 속해 은행지분을 최고 4%만 보유할 수 있다.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분 한도가 4%이기 때문이다. KT는 현재 그룹 내에 TF를 만들어 인터넷은행에 뛰어든 다른 금융회사와 컨소시엄 구성을 타진 중이다.
오픈마켓 인터파크 역시 증권사 등 금융권을 포함한 1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그랜드 컨소시엄을 추진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금융권과의 연대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보험사 중에서는 교보생명이 신창재 회장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인터넷은행 설립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교보생명 임직원들이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현지 인터넷은행의 시장상황을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거래를 하면서 쌓아온 빅데이터를 인터넷은행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네이버의 움직임이 업계의 관심거리다. 종합 ICT기업으로 불리는 NHN엔터테인먼트가 인터넷은행 사업참여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터넷은행 설립을 긍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일단 최근 출시한 간편결제서비스인 ‘페이코’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금융사의 구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동통신사업체(KT 제외)들도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모두 “검토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일축했다.
인터넷은행 설립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된 키움증권 역시 산업자본 제한(은행지분 확보 최대 4%)으로 인해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다. 현재 그룹 차원에서 TF팀을 구성하고 은행법 개정 등 앞으로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에 대해 기존 시중은행과의 차별화 여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본 인터넷은행들은 기존 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으며 경쟁하고 있지만 수익과 성장을 모두 이뤘다”며 “모기업의 핵심사업이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렛대로 기능한다면 인터넷은행도 성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은행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인터넷은행이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온라인뱅킹 등 결제시스템이 이미 발달돼 있다”며 “인터넷은행이 도입되더라도 실제 성공적으로 영업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에 버금가는 온라인뱅킹 환경을 구축한 데다 인터넷은행도 결국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신용대출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솔직히 시중은행과 얼마나 차별화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